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명호 시인] 산수유 시절(時節) 산수유 옹기종기 시냇가 물들일 때 가파른 비탈길에 호올로 가는 임아 사무친 어이! 어야야! 상여소리 구슬퍼. 돌이켜 헤아리니 불효만 노적(露積) 같아 뜨거운 회한으로 흙 한줌 뿌리고서 안으로 눈물 삼키며 애처로이 서있네. 먼 길을 떠나면서 맺히고 슬픈 것은 나누지 못하였던 속 깊은 사랑이라 길가엔 애틋한 부정(父情) 샛노랗게 덮었네. ▲ 산수유가 흐드러진 정경(구례군청 제공)
[우리문화신문=김명호 시인] 간이역 풍정 가는 지, 오는 지 완행열차 막 섰다 차마 발길을 돌리지 못하고 타는 사람 옛 사랑을 찾아 내리는 사람 사이로 누구를 기다리나 깊은 외투 깃에 바람이 머무는 사람 떠나는 기차를 보며 그림자만 볼 사람이라면 겨울 그늘 속에서 왜 서성이는가 마른 눈물 보이기 싫어서 그리움 가슴에 묻고 스카프 날리며 호올로 가는 사람 기차는 간다 기차 안에 있는 사람 그림자 하나 싣고 간다. ▲ 근대문화유산(165호) 원주 반곡역(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우리문화신문=김명호 시인] 장독대 항아리 옹기종기 햇볕에 반짝이고 동네 밖 끝자락에 소박히 자리했네 그 옛날 말 못할 사연 어느 누가 알리요. 손때가 어려있는 어머니 품이런가 고추장 된장독에 가문의 긍지 담고 아들딸 치성 올렸던 애환 어린 성지라
[우리문화신문=김명호 시인] 홍매화 고목에 분홍색을 요염도 할 만한데 모습은 매화로니 아직은 봄 아니네 보는 이 가슴이 뛰어 향기마저 더하네.
[우리문화신문=김명호 시인] 설국(雪國) ㅡ 홋카이도 비에이에서 새하얀 침묵인가 무량의 징표인가 기운을 얼리고서 대지를 물들이네 담백한 향기를 품어 천리만리 퍼져라.
[우리문화신문=김명호 시인] 찔레꽃 - 장사익님의 독일공연을 보고 어떤 사내, 이국땅 무대 위에서 운다 찔레꽃 향기가 너무 슬퍼 밤새워 목 놓아 울었다며 검은 석탄 묻은 얼굴에, 하얀 가운 자락에, 숨죽여 조용히 퍼지는 물 빛 내 고향 흔하디흔한 아무 길모퉁이나 먼지 펄펄 나는 기억도 아련한 고갯길에 저 혼자 무더기무더기 피었던 오월의 찔레꽃 40년이나 지나서 가슴에 피었다 그날 무대아래에서도 찔레꽃이 별처럼 슬픈, 달처럼 서러운, 향기가 슬픈 줄 알았다 함께 손잡고 알았다 그래서 목 놓아 함께 울었다. * 2013.8.19일 kbs 가요무대 방영 ▲ 독일공연에서 열창하는 장사익(KBS 화면 갈무리) ▲ 독일공연에서 열창하는 장사익(KBS 화면 갈무리)
[우리문화신문=김명호 시인] 설정(雪情) 세한도 눈 속으로 버스는 달려가고 푸른 솔 가지마다 목화 꽃 만발하네 고독함 사라져가고 푸근함이 쏟아져
[우리문화신문=김명호 시인] 바람송(風頌) 내가 바람이라면 서녘 하늘이 표현할 수 없는 색깔로 물들일 때 그대의 머리카락을 휘날리리라 내가 바람이라면 강변에 갈대 잎이 시늉할 수 없는 소리로 우지질 때 그대 품에 파고들리라 도솔천 지나서도 늘 그렇게 다가서리라.
[우리문화신문=김명호 시인] 섬진강의 봄을 그리며 매화꽃 내음 온몸을 휘감던 길 화사한 낙화에 한없이 눈물 나던 곳 푸른 물줄기 신비함 서리고 갈대 위에 부서지는 석양빛 서러워 꿈에도 못 잊을 날마다 가는 섬진강 매년 2월말부터 3월 중엔 섬진강을 가운데 두고 하동과 광양에서 벚꽃축제와 매화축제가 열린다 꽃이 눈이 부시다 선녀의 속살일까 부드럽고 이파리 하나하나 가녀림으로 애처롭다 한마디로 아름답다 더 이상 무슨 수식이 필요할까 그 화려함이 일주일도 채 안 간다 우리 인생도 화려한 시절은 저처럼 짧을 텐데 꽃이 나인 듯 슬프다 강물은 왜 그리 투명한지 모래톱은 마치 승천을 앞둔 몸부림치는 용 같다 고운 모래하며 한적한 강변풍경이 모든 시름을 잊게 한다 섬진강엔 김용택 시인이 있다 토지의 최 참판 댁도 있다. 재첩국도 있다 길모퉁이, 이름 모를 풀들...... 사소한 것들마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