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10월 부여 능산리에서는 공주 무령왕릉 발굴에 버금가는 고고학적으로 큰 발굴이 있었습니다. 바로 즈믄해(1,600여 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완전한 형태로 출토된 백제금동대향로(百濟金銅大香爐, 국보 제287호)의 출현입니다. 그런데 그 발굴이 있었던 때만 해도 이 유적이 무엇을 하던 곳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1992년부터 2000년까지 6차례에 걸친 발굴조사 결과 중문, 목탑, 금당, 강당이 남북 일직선상에 배치된 이른바 일탑일금당(一塔一金堂)의 전형적인 백제 가람형식을 하고 있는 절터인 것으로 밝혀졌지요.
또 향로와 함께 출토된 국보 제288호 “백제창왕명사리감”에는 사리를 모신 때와 절을 공양한 사람 그리고 절이 세워진 때를 알 수 있는 글자가 새겨져 있어서 이로 미루어 보면 이 절은 왕실에서 지은 국가 절로 왕릉으로 추정되는 능산리 고분에 축원을 빌기 위한 절이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 절터는 2001년 9월 29일 사적 제434호 “능산리 절터”로 지정되었지요.
“능산리 절터”에서는 기와류, 토기류, 금속류, 목제류 등 많은 유물이 출토되었습니다. 특히 30여 점의 목간도 출토되었는데, 목간은 현재까지 출토된 백제유적 가운데 가장 많은 수량일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하여 백제사 연구에 매우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또한 국보로 지정된 ‘백제금동대향로’와 ‘백제창왕명석조사리감’을 통하여 백제의 사상과 조형 예술, 그리고 금속 기술을 살필 수 있다는데 더 큰 의의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