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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탈핵 실크로드 방문기

‘안뇽하쎄요!’라면서 반가워하는 터키 사람들

터키 카페에서는 커피를 볼 수가 없어
<생명탈핵 실크로드 방문기 24>

[우리문화신문=이상훈 교수]  새벽 3시 반에 일어났다. 터키가 이슬람 국가라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 나게 하는 것은 새벽 4시에 커다란 확성기 소리가 온 시가지에 울려 퍼진다는 것이다. 창문을 닫은 방안에서도 뚜렷이 들려서 민감한 사람은 잠을 깨게 된다. 이슬람 신도들은 하루에 5번 메카 방향을 향해 기도하는데, 기도 시간을 알리는 소리를 아잔이라고 한다. 아잔을 알리는 사람이 무아진이다. 옛날에는 목소리 큰 사람이 모스크의 첨탑에 올라가 아잔을 외쳤지만, 요즘에는 확성기로 한다고 한다. 이슬람 수니파의 표준적인 아잔은 다음과 같이 번역된다.

 

“알라는 위대하다. 알라 외에 어떤 신도 없다고 나는 증언한다. 나는 무하마드가 알라의 예언자라고 증언한다. 기도하러 오라. 구원받으러 오라. 알라는 가장 위대하다. 알라 외에 신은 없다.” 첫 번째 문장은 4번 반복되고 그다음부터는 2번, 그리고 마지막 문장은 1번 외친다.

 

오늘은 조금 특별한 날이다. 지난 2019년 2월에 다람살라에 갔을 때 인도에 사는 한국인 여자 목사, 로자 씨를 만난 적이 있다. 그동안 병산은 로자 씨와 텔레그램으로 연락을 하는데, 이번 여름에 로자 씨는 딸과 함께 세계 여행을 하는 중이라고 한다. 로자 씨는 진보 성향의 감리교 목사로서 생명탈핵 순례에 적극적으로 공감하여, 우리와 2주 동안 터키 순례를 함께 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로자 씨의 딸은 인도의 델리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진학을 하기 전에 엄마와 함께 지금 터키를 여행 중이라고 한다. 이들 모녀는 카파도키아에서 버스로 10시간을 달려 아침 5시 30분에 에르주룸의 버스터미널에 도착한다. 오늘부터는 순례단이 4명으로 늘어나게 된다니 대화 상대도 늘어나고 반가운 일이다.

 

나는 에르주룸을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았다.

 

에르주룸은 5세기에 비잔틴 제국이 테오도시오폴리스라 이름 짓고 요새를 축성하였다. 653년에 아랍인들에게 점령되었으나 1071년 셀주크 투르크에 넘어갔다. 13세기에 술탄 치하에서 번창하던 이 도시를 아랍인들과 투르크인들은 아르즈알룸(로마인들의 땅이라는 뜻)이라고 불렀는데, 현재의 이름은 여기에서 유래했다.

 

1515년 이후에 오스만 투르크의 영토가 되었으며 20세기 초에 러시아에게 일시적으로 점령되기도 하였다. 1923년에 터키 공화국이 태어나기 전 에르주룸에서 아타튀르크의 주도 아래 국민의회가 결성되고 독립운동의 구심점이 되었다. 다른 도시에 견주어 모스크가 많고 히잡을 쓴 여성이 많으며 1308년에 개교한 이슬람 신학교가 남아 있다.

 

아침 식사 전에 로자 씨가 택시를 타고 호텔에 도착했다. 두 사람은 밤새 버스를 타고 왔기 때문에 오전에는 잠을 자기로 했다. 병산과 나는 호텔 식당에서 간단히 아침 식사를 한 뒤 깃발을 들고 나섰다. 우리는 먼저 기차역까지 걸어가서 내일 오전에 출발하여 다음 목적지인 에르진잔으로 가는 기차표 4장을 예매하였다.

 

역에서 돌아오는 길에 말이 끄는 마차를 두 번이나 보았다. 첫 번째는 쓰레기를 운반하는 마차였고, 두 번째는 푸성귀(채소)를 운반하는 마차였다. 에르주룸은 수도인 앙카라에서 멀리 떨어진 지방 도시라고 해도 인구 40만의 큰 도시이다. 그런데도 아직 마차가 다니는 것을 보니 터키의 근대화 수준이 우리나라의 1960년대 수준이라고 보아야 할 것 같다.

 

 

역에서 돌아오는 골목길에 찻집이 있는데 사람들이 많이 앉아 있어서 들어가 보았다. 우리가 한국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서 남자들이 반갑게 말을 걸더니 차를 두 잔이나 사 준다. 터키에서 한국 사람은 매우 인기가 높다. 터키 사람들은 모두 홍차를 마신다. 차를 터키말로 ‘차이’라고 부른다. 허리가 잘록한 찻잔은 크기가 작고 티백을 우려내는데 붉은 색깔이 난다. 대개는 설탕을 타서 약간 달게 해서 마신다. 레몬 조각을 곁들이기도 한다. 터키 사람들은 대부분 홍차를 마시지 커피는 잘 안 마신다.

 

호텔에서는 커피를 주문할 수 있어도 일반 카페에서는 커피가 아예 메뉴판에 없을 정도다. 나중에 검색해 보니 터키 사람이 세계에서 홍차를 제일 많이 마시는 것으로 나와 있다. 터키 사람 연간 1인당 차 소비량은 3.16 kg인데 한 사람이 1년에 1,000잔을 마신다고 한다. 2위는 아알랜드의 2.19 kg, 3위는 영국의 1.94 kg이다. 나는 지금까지 홍차 하면 영국 사람을 연상했는데, 잘못된 정보다.

 

 

 

병산의 제안에 따라 시내의 유적 구경은 오후에 네 사람이 같이하기로 하고, 오전에는 둘이서 시내버스를 타고 외곽에 있는 종점까지 가 보기로 했다. 종점 부근은 새로 개발되는 신도시같은 느낌을 받았다. 넓은 주차장이 있는 고층 아파트 단지가 보였고, 큰 병원이 있었다. 멀리 산이 보이는데, 온통 황량한 바위산이었다. 이 지역은 비가 적게 오는 건조지대인 것 같다.

 

 

생명탈핵 깃발을 들고 몸자보를 걸치고 거리를 지나가다 보면 ‘안뇽하쎄요!’라고 한국말로 말하면서 다가오는 터키 사람들이 많다. 우리가 다가가기 전에 터키 사람이 먼저 다가온다. 그래서 서툰 한국말로 대화가 시작되고 같이 셀피를 찍는 데까지 이른다. 어떻게 한국말을 배웠느냐고 물어보면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배웠다는 대답이 나온다. K-드라마를 통한 한국어 열풍을 실감할 수 있다. 우즈베키스탄에서부터 터키까지 오는 동안 한류를 곳곳에서 실감할 수가 있었다. 이러다가 한국어가 세계의 공용어로 될 수도 있겠다.

 

궁금해서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한국어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현재 지구상 언어는 6,912 종류가 있지만 90%가 2050년까지 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100년 뒤까지 살아남을 10대 언어는 UN 공용어인 6개 (영어, 중국어, 아랍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프랑스어) 외에 일본어, 독일어, 한국어, 그리고 히브리어이다. 특히 사용 인구 기준으로 한국어는 2050년까지 5대 언어에 속할 전망이다.

 

한글의 최대장점은 단순성에 있다. 한글은 글자 체제가 과학적이어서 배우기 쉽고 사용하기 쉬운 글자인 점과 컴퓨터와 손말틀(휴대전화) 입력이 편리하다는 점에서 다른 글자의 추종을 불허한다. 미국 언어학자 램지는 “한글보다 뛰어난 글자는 없다. 세계의 알파벳이다.”라고 말했다. 일찍이 미국 여류 작가 펄 벅은 “한글은 전 세계에서 가장 단순한 글자며 가장 훌륭한 글자다.”라고 격찬한 바 있다.

 

이처럼 한글은 배우기 쉬운 글자지만 한국말을 잘하기는 어렵다고 평가된다. 외국인이 한국말을 잘하기가 어려운 것은 명사와 동사에 있어서 여러 가지 수준의 높임말이 있는데, 그 미세한 차이를 구별해서 적절히 사용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2019년 9월에 KTV 국민방송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전 세계 고교ㆍ대학들의 한글사랑”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어 열풍을 보도한 적이 있다.

 

방송 내용을 보면 제2외국어로서 한국어를 대학에서 가르치는 나라는 모두 11개국 (미국, 캐나다. 일본, 호주, 뉴질랜드, 프랑스, 터키,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이며, 105개 나라 1,368개 대학에서 한국학 강좌를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중등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이 가장 많은 나라는 태국인데, 모두 4만 명이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고 한다. 특히 인도네시아 티모르섬에 있는 작은 나라인 동티모르 청년들의 꿈은 한국말을 배워서 한국에서 일하는 것이란다. 동티모르는 청년실업률이 매우 높은데 일자리를 구한다 해도 통상 월급이 115달러 (13만5천 원) 정도지만 한국에서 일하면 1500달러 (180만 원) 정도를 받을 수 있다. 한국에서 일하면 열 배가 넘는 월급을 받을 수 있으니 그들에게는 꿈의 나라, 꿈의 일터가 한국인 셈이다.

 

동티모르를 비롯하여 네팔, 베트남, 필리핀, 태국, 몽골 등 아시아 국가의 젊은이들이 한국어를 배우는 목적은 한류와는 다르다. 그들은 한국말을 배워 한국에 가서 일하여 돈을 벌겠다는 목적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어쨌든 한국어가 여러 나라로 전파되는 것은 반가운 현상이다. 동아시아 끝의 작은 반도에 사는 우리로서는 한글을 만든 세종대왕에게 감사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