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불볕더위 속에 기다린 가을바람이 살랑 불고 매미가 떠난 푸른 숲에서 귀뚜라미 세레나데 울리면 가을이 성큼성큼 다가옵니다. 지붕에 뜬 하얀 달덩이 대청마루에 늘린 빨간 고추 알밤송이 툭툭 떨어진 숲속에 다람쥐가 쪼르르 나무를 타면 가을만찬이 분주합니다. ... 박소정, <가을은 당신의 선물입니다> 가운데서 "가을이구나. 드디어 아들 며느리도 손주들과 함께 모이는구나. 그동안 부쩍 큰 손주들, 이미 가슴을 넘긴 키를 몸으로 대어보고 칭찬을 해주자. 애들도 입맛이 살아나 잘들 먹겠구나. 그 애들이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더라?" 지난달 한가위를 앞두고 우리 부부는 고민을 한참을 했다. 애들이 와서 하루건 이틀이건 자고 갈 것인데, 한가위 날 아침을 잘 먹고 나서 애들에게 무엇을 보여주어야 하는가? 그네들이 못 보는 것은, 집 주위 산책길에 있는 밤나무에서 알밤을 주워보는 체험을 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이미 알밤이 거의 다 떨어지고 땅에 떨어진 밤송이들도 짙은 갈색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였다. 애들에게 알밤이 들어있는 밤송이를 보여주고 그것을 발라보는 체험을 하게 해주면 좋을 텐데... 어릴 때 부모를 따라 대
[우리문화신문 = 금나래 기자] 바야흐로 알밤의 계절이다. 지난 여름 무더위와 폭우 등 궂은 날씨 속에서도 꿋꿋이 견뎌내어 튼실한 결실을 맺은 알밤을 줍는 아낙의 손놀림이 바쁘다. 한가위 제사상에 빼놓을 수 없는 알밤은 솥에 넣고 푹 쪄먹는 맛도 일품이다. -지리산 문척마을에서-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알 밤 - 유가형 공기가 꼬들꼬들 마르니 고추잠자리 군무에 가을하늘 노을이 빨갛게 군불 지핀다. 고슴도치들이 밤나무에 주저리 주저리 떨어질듯 무겁게 붙어있고 지금 고슴도치의 해산 준비로 분주하다 하얗게 자궁문이 열리나 보다 호동그렇게 놀란 감나무 수백 개의 등불이 일제히 켜졌다 임박한가 보다 외마디 소리에 나는 눈을 짝 감았다 툭! 툭! 일란성 세쌍둥이다! 바닥에 검붉은 가을빛이 쏟아진다 저 해산의 황홀함이라니... “어디선가 밤꽃 향기가 물씬 난다. / 강렬한 생명의 냄새 / 나도 모르게 불쑥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났다“ 한 시인은 밤꽃의 향기를 이렇게 노래한다. 6월이 되면 벌들을 유혹하는 밤꽃의 향기가 물씬 나고 그 향기는 생명의 향기란다. 그런데 그 향기에 견주면 그 열매는 그 어떤 동물도 쉽게 범할 수 없다. 밤송이는 날카로운 가시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과실이 오히려 달콤한 향기를 풍기며 동물들을 유혹하는 것과는 다르다. 그것은 다른 과실들은 그 안에 씨앗을 품고 있어서 동물들이 먹고 뱉은 씨앗이 자신의 또 다른 과실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밤은 달콤한 향기도 나지 않을뿐더러 심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