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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질없이 밖으로 내닫지 말라던 '취미대사'

선사들의 시 감상 9

[우리문화신문=전수희 기자]

  

골짜기 들자 걸음은 댓숲 뚫고

누대 올라 시름을 달랜다

소나무 짙은 푸르름 집 안으로 들고

돌부리 차게 흐르는 물 여름을 마중하고

맑은 햇살도 시원한 가을인가 의심하다

저렇듯 아름다운 시내 산

사람들 한번쯤 되돌아보지 못하네

 

취미대사(翠微大師, 1590 ~ 1668)의 속성은 성()씨로 성삼문의 후손이다. 13살에 출가하여 벽암대사를 은사로 모시고 득도하였다. 그러나 불도(佛道)외의 학문을 익혀야 할 필요성을 느껴 다음과 같은 글을 남기고 잠시 한양으로 나아갔다.

 

옛날 덕을 쌓고 도를 행하는 이는 모두가 다른 종교와 다른 학문에도 밝아 유가를 대하면 유가를 이야기하고, 노장을 대하면 노장을 이야기 하여 업신여김이나 비방함을 막아 부처님의 교화를 일으켰거늘 어찌 오늘날 마음을 닫아 담에 낯을 대한 자 같으랴

 

문장은 조그만 재주일뿐

도 보다 높단 말 못하지요

두보의 훌륭한 지식이

우리에게는 참다운 걱언이지만

어쩌면 운수(雲水)의 게송을 가지고

속세의 선비와 논할 수 있겠오

오히려 이 문필의 꾸민 버리고

그대의 불이문(不二門)에 귀의하고 싶소

 

이는 재상 임유휴가 취미대사에게 보낸 시로 취미대사는 유가의 내로라하는 선비들과 교류하면서 남긴 시가 많다.


 

죽살이 뜻을 같이 했던 벗이

왜 이렇게 두 마을로 갈리나

떠나는 정자에 소매 잡고 섰자니

인사말도 시름에 끌려 더디네

       

40살에 옥천의 영취사에 거할 때 구름같이 배우는 자들이 모여들었으며 이후 칠불암으로 옮겼을 때는 따르는 문도가 300명이었다고 한다.

 

취미대사는 아침에 길 떠나 저녁에는 쉬는 것이지 길만 걷고 쉬지 않은 이는 없다. 나도 쉬려한다. 너희는 각기 제 마음을 믿고 부질없이 밖으로 내닫지 말라며 입적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