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정오의 꽃 - 오시영 동자승이 부처님 귀에 대고 물었다 왜 항시 웃으세요 부처님이 대답했다 네가 내 귀를 간지럽히니 웃지 어렸을 적부터 종교에 뜻을 두는 아이는 예나 지금이나 드물어서, 동자승은 보통 자기 뜻과는 상관없이 되기도 한다. 곧, 부모에게 버림받거나 전쟁이나 돌림병 때문에 부모를 잃고 죽어가는 아이들을 스님이 거두어 동자승으로 키우는 경우도 많다. 전 근대 때도 고아원이 있었기는 했지만, 아이들을 무제한 보육할 여건이 안 되기에 동자승이 되는 경우도 흔했다. 과거 중세 유럽에서 갈 곳 없는 아이들이 수도원에 들어가 자라다가 수도자가 되는 것과 비슷한 경우다. 요즘은 부처님오신날 행사를 앞두고 일반 어린이들이 짧게는 며칠에서 길게는 1주일 정도 삭발하고 단기출가 체험을 해보는 사례로 동자승이 돼보기도 한다. 지난 2022년에는 어린이들에 희망과 용기를 선사했다는 어린이 영화 ‘액션동자’가 개봉되기도 했다. <불교신문> 2023년 5월 11일 자에는 “‘머리 깎으니까 어떠냐?’는 총무원장 스님 질문에 한 동자승이 ‘땀이 안 나서 좋다’고 해서 좌중에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라는 기사가 뜬 적이 있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얼마 전 연휴에 재수할 때 인연을 맺은 친구들과 환갑을 기념하기 위해 태국의 파타야를 다녀왔습니다. 여행 첫날 시차 적응을 할 겸 여독을 풀기 위해 파타야 해변을 1시간 30분 정도를 걸으면서 몸 상태를 점검해 보았죠. 당시 파타야 낮 기온은 대략 30℃로 걷기 시작하니 바로 땀이 비 오듯 흘렀습니다. (가운데 줄임) 계속 걷다 보니 대략 1시간쯤 지나자 더 이상 땀이 나지 않고 더위가 느껴지지 않으면서 몸이 상쾌해졌습니다.” 위는 《유용우 한의사의 맨발걷기 처방전》 책 앞부분에 나오는 내용이다. 이런 ‘처방전’ 류의 책들은 그저 논리에 치우친다는 느낌을 받기가 일쑤인데 이 책은 직접 유용우 한의사가 환자를 치료하고 자기 건강을 위한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 위처럼 실제 몸으로 체득한 내용을 풀어 놓았다는 데 매력이 있다. 유용우 한의원을 방문해 보면 원장실에 맨발걷기를 해볼 수 있는 도구들을 준비해 놓고 수시로 걷는 모습을 목격할 수도 있다. 책에서 유용우 한의사는 “맨발걷기는 마라톤의 ‘러너스하이(runners’ high)‘ 같은 일체감을 가장 쉽고 자주 느낄 수 있는 운동법입니다. 몸과 마음이 완전히 하나가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며칠 전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말 "세종대왕 동상이 앞에 있는데 그 뒤편에 보이는 한자로 쓰인 현판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한 말에 누리꾼 가운데는 “수도 서울 한복판 광화문 현판 한글로 바꿉시다.“라고 댓글을 단 사람이 있는가 하면 ”힘들게 복원한 거 그냥 둬라, 한자로 쓰여있다 해서 한국 역사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라고 부정적인 댓글을 쓴 사람도 있었습니다. 여기서 반대 댓글을 단 누리꾼들을 보면 유 장관의 뜻을 제대로 헤아려 볼 생각 없이 무조건 반대만 한 것도 있어 보여서 안타까웠습니다.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지금 달려있는 광화문 한자 현판은 세종 때의 원형도 아니고 고종 때 훈련대장 임태영이 세종 때 ’원형‘을 모른 채 썼는데 그것도 훈련대장이 직접 썼던 것이 아닌 복제품이어서 그 현판을 붙이는 것은 일반적으로 말하는 문화재로의 복원이 아닌 것입니다. 광화문은 한문에 능통했던 세종임금이 자기 기득권을 버리고 백성을 위해 훈민정음을 창제했던 경복궁의 정문인데 한자로 복제품을 만들어 붙이는 것은 문제입니다. 한글은 작은 중화를 벗어난 자주 문화를 상징합니다. 많은 세계인이 광화문을 배경으로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원컨대 이 향과 꽃이 법계에 두루 하여 미묘한 광명의 토대가 되게 함으로써 모든 하늘의 음악과 하늘의 보배 향 모든 하늘의 좋은 음식과 하늘의 보배로운 옷 헤아릴 수 없는 묘한 법의 티끌이 되어 하나하나의 티끌에서 일체의 부처가 나오고 하나하나의 티끌에서 일체의 가르침(법)이 나오니 걸림 없이 돌면서 보기 좋게 장엄되어 두루 일체의 불국토 가운데 이르고 시방법계의 삼보님 앞에 이르러 그곳에 이 몸이 있어 공양을 올리게 하옵소서 무대에서는 나비춤을 추고 ‘향화게(香花偈)’를 게송한다. 불자가 아니어도 나비춤과 게송에 나도 모르게 빨려 들어간다. 민속학자 임동권은 이애주춤 법열곡에 대해 “좋은 춤이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춤이 아니라 스스로 내면의 감춰진 세계를 밖으로 내뿜는 춤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나. 바로 어제(5월 25일) 저녁 5시 서울 남산국악당에서 열린 <법열곡(法悅曲)> 공연은 바로 그러했다. 이 공연은 고 이애주 선생의 <법열곡>이 세상에 선보인 지 30년이 지난 2024년, 그의 제자들이 마음을 모아 스승이 남기고 간 춤의 원리를 탐색하는 자리를 만든 것이다. “스님,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조선시대 장애인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과 복지정책은 오늘날보다 훨씬 선진적이었는데 장애가 있어도 능력만 있다면 얼마든지 벼슬을 할 수가 있었지요. 예를 들면 조선이 세워진 뒤 예법과 음악을 정비하고 나라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 큰 공을 세운 허조(許稠, 1369~1439)는 어려서부터 몸집이 작고 어깨와 등이 구부러진 꼽추였습니다. 하지만 허조는 태종이 선위할 때 '이 사람은 내 주춧돌이다.'라며 적극적으로 추천했고 결국 세종은 그를 좌의정에 올렸지요. 허조는 자기관리가 매우 철저했음은 물론 뇌물, 축재, 여색 등 부정부패와는 정말 완전히 담을 쌓은 벼슬아치였습니다. 자타공인 청백리인 맹사성조차 흑역사가 있었을 정도였지만, 허조는 정말 탈탈 털어도 먼지 한 톨 안 나오던 인물이었다. 이런 철저한 청백리 기질 때문에 조말생이 거액의 뇌물로 치부한 사건이 드러났을 때 세종이 파직하는 걸로 사건을 덮으려 들자 가장 강력하게 맞서서 조말생의 처형하라고 했을 정도였지요. 그 밖에 간질 장애인이었던 권균(權鈞, 1464~1526)은 이조판서와 우의정에 오르고 영창부원군에까지 봉해졌으며, 사팔뜨기였던 번암 채제공(蔡濟恭)은 영의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봄날은 간다 - 김윤아 눈을 감으면 문득 그리운 날의 기억 아직까지도 마음이 저려 오는 건 그건 아마 사람도 피고 지는 꽃처럼 아름다워서 슬프기 때문일 거야, 아마도. 봄날은 가네 무심히도 꽃잎은 지네 바람에 머물 수 없던 아름다운 사람들 가만히 눈감으면 잡힐 것 같은 아련히 마음 아픈 추억 같은 것들 유지태ㆍ이영애 주연, 허진호 감독의 영화 <봄날은 간다>가 지난 2001년 개봉됐었다. 현실에는 없을 것 같은 순박하기 짝이 없는 남자주인공의 순애보 같은 사랑 이야기. 이 영화가 개봉된 뒤 ‘라면 먹고 갈래요?’,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라는 대사가 유행어로 등극하기도 했었다. 영화가 펼쳐지는 내내 깔끔한 카메라 기법으로 사랑의 상처와 치유에 대한 담론을 끄집어내는 데에 성공하였다는 평가받았다. 이 영화에 삽입된 김윤아의 <봄날은 간다> 노래는 남에게 곡을 주는 것도 받는 것도 손에 꼽힐 만큼 적은 자작가수 김윤아가 남의 노래를 받아서 부른 정말 흔치 않은 경우였다. 일본 마츠토야 유미가 작곡했고, 김윤아가 작사한 노래로 여기서 김윤아는 담담하게 하지만, 애절하게 노래를 부르고 있다. “눈을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지난 4월 9일 문화재청은 수도 성곽인 한양도성, 대피성인 북한산성과 함께 조선후기 도성 방어체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문화유산인 「탕춘대성」을 국가지정문화유산 사적으로 지정했습니다. 한양도성과 북한산성을 연결하고 있는 「탕춘대성」은 3개의 성이 유기적인 하나의 도성 방어체계를 구축하여 운용될 수 있도록 쌓은 독창적인 방어성입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뒤 도성 방어체계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하여 숙종 41년(1715년) 축조를 시작하여 영조 30년(1754년)에 완성하였지요. 「탕춘대성」은 평시에는 성안에 설치된 군량 보관창고인 평창(平倉)을 지키고, 전시에는 평창(平倉)에 비축했던 군량을 한양도성과 북한산성에 보급하는 기지 역할을 하였다. 한양도성을 지키기 어려워지면 조정과 도성민이 북한산성으로 안전하게 피난할 수 있는 통로가 되어 조선후기 3개의 성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새로운 방식의 도성 방어체계를 구축하는 데 이바지했습니다. 특히, 성곽의 잔존상태가 좋으며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인접한 성을 연결하면서 군량 보급과 지휘를 하는 배후 성으로 한양도성, 북한산성과 함께 조선후기 도성 방어체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혜원(蕙園) 신윤복(申潤福, 1758?~1817 이후)은 조선후기를 대표하는 풍속화가로 그의 그림으로는 <미인도>, <단오도>, <월하정인도> 등이 유명합니다. 별로 알려지지 않은 신윤복의 그림 가운데는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아기 업은 여인〉이 있습니다. 이 그림은 1910년 이왕가박물관(李王家博物館, 현 국립중앙박물관)이 일본인 곤도(近藤佐五郞)로부터 산 화첩 속에 포함되어 있지요. 이 화첩에는 김두량, 김득신, 김후신, 이인문, 변상벽, 그리고 강세황 같은 쟁쟁한 화원들의 그림도 들어있습니다. 그런데 이 그림의 오른쪽에는 “蕙園申可權字德如(혜원신가권자덕여)”라는 글이 적혀 있습니다. 이에 따라 신윤복의 본명이 신가권이며, 자(어른이 되어 다시 붙인 이름)는 ‘덕여(德如)’임이 밝혀졌지요. 따라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신윤복은 그의 필명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간송미술관에 소장된 유명한 〈미인도〉 그림에도 ‘신가권’이라는 도장이 찍혀 있습니다. <아기를 업은 여인>은 그림이 화면 왼쪽에 자리 잡았고, 오른쪽에는 그림에 대한 감상을 적은 부설거사(扶辥居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세종대극장의 까만 무대 위에 새하얀 문관의 옷을 입은 24인 무용수가 전통 문무와는 반대로 오른손에는 적(翟)을, 왼손에는 약(籥)을 들고 무대를 꽉 채운다. 아니 그 큰 무대에 24인의 무용수만으로도 꽉 찬다는 느낌을 받았다. 역대 임금의 문덕을 찬양하는 '보태평' 음악에 맞춰 느리고 진중한 전통의 춤사위가 시작된다. 1막 일무연구 중 '전폐희문지무'가 공연되는 내내 나는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을 만큼 감동의 연속이었다. 이 춤 만으로도 종묘제례가 왜 유네스코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으로 뽑혔는지 알 수 있게 하는 숨 가쁜 순간이었다. ‘줄을 지어 행하는 춤’이라는 뜻으로 ‘일무(佾舞)’라 부르는 이 춤은 유네스코 세계인류무형유산 '종묘제례악'의 의식무인 일무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독보적인 스타일을 구축해 온 정구호가 연출과 시노그래피를 받았고, 정혜진ㆍ김성훈ㆍ김재덕의 안무에 서울시무용단의 무용수들이 함께해 2022년 탄생했다. 세종문화회관 대표 공연으로 자리 잡은 '일무'는 초연 이후 끊임없이 변화해 2023년 재공연 매진, 뉴욕 링컨센터 초청공연 전회차 매진 등 의미 있는 기록을 써온 작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소만(小滿) - 나희덕 이만하면 세상을 채울만하다 싶은 꼭 그런 때가 초록에게는 있다 조금 빈 것도 같게 조금 넘을 것도 같게 초록이 찰랑찰랑 차오르고 나면 내 마음의 그늘도 꼭 이만하게 드리워지는 때 초록의 물비늘이 마지막으로 빛나는 때 소만(小滿) 지나 넘치는 것은 어둠뿐이라는 듯 이제 무성해지는 일밖에 남지 않았다는 듯 나무는 그늘로만 이야기하고 그 어둔 말 아래 맥문동이 보랏빛 꽃을 피우고 소만(小滿) 지나면 들리는 소리 초록이 물비린내 풍기며 중얼거리는 소리 누가 내 발등을 덮어다오 이 부끄러운 발동을 좀 덮어다오 모레, 5월 20일은 24절기 가운데 여덟째 ‘소만(小滿)’으로 이 무렵에 햇볕이 풍부하고 만물이 점차 자라 온 세상이 가득 찬[滿]다는 뜻이 들어 있다. 또 이때는 이른 모내기를 하며, 여러 가지 밭작물을 심는다. 소만에는 씀바귀 잎을 뜯어 나물해 먹고, 죽순을 따다 고추장이나 양념에 살짝 찍어 먹는 것도 별미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여름에 접어드는데 들판에는 밀과 보리가 익고, 슬슬 모내기 준비를 한다. 또 이 무렵 산에서는 뻐꾸기가 울어대며, 아카시아와 찔레꽃 향기는 바람을 타고 우리의 코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