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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어린 사슴을 닮은 섬, 소록도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542]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가도 가도 붉은 황톳길

숨 막히는 더위 속으로 절름거리며

가는 길.

 

신을 벗으면

버드나무 밑에서 지까다비를 벗으면

발가락이 또 한 개 없어졌다.

 

앞으로 남은 두 개의 발가락이 잘릴 때까지

가도 가도 천리(千里), 먼 전라도 길.

 

한센병을 온몸으로 껴안고 살다간 천형(天刑)의 시인 한하운의 <전라도 길 - 소록도로 가는 길> 시 일부입니다. 신발도 아니고 일본의 일할 때 신는 신발겸용 버선인 지까다비를 벗으면 발가락이 또 한 개 없어졌다고 피를 토하듯 노래하고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05년 전인 1916년 오늘(2월 24일) 조선총독부는 한반도의 남쪽 섬 소록도에 자혜의원이라는 이름으로 한센병 환자 100명을 수용하는 시설을 설립했습니다. 그 뒤 일제는 1931년 만주 침략 이후 나예방법을 제정하고, 이를 근거로 하여 일반 사회로부터의 차별과 절대적 격리정책을 소록도에 적용하였지요.

 

 

소록도 갱생원은 1930년대 말에 이르면 세계 제2위의 규모를 '자랑'하는 대규모 수용시설이 되었지만, 동시에 환자들의 강제노동, 감금, 생체실험, 단종 등이 마구 이루어져 마치 종신감옥처럼 되어버렸습니다. 그런 한센인들은 광복 뒤에도 여러 번의 학살사건과 인권유린으로 비참함 속에서 살아갔지요. 거기에 더하여 한센병 환자들은 ‘천형’이라는 낙인 때문에 집과 사회에서 버림받았고, 오직 이곳에서만 함께 모여 살 수밖에 없었습니다.

 

고흥반도의 끝자락 녹동항에서 1㎞가 채 안 되는 곳에 있는 소록도는 섬의 모양이 어린 사슴과 비슷하다고 하여 생긴 아름다운 이름이지만, 과거 한센병 환자들의 슬픈 삶이 깃들어 있지요. 1941년 수용된 한센인은 6,000명을 넘었으나, 지금은 600여 명의 환자가 사랑과 희망을 가꾸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소록도는 한센병 환자를 위해 40여 년 동안 헌신한 마리안느와 마가렛 수녀의 감동적인 이야기가 새겨진 섬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