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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바랜 사진에서 품어나오는 가슴 아린 사연들

중국 조선족의 이주와 정착의 발자취가 담긴 사진
류은규ㆍ도다 이쿠코가 펴낸 《기억의 기록》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강한 다큐멘터리 사진을 찍는 사진작가 류은규는 사진이 가지고 있는 기록성에 집착하며 지금껏 30년 동안 중국 조선족의 이주와 정착의 발자취를 밝혀내는 사진을 찍고 또한 수집해왔다. 그의 인생 동반자인 도다 이쿠코 작가는 방대한 사진 자료를 함께 정리하고 글을 쓴다. 부부는 5만 장에 이르는 사진을 정리하고 앞으로도 계속 ‘간도사진관’ 시리즈로 펴낼 예정이다. 그들은 국경을 넘어 역사를 더듬어가는 일이야말로 오늘날 우리에게 꼭 필요한 작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도서출판 토향’이 펴낸 책 《기억의 기록》은 해방 전부터 1980년대 말까지 재중동포가 아직 한국을 경험해보지 못했던 시기의 사진 170장을 수록한 생활사 다큐멘터리 사진 자료집이다.

 

 

지난 시절 우리가 한 장의 사진을 얻으려면 꼭 거쳐야만 했던 곳이 사진관이다. 사진사들은 누군가가 영원히 남기고 싶어 했던 아름다운 기억을 각인하고 후대에 전하는 중개자 역할을 했다. 그들은 기자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배경 그림이나 패널, 합성, 채색 등 온갖 기술을 동원하여 한 장의 ‘좋은 사진’을 만들어내려고 애를 썼다.

 

빛바랜 옛 사진에서 서민들의 순수하고 가슴 아린 사연들이 들려오는 듯하다. ‘간도사진관 시리즈’는 그동안 우리가 소홀히 해왔던 우리 사진사(寫眞史) 삼 분의 일을 되찾는 디아스포라(흩어진 겨레) 사진 저장고(아카이브)다.

 

 

 

책에는 작가의 심중이 잘 우러나는 얘기들이 나온다.

 

역사를 증명하는 자료사진, 재중동포 사진사가 찍은 기념사진이나 생활에 밀착한 다큐멘터리, 그리고 내가 촬영한 작품 등 다양한 사람이 서로 다른 의도로 찍은 사진을 한곳에 모아 정리하다 보니 재중동포 광대한 삶의 흔적을 기록한 생활사 다큐멘터리가 되었다. 그것이 바로 ‘간도사진관’이다. (2쪽에서)

 

중국의 사진관 역할은 자본주의 사회와 다를 수밖에 없다.

해방 후 국영화(國營化)된 사진관은 인민해방군 부대에 들어가서 군인들도 찍고 관공서 홍보사진도 찍었다. 개인의 기념사진만 찍었던 우리나라 사진관보다 훨씬 넓은 영역을 관할했고, 때로는 사람을 감시하는 정찰병 역할까지 짊어지고 있었다. (4쪽에서)

 

나는 오래된 사진을 보면서 사진사(寫眞師)와 피사체가 공감하며 만들어낸 행복한 기운을 느낀다. 아름다운 추억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있었고, 전문 기술을 지니고 촬영을 즐겼던 사진사가 거기에 있었다. 사진관은 추억을 시각화하고 후대에 남기는 중개자 역할을 했었다. (7쪽에서)

 

 

 

 

조선에서의 이민이 몰려든 간도에 일찍부터 사진관이 들어선 이유는 늘 이별과 가까이 있었던 그들의 삶과 무관하지 않았을 것이다. 북간도의 중심지인 용정(龍井)에는 1900년대 초반부터 일본인과 조선인이 경영하는 사진관이 문을 열었다고 한다. (p158에서)

 

찍은 사람도 찍힌 사람도 없어진 다음, 사진은 또 다른 방식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남에게 아무 의미 없었던 개인의 기념사진이 겨레의 역사를 증명하는 중요한 자료가 될 수도 있다. (p159에서)

 

《동주의 시절》에 이어 간도사진관 시리즈 두 번째 책인 《기억의 기록》은 해방 전부터 1980년대 말까지 재중동포의 다양한 사진 170장을 망라한 생활사 다큐멘터리로 한민족이라면 누구나 한번 펼쳐보아야 할 소중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