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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우크라이나전쟁 1년, ‘금지된 현장’을 가다

류가헌, KISH KIM 사진전 <일상이 된 전쟁, 우크라이나 1년>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포격이 끝났어도 지하 창고에서 나오려 하지 않는 소년

 

우크라이나 공군기지가 있는 호스트멜 마을의 소년 빈차르스키(11살)는 전쟁 첫날부터 끔찍한 경험을 했다. 총성과 폭음, 러시아 점령군, 길에 널린 주검을 보면서 말수가 적어진 아이는, 공습경보와 포격이 끝난 뒤에도 좀처럼 밖으로 나오려 하지 않고 어둡고 찬 지하 창고에 오랫동안 머물렀다.

 

 

소년을 찍은 사진가는 나라 밖 매체에 분쟁지역 전문 사진가 ‘KISH KIM’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상훈이다. 대학에서 디자인과 사진을 가르치는 멀티디자인학과 교수로서의 한국 이름보다 911 뉴욕 테러, 레바논-이스라엘 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 가자 전쟁 등 분쟁과 무력 갈등의 현장을 30여 년 동안 기록해 온 사진가 ‘KISH KIM’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사진작가 KISH KIM

 

KISH KIM은 지난 2월부터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와 현재 접전 지역인 전방 돈바스, 전쟁 초기 격전지였던 이르핀, 부차, 호스토멜, 체르니히우까지 전쟁 1년을 맞은 우크라이나 여러 지역을 찾아 현장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폐허가 된 도심과 마을을 다니며, 폭격으로 가족을 잃은 여인, 정전 중 손말틀(유대폰) 불빛으로 카드 게임을 하는 가족, 탄피와 파편을 수집하는 아이, 허물어진 집을 지키는 개들을 만났다. 전쟁이 일상이 된 우크라이나의 오늘을 기록했다.

 

 

 

전쟁의 참상을 전하는 KISH KIM의 이번 사진들은, 여권법*으로 제약을 받는 한국 사진가가 ‘금지된 현장’에 다녀왔다는 점에서 종요로운 의의가 있다. 작년 2월 일어난 우크라이나전쟁에 한국 사진가는 갈 수 없었는데, 우리나라가 전쟁 국가에 대한 취재 보도를 허가제로 통제함으로써 아예 현장으로의 접근 자체가 금지되었기 때문이었다.

 

여권법을 넘어 취재 현장으로

 

중요 국제뉴스를 외신에만 의존하는 것은 국내 언론의 전쟁 취재 보도 시스템의 부재와 전문성 결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다큐멘터리 제작사인 <다큐앤드뉴스코리아>는 우크라이나전쟁 1주년을 맞아 KISH KIM의 ‘금지된 현장’ 촬영을 전방위적으로 지원했다. 여권법으로 묶인 입국 허가 수속을 비롯해 취재 경비지원과 현지 취재 라인을 제공하였다. 그 결과 외신이 아닌 ‘한국 사진가의 시선으로’ 현장을 목격하고 촬영한 사진들이 얻어졌으니, 이는 여권법을 넘어서 현장 중심의 취재를 지향하기 위한 국내 언론의 노력이었다.

 

 

 

 

KISH KIM 사진전 <일상이 된 전쟁, 우크라이나 1년>은 지난해 열었던 ‘세계 분쟁지역사진전’ <금지된 현장>의 연장선에서 다시금 여권법의 문제점을 알리고 개선을 도모키 위한 전시다.

 

4월 4일부터 류가헌 전관에서 열린다.

 

*2007년 시작된 여권법 제17조 ‘여행금지 및 예외적 여권사용 허가 제도’ - 외교부장관은 천재지변·전쟁·내란·폭동·테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국외 위난상황(危難狀況)으로 인하여 국민의 생명·신체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하여 국민이 특정 국가나 지역을 방문하거나 체류하는 것을 중지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기간을 정하여 해당 국가나 지역에서의 여권의 사용을 제한하거나 방문·체류를 금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