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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덕행과 인품을 지닌 가객 김종옥, 정가모음집 내놔

[국악속풀이 283]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향당교주>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 향당(鄕唐)이란 말에서 향(鄕)은 향악, 향악곡, 향악기를 지칭하는 말이고, 당(唐)은 당악, 당악곡, 당악기를 아우르는 말이라는 점, 고려시대에는 송(宋)에서 아악과 당악이 유입이 되었는데, 이들은 종래의 향악과 형식, 악기 편성, 장단, 음 높이(Key) 따위에서 다르기 때문에 대칭을 이루었다는 점, 그래서 처음에는 향악과 당악을 교대로 연주하다가 합주의 단계로 변화하기 시작하면서 향당교주는 향당합주라는 의미가 되었다는 점을 말했다.

또 조선조 후기에는 향악기와 당악기의 합주라는 개념에서 무용반주의 악곡 이름처럼 쓰이기 시작하는 현상을 보인다는 점, 현재는 삼현영상회상의 상령산(上靈山)을 지칭하며 무용반주를 할 때의 별칭이라는 점, 관악 상령산은 박자가 일정치 않은 불규칙 장단형이어서 이를 규칙적인 장단으로 만들고, 가락을 첨가한다는 점이 연주용과 무용반주이 다르다는 점 등을 이야기 하였다.



이번 주에는 김종옥의 정가 모음집 음반 출시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로 한다.

대한시우회(時友會) 성남 지회장으로 활발하게 활동해 오고 있는 김종옥 사범이 얼마 전 가곡, 가사, 시조 등 5매의 정가음반 모음집을 세상에 내 놓았다. 이 분야에 관심이 있는 한 사람으로 그의 공력 담긴 음반출시를 환영한다.  

그는 유년시절부터 충청남도 당진에서 시조창을 들으며 자랐다. 아버지와 동네 어른들이 사랑방에 모이면 으레 돌아가며 부르는 노래가 시조창이었기에 자연스레 친숙해 진 것이다. 그 지역은 내포지방이고, 지역에서 불러오던 시조창이 현재까지도 전승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즐겨 부르곤 했던 곳이다. 어느 날 전파를 타고 동네에 널리 울려퍼지는 월하(月荷)여사의 시조창을 듣고 매료되어 본격적으로 가객의 길을 걷기로 결심 했다고 한다.  

처음에 그는 이병문에게 시조를 배우기 시작하였고, <한국정악원>의 전효준 이사장에게 가곡, 가사도 익혔으며 점차로 박기옥, 정경태, 이양교 등 당대 명인들로부터 폭넓게 정가를 배우고 다듬었다.  

시조창의 전문가나 시조창을 즐기는 애호가는 전국적으로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그러나 가사(歌詞)까지 함께 부를 수 있는 시조인은 그리 많지 않다. 거기에 가곡까지 부를 수 있는 가객은 더더욱 찾기가 만만치 않은 것이다. 김종옥 사범은 시조로 시작하여 가사, 가곡까지 폭넓게 배운 흔치 않은 이 시대의 가객이다.

사람들이 두루 알다시피 정가(正歌)란, 아름다운 언어로 쓰여진 시(詩)위에 장단을 넣고, 선율을 얹어 창(唱)으로 부르는 가곡, 가사, 시조 등을 일컫는 말이다. 시(詩)의 내용도 좋지만, 이것을 노래로 부를 때의 묘한 감정은 아마도 그를 깊은 감동으로 빠져 들게 만들었을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그에게는 남들에게서 찾기 어려운 순수한 열정이 돋보이고 있다.




정가는 세련되고 정제된 형식미라든가, 선율선의 유장미, 표현의 절제미, 그리고 창법에서의 장중미 등을 지니고 있는 노래로 자연지세(自然之勢, 자연 그대로의 모양새)를 나타내는 격조 있는 성악인 것이다. 그래서 정가는 예로부터 충신이나 애국지사, 지식인, 선비들의 애호를 받아 왔는데, 그들은 이러한 노래를 부르면서 세상의 영욕(榮辱)이야말로 한낱 뜬구름에 불과한 것임을 스스로 깨달았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서로를 인정하고 신뢰하게 만드는 점잖은 노래임을 알려 주었다.

그래서일까? 시조계에서는 김종옥 사범이야말로 흔치 않게 덕행과 인품을 지닌 가객이라고 평가하고 있으며 그의 노래 역시 힘이 실려 있고, 유연성이 배합되어 있어서 감칠맛이 난다. 이번 음반 제작도 문하의 제자들이나 주위의 애호가들로부터 수차의 권고를 받아 왔으나 덜 익은 소리가 세상에 나돌아 다니는 것은 공해라는 생각으로 망설이다가 입문 40년이 되어 이를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고 겸손하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가 이 길에 들어 40여 년 동안 얼마나 열심히 정진해 왔는가 하는 점은 유명사범들에게 정기적으로 학습을 게을리 하지 않았고, 그 이후, 중요무형문화재 제41호 가사 이수자가 되었으며 <전국시조경창대회> 명인부 장원, <대한시조협회> 전국대회 장원, <전주대사습>에서 시조부 장원 등 권위 있는 대회에서의 입상 경력이 말해 주고 있고, 또한 권위 있는 대회의 심사위원으로 활약해 온  점 등으로 충분히 증명이 될 것이다.  

이번에 취입한 정가 음반은 시조1ㆍ2집, 가사1ㆍ2집, 가곡 등 5장의 방대한 구성이다. 그의 주 전공분야인 시조는 평시조와 평시조에서 다양하게 퍼져나간 지름시조, 사설지름시조, 남녀창 지름 등 30수가 실려 있으며 가사는 백구사, 죽지사 등 12가사 전부가 들어 있다. 그리고 가곡은 우조의 초수대엽, 삼수, 소용, 언락, 편락 등의 노래와 계면의 초수, 삼수, 언롱, 편수, 태평가, 등이 실려 있다.  

그의 노래는 언제 들어도 역동성과 유연성을 잃지 않고 정겹게 이어간다. 덧없는 욕망을 앞세우는 세속의 인심을 뒤로 하면서 넉넉하고 훈훈한 기운이 넘쳐나는 느낌을 주고 있다.  이 분야의 전공자는 물론, 정가를 애호하는 모든 분들의 친근한 벗이 되리라 확신하며 이를 독자 여러분에게 추천해 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