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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들려준 엄마의 이야기

하얀설기, 깨끗한 백의동포 마음의 상징

이국땅에서 화전땅 일구어 하얀 설기떡를 빚었다
[엄마가 들려준 엄마의 이야기 26]

[우리문화신문=김영자 작가]  나는 하얀설기(백설기)를 무척 좋아한다. 오늘도 나는 시루떡(설기떡 또는 셀기떡이라고도 함) 소리에 그만 그 옛날 엄마의 시루떡을 눈앞에 그려보게 되였다. 하얀 머리수건을 쓰고 하얀 앞치마를 두른 함박꽃 같은 엄마의 고운 얼굴 모습이 떠오르는 중에 고향집 온돌 가마목에서 엄마가 큰쇠가마 뚜껑(솥뚜껑)을 연다. 그러면 피어오르는 흰 안개 속을 헤치고 둥그런 쇠가마 안에선 반듯한 흰설기가 어린 나를 보고 활짝 웃어준다. 와!- 보기만 해도 입이 함박만해지고 군침이 꼴깍 넘어간다.

 

나는 혼자 시무룩이 웃었다. 사실 우리 민족음식 문화엔 설명절이거나 잔치상을 물론 최근에는 또 대학입학 시험 때에 학교대문에 보란 듯이 척 붙어있는 아주 급 높은 찰떡도 있지만 잔칫상, 생일파티, 아가의 백일잔치에도 빠질 수 없는 백설기도 그 이름을 더욱 뽐내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엄마는 이런 하얀설기를 잘 만드셨고, 나는 또 엄마의 하얀설기를 무척이나 좋아하였고 그 매력에 푹 빠졌다.

 

하얀설기의 매력은 하얀 깨끗함이다. 하얀 깨끗함은 깨끗한 백의동포 마음의 상징이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깨끗함을 즐겼고 흰옷을 즐겨 입었기에 “휜옷 입은 사람”, “백의동포”라 부르고 있지 않았던가? 흰색은 소박하면서도 깨끗하다. 먼 옛날 우리의 선조들은 쪽지게를 지고, 물함지 이고, 어린 자식들의 손을 잡고, 사랑하는 고향땅을 등지고, 푸르른 두만강, 넘실거리는 압록강을 건너 이곳 북간도에 왔었다.

 

 

그들은 이국땅에서 화전땅 일구어 흰쌀을 지어냈고 떡방아도 찧었었다. 그리곤 그 흰쌀가루로 백설기를 빚어 잔칫상에, 생일잔치에, 아가의 백일잔치도 치르고 있었다. 실로 선친들은 이국땅에서 살아가면서도 민족의 령혼은 잃지 않았었다. 이렇듯 백설기는 아가의 깨끗한 마음을 표시하였고 또 우리민족 후대들이 티 없이 맑게 자라라는 깊은 뜻이 담겨있지 않을까?

 

하얀 설기떡의 매력은 순수하고 소박함이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이사를 하였을 때, 영업집을 갓 개업하였을 때 아래 우집 사이에 화목하게 보내고 또 함께 잘살아 보자는 순수한 감정과 사랑, 그리고 소박한정이 흘러넘치고 있음의 표현이라 보게 된다. 나눔은 정이고 나눔은 사랑이다. 우리 모두에게 이런 나눔이 세세대대로 이어 간다면 이 세상은 정과 사랑으로 넘쳐나는 아름다운 락원일 것이다.

 

하얀설기의 매력은 우리민족의 단합된 정신을 보여주고 있다. 알알이 흰쌀은 포실 포실한 흰떡가루로, 눈같이 흰떡가루가 또 찜통(시루)안에선 높은 온도의 안개 같은 흰 김의 시련을 이겨내고 끈질기게 뭉쳐져 달콤한 하얀설기로 변한다. 두들겨 맞지 않으면 찰떡이 아닌 것 처럼 타래 쳐 오르는 흰 안개의 시련을 이겨내도 뭉쳐지지 않는다면 하얀설기떡이 아니었을 것이다.

 

뭉쳐야 힘이 되고 뭉쳐야 승리한다. 백의민족의 하얀 넋도 뭉치라 외치지 않았던가? 우리민족의 단합정신을 말해주는 하얀설기떡은 그 맛도 일품이어서 역시 민족의 자랑으로 되기에 손색이 없다고 느껴진다.

 

나는 이런 엄마의 하얀설기떡의 매력을 찬미하고 싶다. 오늘도 나는 우리 민족의 3장6구 시조로 엄마의 하얀설기떡을 노래해본다.

 

 

하얀 설기떡(시조)

 

하얀 안개 피어올라 하얀설기 되였더냐

소박하고 순결한 네 향기에 취하누나

래일도 찬란하여라 하얀 넋의 빛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