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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처서, 창을 든 모기와 톱을 든 귀뚜라미

[한국문화재발견]

[한국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오늘은 24절기 가운데 열넷째 처서(處暑)다. 여름이 지나면 더위도 가시고 신선한 가을을 맞이하게 된다는 뜻으로, 더위가 그친다는 뜻에서 붙은 이름이다. 흔히 처서는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라고 할 정도로 여름이 가고 가을이 드는 계절의 이치를 잘 보여주는 때다. 또 이즈음은 농사철 가운데 비교적 한가한 때여서 어정거리면서 칠월을 보내고 건들거리면서 팔월을 보낸다는 “어정 칠월, 건들 팔월”이란 말도 한다. 옛 사람들은 처서 때를 3후(候)로 나누어 초후(初候)에는 매가 새를 잡아 늘어놓고, 중후(中候)에는 천지가 쓸쓸해지기 시작하며, 말후(末候)에는 논벼가 익는다고 하였다.  

처서 무렵의 날씨는 한해 농사의 풍흉(豊凶)을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비록 가을의 기운이 왔다고는 하지만 햇살은 여전히 따가워야 하고 날씨는 맑아야 만이 벼의 이삭이 패고, 잘 성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 한꺼번에 성한 것을 비유적으로 이를 때 “처서에 장벼(이삭이 팰 정도로 다 자란 벼) 패듯”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처서 무렵의 벼가 얼마나 잘 익어 가는지 보여주는 속담이다. 경남 통영에서는 ‘처서에 비가 오면 십리 천석을 감하고, 백로에 비가 오면 십리 백석을 감한다.’라고 하며, 전북 부안과 청산에서는 ‘처서날 비가 오면 큰 애기들이 울고 간다.’라고 하는 말이 있음은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 처서가 되면 옷을 말리고 책을 말리고 (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 처서 무렵 사고에서 포쇄별감이 실록을 말렸다.(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옛 사람들은 이때 여름 동안 장마에 젖은 옷이나 책을 음지(陰地)에 말리는 음건(陰乾)이나 햇볕에 말리는 포쇄[]를 하는 풍습이 있었다. 특히 조선시대 나라에서는 “포쇄별감(曝別監)”이란 직책을 두어 사고(史庫)에서 《조선왕조실록》을 점검하여 축축한 책은 바람을 쐬거나 햇볕에 말리던 일을 하도록 했다. 이제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기운을 느끼게 되는 계절이기에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라고 한다. 

“처서에 창을 든 모기와 톱을 든 귀뚜라미가 오다가다 길에서 만났다. 모기의 입이 귀밑까지 찢어진 것을 보고 깜짝 놀란 귀뚜라미가 그 사연을 묻는다. ‘미친놈, 미친년 날 잡는답시고 제가 제 허벅지 제 볼때기 치는 걸 보고 너무 우스워서 입이 이렇게 찢어졌다네.’ 라고 대답한다. 그런 다음 모기는 귀뚜라미에게 자네는 뭐에 쓰려고 톱을 가져가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귀뚜라미는 ‘긴긴 가을밤 독수공방에서 임 기다리는 처자․낭군의 애(창자) 끊으려 가져가네.’라고 말한다.”

 

   
▲ 처서, 모기와 귀뚜라미의 대화(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남도지방에서 처서와 관련해서 전해 오는 이야기다. 귀뚜라미 우는 소리를 단장(斷腸), 곧 애끊는 톱소리로 듣는다는 참 재미있는 표현이다. 절기상 모기가 없어지고, 이때쯤 처량하게 우는 귀뚜라미 소리를 듣는 시기의 정서를 잘 드러낸다. 이제 자연의 순리는 여름은 밀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