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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업의 우리말은 서럽다

우리 토박이말의 속뜻 - ‘메다’와 ‘지다’

[우리말은 서럽다 27]

[우리문화신문=김수업 명예교수]  우리가 어릴 적에는 책가방을 어깨에 메고 학교에 다녔으나, 요즘은 유치원생에서 대학생까지 모두 책가방을 등에다 짊어지고 다닌다. 그러면서도 책가방을 지고 다닌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모두들 메고 다닌다고 한다. 그만큼 우리가 말뜻을 올바로 가려 쓰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이다. 메느냐 지느냐 하는 것은 책가방이냐 아니냐에 달린 것이 아니라, 어깨에만 맡기느냐 등에다 맡기고 어깨는 거들기만 하느냐에 달린 것이다.

‘메다’는 어깨에다 무엇을 걸치거나 올려놓는 노릇이다. 이때 ‘무엇’이란 장대나 통나무, 보따리나 보퉁이를 비롯하여 어깨에 얹혀 있을 만하면 가릴 것이 없다. 그러나 반드시 한 쪽 어깨에만 맡겨야 메는 것이라 한다. 굳이 두 쪽 어깨에 맡겨도 메는 것일 수가 있지만, 그럴 적에는 한 쪽 어깨에 하나씩 따로 맡겨야 메었다고 할 수 있다.

 

   
▲ 어깨 한쪽에 걸치는 것 "메다", 양 어깨에 걸치는 것 "지다"(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무엇이나 하나를 두 쪽 어깨에다 걸치면 그 무엇은 어쩔 수 없이 등허리 쪽에다 맡기는 수밖에 없고, 그렇게 하면 메는 것이 아니라 지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지다’는 본디 ‘짊어지다’에서 ‘짊어’를 떼어 버리고 쓰는 낱말인데, 무엇을 두 가닥으로 짊어서(뭉뚱그려 단단히 묶어서) 두 쪽 어깨에 걸치고 등에다 얹어 놓는 노릇을 뜻한다. 지는 노릇이 지난날 삶에서는 너무나 종요로워 ‘지게’까지 만들어 무거운 것이라도 쉽게 질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어깨의 도움을 받지 않고 온전히 등에만 맡겨서 지면 그것은 지는 것이 아니라 업는 것이다. ‘업다’는 온전히 등에만 맡겨서 지는 것이지만, 본디 깍지 낀 두 손의 도움을 받지 않을 수가 없는 노릇이다. 오로지 등에만 맡기고 지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깍지 낀 두 손의 도움을 받더라도 오래 업고 있으려면 견디기 어려우므로 띠 같은 것으로 몸통에다 묶는 것을 마다할 수가 없다. 그래서 아이를 업으면 지난날에는 거의 띠로 묶었는데, 요즘에는 그것마저 멜빵 있는 요람을 만들어 등에다 짊어지는 사람이 많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