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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아ㆍ김민서의 음악편지

남상규의 ‘고향의 강’

[디제이 김상아의 음악편지 82] 눈 감으면 떠오르는 고향 기억

[우리문화신문=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오랍드리 풀섶에서 들려오는 여치소리를 자명종 삼아 첫 새벽 여명을 온몸으로 안으며 밭으로 나간다. 밤이 아직 다하지 않은 까닭에 소쩍새와 휘파람새 같은 밤새의 울음소리와 종달새라든가 뱁새 같은 낮 새의 지저귐을 섞어 들으며 감자를 캔다. 호미가 지날 때 마다 하얗게 웃으며 드러나는 감자의 얼굴! 

도연명이 관직의 유혹을 버리고 손에 괭이를 잡은 참뜻은 바로 이런 맛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나 이제 돌아가려네
논밭이 묵어 나는데 어찌 아니 갈손가
여태껏 몸이 마음을 부렸다 하여
어찌 탄식만 할손가 (후략)” 

“젊어서 떠난 고향 늙어서 돌아오니
고향 사투리는 그대로되
머리만 희어졌구나
아이들과 마주치니 서로를 몰라보고
어디서 오는 객이냐고 웃으며 묻는다 (전문)” 

 

나는 감자를 캐는 내내 도연명의 귀거래사(歸去來辭)와 하지장의 회향우서(回鄕偶書)를 흥얼거렸다. 

과연 인간에게 있어서 고향이란 어떤 존재일까? 

나는 그동안 정주민족에게만 향수병이 있는 걸로 알았는데 얼마 전 유목민들도 고향을 그리워한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오죽하면 ‘여우도 죽을 때는 자기가 태어난 곳으로 머리를 두고 죽는다.’ 하지 않던가. 그러고 보면 도회지 생활에 지친 몸을 이끌고 돌아갈 고향이 있다는 것도 행복 가운데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우리 강원도처럼 산과 강, 호수와 온천 거기에다 바다까지 이렇게 골고루 잘 갖추어진 고장에서 태어난 사람은 선택받은 사람일 것이다. 

다른 지방에서는 강원도를 산의 고장으로 알고 있다. 물론 틀린 생각은 아니지만 강의 고장이라고 일컫는 게 더 적합한 표현일 것이다. 남한강과 북한강 그리고 낙동강 같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강들이 강원도에서 발원하질 않는가? 하여 우리도의 이름이 강원(江原)인 것이다. 

오늘은 남일해, 오기택과 함께 우리나라 저음가수의 삼두체제를 구축했던 남상규의 노래를 들으며 추억의 강을 거슬러 올라가 본다. 

 

   
▲ 남상규 "고향의 강" 음반 표지

 눈 감으면 떠오르는 고향의 강
지금도 흘러가는 가슴 속의 강
아아아 아아아아아 어느 듯
세월의 강도 흘러
진달래 곱게 피던 봄날에
이 손을 잡던 그 사람
갈대가 흐느끼는 가을밤에
울리고 떠나가더니
눈 감으면 떠오르는 고향의 강 

산을 끼고 꾸불꾸불 고향의 강
달빛 아래 출렁출렁 가슴 속의 강
아아아 아아아아아 어느 듯
세월의 강도 흘러
진달래꽃이 피면 다시 온다고
이 손을 잡던 그 사람
갈대가 흐느끼는 가을이 가도
그 님은 소식이 없었네
눈 감으면 떠오르는 고향의 강 

 

요즘 우리는 저음가수가 귀한 시대에 살고 있다. 금속성의 날카로운 고음을 내야만 가창력이 있는 가수로 오인되는 까닭이다. 하지만 고음영역은 훈련으로 도달이 가능 하지만 저음은 선천적이어야 한다. 

매혹의 저음가수 남상규는 1939년 충북 청주에서 태어났다. 1960년에 ‘애수의 트럼펫’으로 가요계에 입문하여 1965년 ‘추풍령’의 빅히트로 인기가수 반열에 올랐다. ‘고향의 강’은 1970년에 발표되어 전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다. 

남상규! 

남성들이 남성성을 점차 잃어가는 세상에 살고 있기에 그의 남성적 매력이 더욱 그리워진다. 

<한국방송디스크자키협회 감사, 전 한국교통방송·CBS D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