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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아ㆍ김민서의 음악편지

박양숙 “어부의 노래“, 어머님은 된장국 끓여

[디제이 김상아의 음악편지 14]

[그린경제/얼레빗=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푸른 물결 춤추고
갈매기 떼 넘나들던 곳
내고향집 오막살이가
황혼 빛에 물들어 간다
어머님은 된장국 끓여
밥상위에 올려놓고
고기 잡는 아버지를 밤새워 기다리신다
그리워라 그리워라
푸른 물결 춤추는 그곳
아--저 멀리서 어머님이 나를 부른다

 

   
▲ 박양숙 ‘어부의 노래’ 수록 음반 표지

새벽녘에 비가 그치기에 서둘러 묵호등대로 향했다. 걸어서 등대에 오르려면 ‘논골담길’을 지나가야 하는데 사실 나는 언덕위에 우뚝 선 등대에서 동해바다의 광활함을 바라본다거나 동해시 전경을 감상하는 일보다 이 길을 더 사랑한다.  

수직에 가까운 가파른 경사지에다 ‘마추피추’유적처럼 집터를 닦고, 한 뼘의 땅도 금싸라기보다 귀히 여기며 삶을 가꾸어온 뱃사람들의 내음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길. 1940년대부터 오징어 따라 명태 따라 흘러온 사람들이 하나둘 이 언덕에다 집을 짓기 시작 한 게 ‘논골’ 마을의 기원이라 한다.  

그들의 고단한 삶이야 어찌 글로 다 표현 될 수 있겠는가. 아랫마을에서 물을 지고 올라가면 이리저리 새고 흘러서 반통밖엔 남지 않았다한다. 리어카도 다닐 수 없는 좁고 가파른 길이기에 명태를 지게에 지고 꼭대기에 있는 덕장으로 날랐다 한다. 그때 지게꾼의 명태 소쿠리에서 물이 흘러내리고 물지게에서도 물이 흐르고 아낙네가 이고 가는 생선 광주리에서도 흘러 언덕길은 논처럼 질펀해져 ‘논골’ 이라 부르게 되었다는 곳. 

묵호항과 가까운 아랫동네는 지나가는 개도 만 원 짜리 지폐를 물고 다닐 정도로 흥청거렸지만 언덕배기 사람들에겐 딴 세상 얘기였다. 열 평 남짓한 집에서 온 식구가 복닥거리며 살아야했고, 만선의 기쁨을 안고 돌아와 봐야 손에 쥔 몇 푼으로는 가족을 부양하기에 늘 빠듯했다. 

더군다나 어족자원의 급감으로 많은 이들이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떠나 가버려 주민 수가 전성기의 사분의 일로 줄었다한다. 남편을 바다에 빼앗긴 늙은 아낙들이 돌아오지 않을 남편을 기다리느라 차마 떠나지 못하고 지키고 있는 그런 마을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렇게 쇠퇴일로에 있던 이 마을이 새로운 모습으로 재도약의 전기를 마련했다. 동해시와 동해문화원, 주민들이 힘을 합쳐 문화와 역사가 흐르는 새로운 관광명소를 탄생시킨 것이다. 

어부들의 절망과 희망을 져 나르던 그 길을 담벼락그림과 이야기로 채웠다. 귀에는 들리지 않지만 마음에는 들리는 이야기로. 어부들의 일상이 한 폭의 그림처럼 잘 묘사된 ‘어부의 노래’는 1980년에 박양숙 노래 이형택 작사·곡 으로 되어있으나, 1967년에 이미 남석훈에 의해 ‘황혼 빛 오막살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된 바 있다. 

작사, 작곡자도 이형택이 아닌 유명한 ‘코리아나’의 홍신윤이 원작자이다. 하지만 그는 65년에 이 곡을 만들었으나 도용당하고 말았다. 왠지 씁쓸한 우리 가요계의 뒷모습을 보여준다. 

<한국방송디스크자키협회 감사, 전 한국교통방송·CBS D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