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나는 금년 여섯 살 난 처녀애입니다. 내 이름은 박옥희이구요 우리 집식구라고는 세상에서 제일 이쁜 우리 어머니와 단 두 식구뿐이랍니다. 아차, 큰일 났군, 외삼촌을 빼 먹을 뻔했으니......” 주요섭의 《사랑손님과 어머니》의 첫 부분입니다. 고등학교 시절 그 가슴 아프고 절절한 사랑의 이야기를 배우면서 내용보다는 일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쓴 소설이 중요하다고...... 선생님은 그것을 많이 강조했던 것 같습니다. 감성적인 이야기를 상급학교 진학의 도구로 배워야 했던 시절의 이야기이고 보면 시 한 줄, 수필 한 편 모두 해부학처럼 분석적으로 접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마음의 울림이 중요한 것인데 말이지요. 혹자는 ‘사랑손님과 어머니’를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로 잘못 알고 있기도 합니다. 옛날 살만한 집엔 안방과 사랑방이 따로 존재했습니다. 안방은 그 집의 중심이 되는 방으로 부부가 생활을 같이했지만 낮엔 주로 안주인이 차지하고 있었던 공간이고 바깥주인은 건넌방으로 가서 책을 읽거나 손님을 맞이하였는데 이를 사랑방이라고 불렀습니다. 사랑방은 한자로 ‘舍廊房’으로 표기합니다. 세 글자 모두 집이란 의미로 사랑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농부아사침궐종자(農夫餓死枕厥種子)”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농부는 굶어죽더라도 종자는 베고 죽는다는 뜻이지요. 아무리 궁핍하더라도 내년에 심을 종자는 남겨둔다는 의미랍니다. 그런데 요즘엔 그 말이 통하지 않습니다. 씨앗을 종묘상에서 구입해 쓰지 않고는 다수확을 기약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 주변에서 토종 씨앗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우리 기후와 풍토에 잘 적응한 작물의 씨앗을 포기하고 외래종을 선택하는 이유는 수확량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해마다 거액의 돈이 외국의 종자상으로 흘러 나갑니다. 심지어는 유전자를 조작하여 씨앗이 싹트지 못하게 불임씨앗을 만들어 판매하는 회사도 있어 국부의 유출이 심각한 것이 현실입니다. 옛날 어릴 적에는 자주감자가 대세였습니다. 길쭉길쭉 한데다 크기가 작고 생으로 먹으면 아주 아린 맛이 나는 감자이지요. 그 감자는 껍질이 두꺼워서 집집마다 달챙이 숟갈이라고 부르는 반쯤 달아 없어진 숟가락으로 껍질을 벗겼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하얗고 매끈매끈한 외래 감자가 들어오더니 그 토종감자는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고 말았습니다. 요즘은 토종감자를 보기가 하늘에 별달기만큼이나 어렵지요. 랜드레
[우리문화신문=정운복 기자] 강원도 양구여자고등학교 정운복 교사의 글을 연재합니다. 교육자로서 세상을 바라보는 깨끗한 눈으로 글을 씁니다. 길지 않은 글이지만 큰 울림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편집자말) 세계에는 약 6,800개의 언어가 존재한다고 합니다. 언어는 단순한 의사소통의 수단이 아닙니다. 그 속에는 문화를 비롯한 정신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매스미디어와 인터넷의 발달로 인하여 금세기 말에는 언어의 90%인 6,000여개가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문제는 언어가 사라지는 것보다 다양한 정신문명이 함께 소멸한다는 것에 있지요. 우리나라는 훈민정음이라는 매우 우수한 부호체계로 이루어진 한글을 갖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록된 문자이기도 하지요(1997년 등재) 그런데 우리나라 국어정책은 물론 국민들도 한글에 대한 관심도가 적습니다. 우리나라는 개인을 제외하고 정부와 지자체가 세운 영어를 위한 예산이 한글을 위한 예산보다 무려 37배나 높습니다. 영어 사교육까지 거론한다면 계산할 수조차 힘든 천문학적인 돈이 영어를 위해 쓰입니다. 심지어 옛날에는 공문과 회의를 영어로 진행할 것과 영어를 제2공용어로 지정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