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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거문고는 오동나무, 바이올린은 가문비나무로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067]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에굽고 속 휑덩그려 빈 저 오동나무

바람 받고 서리 맞아 몇 백 년 늙었던지

오늘날 기다려서 톱 대어 베어 내어

잔 자귀 세 대패로 꾸며 내어 줄 얹으니

손아래 둥덩둥당딩당 소리에 흥을 겨워하노라

 

위 시조는 조선 후기의 문인 신헌조(申獻朝, 1752~1807)가 쓴 《봉래악부(蓬萊樂府)》라는 시조집에 있는 것으로 오동나무가 악기가 되는 과정을 단 한 편으로 시조로 표현해냈습니다. 그렇게 우리의 전통악기 가야금이나 거문고는 오동나무로 만들었습니다. 특히 보물 957호 “김일손 거문고”는 100년 된 헌집의 오동나무 문짝으로 거문고를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심지어는 조선 중기의 문신 심의겸은 거문고를 만들려고 향교의 오동나무를 베었기에 탄핵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서양의 악기 바이올린은 오동나무가 아니라 가문비나무로 만든다고 합니다. 예전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는 거문고를 만드는 오동나무와 바이올린을 만드는 가문비나무의 울림을 과학적으로 비교 실험한 내용을 방영한 적이 있습니다. 그 결과 세포구조가 촘촘한 가문비나무는 배음 구조가 규칙적이고 여음이 길며, 높은 음역대에 잘 맞기에 바이올린의 음색과 탄성에 잘 맞는다고 합니다. 반대로 세포가 유연하며 성근 오동나무는 낮은 음역대에서 울림이 좋고, 여음이 짧기에 우리의 전통악기 거문고와 가야금에 안성맞춤이라는 것이지요. 악기를 만드는 재료에도 기막힌 선택의 비밀이 있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