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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향당교주는 상령산을 변주시켜 연주하는 곡

[국악속풀이 282]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충남 홍성에서 열렸던 <가무악 전국대회> 관련이야기를 하였다. 홍성은 현재 충남의 도청 소재지로 내포문화권의 중심지로 자리 잡아가고 있으며 많은 역사 인물이 배출된 곳이다.

예를 들면 국악과 관련해서는 명고수 이면서 승무, 살풀이 등의 명무였던 한성준을 배출한 예향이며 명공 석사나 선비들이 즐겨 부르기도 했던 시조가 널리 불리기도 한 지역이란 점, 현재, 충청남도는 내포제시조를 무형문화재로 지정하고 있으나 관현악을 비롯하여 지역의 특징을 담고 있는 성악 등, 일반적인 국악의 공연은 활발하지 못해서 전통음악의 불모지가 되어버렸다는 점을 얘기했다.

그럼에도 지역의 예술인들과 유지들이 전통문화의 발굴이나 전승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 이러한 맥락에서 이 <가무악 전국대회>도 홍성군의 축제와 연계시켜 그 규모를 확대시켜 나가는 과정이  돋보였다는 점, 특히 시상식에 앞서 마련한  특별공연에 국악의 명인, 명창 외에도 학생들이나 젊은 연령층이 선호하는 가수들을 초대해 자연스럽게 전통음악과 군민을 연계한 프로그램도 인상적이란 점 등을 이야기 하였다.  



다시 이번 주에는 <향당교주>란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하기로 한다.

향당(鄕唐)이란 말에서 향(鄕)은 향악, 향악곡, 향악기이고, 당(唐)은 당악, 당악곡, 당악기를 아우르는 말이라는 점은 앞에서 이미 설명한 바 있다. 통일신라(남북국시대) 이후, 고려시대에는 송(宋)에서 아악과 당악이 유입이 되었는데, 이러한 음악들은 종래 전래하고 있던 향악과 대별되어 왔던 것이다.

그래서 향악은 동쪽, 당악은 서쪽에 자리를 잡았는데, 그 까닭은 이 두 종류의 음악이 형식, 악기 편성, 장단, 음 높이(Key) 등이 다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향악과 당악을 교대로 연주하다가 합주의 단계로 변화하기 시작하면서 향당교주는 향당합주라는 의미가 되는 것이다.  

조선조 후기로 내려오면서 향악기와 당악기의 합주라는 개념에서 무용반주의 악곡 이름처럼 쓰이기 시작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궁중무보(舞譜)에도 무용의 반주음악으로 <향당교주>라는 이름이 널리 쓰여 왔음을 발견할 수 있다. 《국악대사전》에도 향당교주는 “조선 초기의 기록에는 향당교주나 향당질주 등의 용어가 많이 나오나 이는 대개 향악과 당악을 교대로 연주함을 뜻함이고, 현재의 향당교주와는 다르다.”라고 되어 있다.  


“또 삼현영상회상의 상령산(上靈山)으로 무용반주를 할 때, 쓰는 첫 장단의 가락”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며 또“ 순조 이후의 궁중정재 반주음악에는 주로 향당교주를 사용하였는데, 이때의 향당교주는 현행 삼현영산회상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적고 있다.

국립국악원에서 오랫동안 정재를 지도해 온 궁중무용의 대가, 고 김천흥(1909~2007) 명인이 전하는 이야기에 따르면, 그가 10살 무렵 궁중무용을 배울 때에도 그의 스승들이 “관악 영산회상 상령산을 머릿부분에  다르게 가락을 넣고, 10박 한 장단으로 꾸며 무용반주 음악으로 썼는데, 이를 향당교주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처용무의 최초 예능보유자였던 봉해룡, 김기수, 그리고 처용무 반주음악을 담당하던 박영복, 이석재, 김태섭 등 이왕직아악부 출신의 명인들은 대부분 춤 반주 음악으로 향당교주는 상령산을 변주시킨 곡이라고 전해 주었다.


               

 ▲ 장단의 흐름으로 보면 향당교주는 수제천과 매우 비슷하다. 수제천을 연주하는 국립국악원 정악단


이와 같은 사실들을 참고해 보면, 적어도 100여 년 전에는 <향당교주>라는 악곡명이 관악영산회상의 상령산을 일부 변주시킨 음악으로 통용되어 왔던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까 이 음악은 순수 기악합주음악으로 연주된 예는 찾기 어렵고, 춤 반주, 특히 처용무의 반주 음악으로 쓰여 왔던 것이다.

알고 있는 바와 같이 관악영산회상의 상령산은 박자가 일정치 않은 불규칙 장단형으로 진행된다. 정확하게 10박으로 진행되는 규칙적인 장단이 아니라 부분적으로는 늘어나기도 하고 줄어들기도 하는 불규칙 장단이 바로 관악 상령산의 흐름인 것이다. 장단의 흐름으로 보면 수제천과 매우 비슷하다.  

상령산의 장단 진행을 구음으로 옮기면 <기덕-쿵>, <기덕>, <쿵>, <덩더러러러>로 동일하나 향당교주는 조금 빠르고 규칙적인 장단으로 변화한다. 누구 장단에 춤을 추어야 될지 모를 일이란 말처럼 장단이 불규칙적으로 진행된다면 춤의 반주로는 적절치 않은 것이다. 그래서 향당교주로 연주될 때에는 장단의 흐름을 일정하게 진행시켜야 되는데 바로 이 점이 상령산과 향당교주가 다른 점이라 하겠다.

원래 관악영산회상의 상령산은 그 시작형이 특이해서 장단의 처음부터 피리가 나오지 않고, 중간의 북편에서부터 시작되면 그 뒤를 이어 대금이나 해금 등이 나오고 장단 끝에 연음(連音)이 붙는 특이한 형식의 음악이다.

연주 할 때에는 북과 장고가 먼저 시작하고 가락은 뒤에 나와도 무난하지만, 춤의 반주로는 적절치 않기에 처음부터 가락을 만들어 넣고 변주시켜서 무용음악에 써 온 것이다. 그러면서 상령산과 구별하기 위해 이를 향당교주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부르면서 연주용 상령산과 구별시켜 온 것이라 하겠다.

그러므로 향당교주는 관악영산회상의 상령산을 그대로 연주하지 않고 장단과 가락을 변화시켜 무용반주에 사용해 온 음악의 일반 명칭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