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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국가대표 연극 <모노드라마 품바>가 돌아왔다

40년 동안 6,500회 공연한 진정한 민중극 최성웅의 모노드라마
국내 최장기, 최다공연, 최다관객 - 한국 기네스북

[우리문화신문=정석현 기자]  “어얼 씨구 씨구 들어간다, 저얼 씨구 씨구 들어간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죽지도 않고 또 왔네~” 오는 12월 1일부터 29일까지 대학로 물빛극장에서는 극단 ‘단홍’의 최성웅 모노드라마 <품바>가 공연된다.

 

 

<품바>가 처음으로 기록된 문헌은 신재효의 한국 판소리 전집 중 ‘변강쇠가’다. 이에 따르면 품바란 타령의 장단을 맞추고 흥을 돋우는 소리라 하여 ‘입장고’라 불렸고 조선시대 말기까지는 이런 의미로 통했다. 그러나 식민지 시대와 격동의 현대사를 거치면서 “푸~” 하는 ‘입으로 뀌는 방귀’라 하여 ‘입방귀’라는 의미로 일반화 되었다.

 

이것은 곧 피지배계급을 대표하는 걸인들이 지배계급의 문전에서 “방귀나 처먹어라! 이 더러운 놈들아!”라는 의미로 입방귀를 뀌어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한과 울분을 표출 한 것이다. ‘가장 낮은 자의 목소리로’라는 명제로부터 출발한 <품바>는 현재 각설이나 걸인의 대명사로 일반화 되었다.

 

배꼽 빠지는 각설이패 1인 14역 연기

 

최성웅 모노드라마 <품바>는 각설이패들의 유일한 안식처인 ‘천사들의 집(천사촌)’을 배경으로 그들의 우두머리인 ‘천장근’이라는 실존 인물의 일대기를 그린 모노드라마에 바탕을 둔다. “사람이 생각하기 때문에 위대하다는 것은 올바른 행동을 하기 위해서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를 알지 못하는 이 시대의 수많은 인간들 틈에서 헐벗고 가난한 사람들, 어렵고 고통 받는 사람들…”이라며 한 바탕 진지하면서도 장난기 어린 사설을 늘어놓으며 각설이가 등장한다.

 

이어서 90 여분 동안 ‘천장근’이라는 한 각설이의 일대기를 축으로 일제시대, 해방, 6.25를 거쳐 대한민국 현대사의 다양한 정치적 상황 하에서 그가 겪는 인생 역정이 1인 14역의 연기를 통해 펼쳐진다. 그 안에서 각 시대별로 주요한 정치적, 사회적 사건들을 풍자와 해학을 통해 재조명한다.

 

 

 

<품바>는 고 김시라 작가의 민중1인극

 

고 김시라 작가는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의 참혹성에 충격을 받고, 각설이 타령을 통해 극화한 민중1인극 〈품바〉를 만들어 1981년부터 공연을 시작하였다.

 

〈품바〉는 낮은 자들의 한(恨)과 힘 있는 자들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와 해학으로 민중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한때 공연내용을 문제 삼은 당국에 의해 나라밖공연이 금지되기도 했지만, 1981년부터 20년 동안 모두 4,000여 회의 공연과 1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 연극사상 최장기 공연으로 1996년 〈한국 기네스북〉에 수록되었다.

 

1997년에는 오스트레일리아와 일본 순회공연도 했다. 김시라는 〈품바〉 20주년을 기념하는 대대적인 공연을 준비하던 중 심장마비로 세상을 떴다.

 

<품바>를 연기한 배우 70여 명

 

연극 <품바>는 1대에서 20대까지의 품바를 배출하면서 정규수, 정승호, 박동과, 김기창, 최종원, 김호정, 최성웅, 박해미, 김뢰하, 이재은 등의 국내 유명 배우들을 탄생시켰다. 그 가운데서도 9대 품바 최성웅은 역대 품바 중에서도 명인중의 명인으로 손꼽힌다.

 

 

제9대 품바 최성웅의 걸쭉한 입담은 관객들을 한마디로 사로잡는 마력을 지녔다. 역대 품바들이 받았던 화려한 명성을 그대로 이어 받으며 9대 품바로서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하였다. ‘밤주막’, ‘어머니’, ’모정의 세월’ 등 수백 편의 연극에 출연했던 최성웅은 95년부터 2003년까지 7년 동안 약 500회에 출연한 역대 ‘품바’ 배우 가운데 최장기 공연을 한 배우다.

 

최성웅은 관객을 압도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로 관객들을 웃다가 웃다가 가슴 찡해서 눈물을 나게 하는 감성을 지닌 대학로 최고의 개성파 배우이다. 모노드라마 <품바>는 앞으로 한류의 바람을 일으켜 국내 공연과 해외 공연에 주력할 예정으로 최성웅 특유의 입담과 춤과 노래로 신명나는 영화 같은 모노드라마를 선보일 것이다.

 

극단 ‘단홍’의 대표 유승희 연출

 

극단 ‘단홍’의 대표로 최성웅 모노드라마 <품바>를 연출하는 유승희는 2014년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에 모노드라마 <드링커>를 출품하여 세계 여러 나라 관객들로부터 재미와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1995년 100만권의 판매 부수를 기록했던 소설 <뼁끼통>을 연극으로 각색, 연출하여 3 달 동안 대학로에 돌풍을 일으켰고, 96년에는 미국과 유럽을 강타했던 동성애자들의 애환을 다룬 <천사의 바이러스>를 연출했으며, 2006년에는 청소년 문제의 뮤지컬 <스트리트 가이즈>, 2014년에는 손숙 모노드라마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것>, 두 아들의 결혼 문제를 다룬 <총각파티>, 2017년 두 동창생들의 사랑과 질투 우정을 다룬 <막차탄 동기동창> 등을 연출했다.

 

 

 

<품바>의 춤사위와 말솜씨에 넋을 놓다 보면 단 시간에 온갖 세상 풍파를 다 겪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학벌주의, 유치원 비리, 부정취업 등의 한국사회 병폐가 시절마다 사람의 마음 대신 표를 동냥하는 정치권, 타 문화를 배려하지 않아 인질사태까지 만들어낸 포교의 현실 등 불합리와 부조리에 병들어 아픈 세상사를 찌그러진 밥통 속에 넣고 쓱쓱 비벼낸다.

 

<품바>는 쓴소리 단소리 한마디를 하더라도 경쾌한 웃음으로 풀어낼 줄 안다. 우스꽝스런 몸짓은 그냥 넘겨버릴 수 없고, 재치와 능청으로 버무려진 연기에 웃다 보면 어느새 눈물도 핑 돌고, 관록이 묻어나는 세월의 질곡에서는 슬그머니 고개도 끄덕여지게 된다. 결코 시대에 편승하지 않는 자유인 <품바>를 통해 ‘베품’과 ‘나눔’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겨 보고, 삶 속에서 건져 올린 진한 웃음으로 그동안 잊고 살아왔던 우리네 ‘신명’을 되찾아 보는 시간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