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강릉시 구정면 학산2리 윗골마을에 가면 높이가 5.4m나 되는 거대한 당간지주 두 기가 있는데 보는 이들의 기선을 제압하듯 묵직하고 당당하게 서 있습니다. 당간지주란 절에 행사가 있을 때 절 들머리에 당(幢)이라는 깃발을 달아두는 기둥이지요. 그런데 굴산사란 절이 얼마나 크면 당간지주가 5m가 넘을 정도로 거대했는지 자못 굴산사에 대한 궁금증이 생깁니다.
굴산사는 범일국사가 신라 말 문성왕 9년(847)에 세웠으며, 구산선문의 하나인 사굴산파의 본산이라고 하지요. 지금은 없어진 폐사터지만 당시는 강릉 일대에서 가장 큰 절로서, 2002년 태풍 ‘루사’로 인한 수해로 긴급발굴조사를 실시한 결과, 절터의 크기는 동ㆍ서 140m, 남ㆍ북 250m의 크기로 확인되었습니다. 또 법당터ㆍ승방터ㆍ회랑터ㆍ탑터도 확인되었지요.
굴산사는 고려시대에 지방호족들의 지원 아래 번성한 뒤 조선초 이후의 문헌에는 등장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조선초 이후에는 폐사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현재 이곳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굴산사터당간지주(보물 제86호)는 물론, 범일국사의 것으로 추정되는 굴산사터승탑(보물 제85호), 강릉굴산사터석불좌상(강원도문화재자료 제38호) 등이 남아 있으며, 굴산사터는 사적 제448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