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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아ㆍ김민서의 음악편지

천재 노래꾼 배호 ‘영월의 애가’

[디제이 김상아의 음악편지 83] 단종의 슬픔 노래로

[우리문화신문=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요즈음 며칠은 배호와 그가 남긴 노래 가운데 가장 슬픈 노래 ‘영월의 애가’ 때문에 애수를 가눌 길 없어 마침내는 영월행 기차표를 끊고야 말았다. 영월은 희미하나마 필자의 어린 시절 발자취가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엄마 손에 이끌리어 돌아보았던 장릉은 그때 그 자리에 여전하고, 청령포 역시 세월의 흐름을 무심히 지켜보고 있으나 변한 건 사람과 사람의 인심이다.

조금의 애상도 느껴지지 않는 관람객들의 표정이나 모든 걸 돈으로 환산하는 상혼에 가뜩이나 착잡한 마음에 씁쓸함이 더해졌다. 북적대는 인파의 소음을 피해 노산대에 올라 서울 쪽을 바라보며 한참을 그 자리에 박혀있었다. 단종은 이곳에서 정치의 비정함에 얼마나 떨었으며 또한 정순왕후를 그리며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을까?

 

   
▲ 배호 ‘영월의 애가’ 수록 음반 표지

바람을 타고 말 위에 앉은 건가
말을 타고서 바람을 재촉하나
단종 단종 어린 단종
단종이 귀양가던 날
아아 울었다 산천도 울었다
영월 땅도 울었다

물결을 타고 나룻배 앉은 건가
나룻배 타고 물결을 재촉하나
단종 단종 어린 단종
단종이 떠나가던 날
아아 울었다 남산도 울었다
한강수도 울었다

 

어느새 내가 단종이 되어 내 볼에도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역사에는 가정이 무의미 하다고는 하나, 만약 문종이 동생 수양대군에게 양위하고 승하 하였다면 아들 홍위(단종)의 운명은 어찌되었을까? 금성대군과 사육신의 단종복위운동이 없었더라도 단종은 천수를 누리지 못했을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마음이 시려온다.

오늘은 한국이 낳은 천재가수 배호가 부른 영월의 애가를 들으며 단종을 기려본다. ‘건방지게 멋있는 가수’라는 세간의 평처럼 배호의 외모와 품행에선 귀골의 티가 흘렀다.

그도 그럴 것이 부친은 도쿄대를 나온 지식인이었고 모친 역시 고등교육을 받은 인텔리 집안이었다. 부친이 중국에서 독립운동을 하는 관계로 배호는 중국 산동성에서 태어나게 된다.

외가 쪽 가계는 아주 훌륭한 음악가족이다. 둘째 외삼촌은 일본 무사시노 음대를 나와 바이올린 주자로 활약했고 메이지대 출신의 셋째 외삼촌 김광수는 KBS 초대 악단장을 역임했다. 막내외삼촌 김광빈 역시 서울음대 교수와 MBC 초대악단장을 지냈다.

그런 유전자를 물려받은 까닭에 배호는 데뷔할 때부터 이미 최고의 가수였다. 5년이라는 짧은 활동기간동안 그는 온갖 상이란 상은 모두 휩쓸며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최고의 가수로 활약했다. 그러한 그도 ‘천재박명’이라는 운명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는지, 신의 질투를 받았는지 1971년 11월 7일 29세라는 황금 같은 나이에 허망하게도 우리들 곁을 떠나고 말았다.
 

<한국방송디스크자키협회 감사, 전 한국교통방송·CBS D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