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답사 날짜> 2021년 9월 2일 목요일 <답사 참가자> 이상훈, 박인기, 우명길, 원영환, 최돈형, 홍종배 등 모두 6명 <답사기 작성일> 2021년 9월 10일 금요일 평창강 제10구간은 한반도면사무소에서부터 한반도뗏목마을을 거쳐 한반도지형 전망대에 이르는 6.8km 거리이다. 지난 7월과 8월은 더위를 핑계 대고 답사를 쉬었다. 답사 참여자들이 다리가 튼튼하기는 하지만 모두 나이가 70을 넘었기 때문에 젊은 시절과는 다르다. 한여름 땡볕에 땀을 뻘뻘 흘리며 길을 걷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라고 생각이 되어 찬반 의견을 물었더니 모두가 찬성하여 두 달을 쉬었다. 이제 많이 친해진 얼굴들을 두 달 만에 다시 보니 반가웠다. 영월은 삼한시대에 진한(辰韓) 땅이었다. 한강을 점령한 백제의 세력이 커지면서 백제에 속하였는데 100가구가 겨우 넘는 작은 지역이라는 뜻으로 백월(百越)이라 불렀다. 고구려 장수왕의 남하정책으로 죽령 이남까지 영토가 확장되면서 백월이 내생군(奈生郡)으로 바뀌었다. 통일신라 시대의 행정 구역 개편 때 내성군(奈城郡)이라고 이름을 바꾸었다. 고려 초인 940년(태조 23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한강의 발원지가 바뀌자 우통수가 있는 평창군은 섭섭했다. 특히 월정사 측에서 실망이 컸다. 그래서 평창군과 월정사가 공동으로 주관하여 2015년에 월정사성보박물관 옆에 ‘한강시원지체험관’을 만들었다. 얼마 전에 내가 체험관에 들어가 보았는데, 우통수 모형관을 만들어 놓았다. 한강의 근원을 언급한 가장 오래된 문헌인 《세종실록지리지》에 “오대산 수정암 옆에 물이 솟아 나오는 샘이 있는데, 색과 맛이 보통과 다르고 그 무게 또한 그러하여 우통수라 한다. 우통수는 금강연이 되고 한수(漢水)의 근원이 된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한수는 한강의 옛 이름이다. 한강의 발원지 지위를 검룡소에 넘겨주고, 이제 우통수는 한강의 ‘역사적 시원지’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었다. 대학 동창생들이 모여서 수다를 떨다 보니, 아무래도 다른 동창생 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1974년 군에서 제대한 뒤에 한국교육개발원에서 연구원으로 근무를 했다. 그때 동창인 ㄱ 교수를 나의 사촌 여동생에게 중매한 적이 있다. 중매는 실패하였고, 간호사였던 여동생은 다른 남자와 결혼하여 미국으로 가서 잘살고 있다. 그런데 나는 ㄱ 교수가 왜 여동생이 싫다고 했는지 물어보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1945년 해방 직후 아시아 최빈국이었던 우리나라는 오늘날 세계 10위권의 경제 규모와 1인당 국민소득 33,000달러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하였다. 그러나 모든 국민이 성장의 혜택을 골고루 받지는 못하고 빈부격차와 도농격차로 인한 불평등이 심해지고 있다.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국민의 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 사회의 발전 목표를 이제는 국민소득 증가에서 국민행복 증가로 바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도시와 농촌의 격차는 나날이 심각해진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0 농림어업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농업인구는 전체 인구의 4.5%인 231만 명에 불과하다. 필자가 사는 평창군의 면적(1464km2)은 서울시 면적의 2.4배에 달하지만, 인구수는 겨우 42,000명에 불과해서 서울이나 부산의 1개 동의 인구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농민 1인당 경작면적은 0.68ha(약 2,000평)에 불과하며 가구당 농가소득은 연 3,300만 원(주: 1인 가구를 포함한 2019년 통계)에 불과하다. 농지의 감소로 식량생산량도 줄어들고 있다. 쌀은 자급한다고 해도, 나머지 곡류와 가축 사료를 수입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길 따라 걷다 보니 가양과 함께 걷게 되었다. 그는 환경교육에 관해서는 우리나라 최고의 전문가다. 한국교원대 환경교육과 교수로 은퇴한 이후에도 그는 국가환경교육센터장 직을 5년이나 잘 수행하였다. 나는 그와 함께 중학교 환경 교과서를 만든 경험이 있다. 분야별로 교수 여러 명이 참여해 함께 작업을 했는데, 그가 팀장을 맡았었다. 그는 일 처리가 꼼꼼하고 기획력과 추진력이 대단해서 우리는 그에게 ‘등소평’이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다. 자연과 꽃과 나무에 대한 호기심이 조금도 식지 않은 가양은 왼편 언덕 비탈에 있는 붉은 꽃을 사진 찍었다. 나리꽃 종류인 줄은 알겠는데, 이름을 정확히 모르겠단다. 나중에 이름을 알아보겠다고 한다. 나리는 우리말이고 백합(百合)은 한자말이다. 나리와 백합은 같은 이름이다. 그런데 백합에서 백은 ‘흰 백(白)’이 아니고 ‘일백 백’이다. 나리의 알뿌리는 많은 수의 비늘줄기로 이뤄져 있는데, 그 수가 100개쯤 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식물도감을 찾아보면 나리꽃이라는 꽃은 없다. 참나리, 땅나리, 솔나리, 하늘나리, 말나리, 하늘말나리 등등이 모두 나리꽃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진짜 나리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답사 날자> 2021년 6월 24일(목) <답사 참가자> 이상훈 박인기 우명길 이규석 원영환 최돈형 홍종배, 모두 7명 <답사기 작성일> 2021년 7월 6일(화) 이날 걸은 평창강 따라 걷기 제9구간은 영월군 한반도면 광전리 소오목2교에서 한반도면 광전리 한아름민박집 앞 평창강가에 이르는 9km 거리이다. 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 한반도면의 일기예보를 확인하여 답사팀 카톡방에 올렸다. 그런데 석영은 답사 참가를 뒤늦게 결정하는 바람에 제시간에 출발하는 기차표는 매진되고 1시간 먼저 출발하는 기차표를 겨우 구했다고 한다. 그는 오전 8시 40분에 평창역에 도착하였다. 그는 국문과 교수를 해서 그런지 몰라도 감성이 매우 풍부한 친구다. 그는 아침 9시 20분에 답사팀 카톡방에 “오늘 행로에 전경으로 드리우는 한시 한 편입니다”라고 서문을 달아 다음과 같은 시를 올렸다. 雨餘庭院靜如掃 風過軒窓凉似秋 우여정원정여소 풍과헌창량사추 山色溪聲又松籟 有何塵事到心頭 산색계성우송뢰 유하진사도심두 비 갠 뒤 정원은 비질한 듯 고요하고 들창에 바람 들자 가을인 양 서늘하다. 산빛과 냇물 소리 솔가지 퉁소 소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조선일보 2021년 12월 6일 자 인터넷판에 매우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가 올랐다. 제목: 그린피스 창립자 ”한국 탈원전은 폰지 사기극“ ”‘태양광이나 풍력만으로 에너지 전환을 할 수 있다고 세뇌하고, 친환경이라는 구실로 국민에게 값비싼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라고 하는 것은 주식시장으로 치면 ‘폰지 사기’와 같습니다.‘ 세계적 환경단체 그린피스(Greenpeace) 창립자 중 한 명인 패트릭 무어(74) 박사는 최근 본지 이메일 인터뷰에서 한국 탈원전 정책에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폰지 사기는 1920년대 미국에서 찰스 폰지가 벌인 사기 행각에서 유래된 말로, 이윤 창출 없이 신규 투자자들이 투자한 돈으로 기존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지급하는 다단계 금융사기를 일컫는다.“ 이 기사가 나왔을 때는 12월 초로서 양당의 대선 후보가 치열하게 다투고 있는 와중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선언한 탈원전 정책이 시험대에 올라와 있었다. 여당의 이재명 후보는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계승할 것으로 예측되었다. 조선일보 기사는 야당 후보의 탈원전 포기 정책을 지원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과거에 견줘 조선일보의 영향력이 많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은곡은 어디서나 막걸리를 즐겨 마신다. 술이 들어가자 기분이 좋아진 은곡은 주인장에게 허락을 받고서 판소리 춘향전의 한 토막을 무반주로 구성지게 하였다. 나는 단골메뉴인 사철가를 했는데, 은곡이 추임새를 적절하게 넣어주어서 소리하기가 한결 수월했다. 우리는 1시 45분에 식당을 출발하였다. 82번 도로를 따라 조금 가자 왼쪽으로 강 따라가는 좁은 길이 나타난다. 이 길은 도로표지판에 장충동길이라고 쓰여 있다. 영월군청 누리집에서는 장충동에 대해서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다. 장충동(長忠洞)은 영월군 서면 광전리 매운(梅雲)과 평창강을 사이에 두고 형성된 마을로서, 충주 지(池)씨가 개척한 지씨 집성촌이다. 원래 주녹골(朱帥谷)이라고 불렀는데 주녹골의 유래는 마을 뒷산에 예부터 노루와 사슴이 많았으므로 '주녹골'이라 하였다. 지계최(池繼崔) 장군이 병자호란 때 나라에 큰 공을 세웠으므로 '장충동(長忠洞)'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평창강 따라 나 있는 장충동길은 콘크리트 포장이 되어 있다. 넓이는 차가 한 대 지나갈 정도인데, 중간중간에 교차를 할 수 있도록 조금 넓은 지점을 만들어놓았다. 장충동길로 들어서자 바로 장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산에는 녹음이 우거졌다. 봄꽃은 다 졌고, 이제는 여름꽃이 많이 보인다. 흰꽃으로는 데이지(정확한 이름은 샤스타 데이지)가 많이 보이고, 노란꽃으로는 금계국이 곳곳에서 보인다. 군데군데 노란 애기똥풀도 보이고. 강에는 다슬기를 잡는 사람과 낚시하는 사람이 보인다. 물고기를 잡아먹는 백로와 가마우지도 보인다. 감자밭에서는 하얀 감자꽃이 벌써 피었다. 옥수수밭에서는 옥수수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세상 만물은 계절의 변화에 순응하면서 조화롭게 공존하고 있다. 82번 도로를 따라 계속 내려가자 판운교가 나타났다. 판운교를 지나 이제는 강을 왼쪽에 두고 계속 걸었다. 조금 더 걸어가자 오른쪽에 영월화석박물관이 나타났다. 답사팀의 일원인 석주는 전공이 지구과학이다. 나는 박물관에 도착하기 전에 석주에게 박물관에 가면 화석에 대한 설명을 좀 해달라고 미리 부탁을 해두었다. 그런데 12시에 박물관에 도착했는데, 코로나로 인하여 휴관 중이다. 좋은 기회인데, 아쉬웠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영월군에는 박물관이 많다. 《영월군지》를 읽어보니, 영월군에서는 2005년부터 ‘박물관 고을사업 육성’을 시작하였다. 그 결과 2005년에 8개였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지난 2021년 10월 19일 환경운동연합에서는 <녹조라떼로 키운 채소에서 발암물질 남세균 독소 검출>이라는 제목으로 보도 자료를 발표했다. 같은 날 탐사 보도 전문 매체인 뉴스타파에서는 환경운동연합의 발표를 유튜브(https://www.youtube.com/watch?v=dAf3GnHb3r8)로 보도하였다. 보도 자료의 내용은 필자에게는 매우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환경운동연합의 보도는 낙동강 녹조 물로 키운 상추잎에서 남세균 (Cyanobacteria)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Microcystin)이 9 마이크로그램(µg/kg) 검출됐다는 내용이었다. 나라 밖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의 농작물 축적 사례는 여럿 보고됐으나, 국내 검출이 보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립 부경대의 이승준 교수와 이상길 교수팀이 수행한 연구 결과를 근거로 한 보도 자료에 따르면 성인이 낙동강 물로 재배한 상추잎 6장만 먹어도 마이크로시스틴의 WHO 기준치를 초과한다. 4대강 사업 이후 낙동강에서는 ‘녹조라떼’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대규모 녹조 창궐이 해마다 발생한다. 낙동강은 부산과 대구 등 영남권에 사는 1,000만 국민의 생활용수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답사 날짜> 2021년 6월 8일(화) <답사 참가자> 이상훈 우명길 이규석 원영환 홍종배 최돈형 모두 6명 <답사기 작성일> 2021년 6월 19일(토) 이날 걸은 평창강 따라 걷기 제8구간은 평창읍 대하리 연화사 입구에서 출발하여 영월군 한반도면 광전리 소오목2교에 이르는 11km 거리다. 영월군의 위치는 아래 영월군 위치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영월군은 2개 읍 7개 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림3을 보면 평창강은 영월군의 주천면, 한반도면, 남면, 그리고 영월읍을 지난다. 평창강은 제8구간부터는 영월군 지역을 흐른다. 평창강은 구불구불 남쪽으로 흐르다가 한반도지형 부근에서 주천강을 받아들인다. 평창강과 주천강이 합류하는 지점부터 영월읍 남쪽에서 동강(東江)과 만나는 지점까지의 구간을 영월 사람들은 서강(西江)이라고 부른다. 영월의 서쪽에 있는 강이라는 뜻일 것이다. 지금까지 평창강을 따라 걸으면서 실감한 것은 산과 산 사이로 강물이 흐른다는 사실이다. 평창강이 시작되는 백옥포리에서 영월 남쪽 평창강의 끝까지 직선거리는 60km지만 길이는 220km나 되니 얼마나 강이 돌고 돌아 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