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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4년만에 도쿄에서 연 한국책 강연회

인천관동갤러리 대표, 도다 이쿠코 씨 <기억의 기록> 북콘서트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코로나19로 일본 왕래가 어려웠었는데 이번에 4년 만에  도쿄에서 독자들과 만나게 되어 기뻤습니다. 그동안은 주로 온라인으로 독자들을 만나왔는데 직접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니 기쁘기 짝이 없습니다. 강연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웃고, 손뼉 치며 반응해 주는 모습을 보면서 역시 인간에게는 ‘대면(對面)의 세계’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습니다. 서로의 호흡을 느끼면서 직접 메시지를 전달하는 즐거움을 만끽한 강연이었습니다.”

 

이는 그제(23일) 저녁 7시, 도쿄 간다 진보쵸(東京神田神保町)에 있는 출판클럽 4층 회의실에서 열린 《기억의 기록》 -오래된 사진에서 보이는 삶의 양상- (『記憶の記録』 古い写真が紡ぐ暮らしの様相)을 강연한 도다 이쿠코(戸田郁子, 64) 작가의 말이다.

 

 

이날 강연장에는 50여 명의 독자와 온라인으로 36명, 모두 90여 명에 이르는 독자가 모여서 도다 이쿠코 씨의 강연에 귀 기울였다. 도쿄 한 복판에서 이 정도의 인원이 모인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작가인 도다 이쿠코 씨는 현재 인천에 거주하며 남편인 사진가 류은규 씨와 함께 윤동주 고향인 간도 지역에서 직접 찍고, 수집한 사진으로 만든 <간도사진관 시리즈>를 출간하고 있으며 이번 강연의 주제가 된 책 《기억의 기록》은 첫권인 《동주의 시절》(2022.8)에 이은 두 번째 책이다.

 

<간도사진관 시리즈>의 2탄인 《기억의 기록》은 사진가 류은규ㆍ작가 도다 이쿠코 부부가 1993년부터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에 살면서 조선족 출신의 항일운동가 후손들을 취재하는 한편 역사적인 자료사진과 개인 소유의 사진 등을 수집하기 위해 발이 닳도록 동북 삼성을 돌아다니며 모은 5만 여장의 사진들 가운데 골라 만든 책이다.

 

그제 도쿄 강연은 주로 이 책과 관련한 내용으로 한 장의 사진이 주는 역사성, 공간성, 시대성의 깊은 의미를 되돌아보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강연을 직접 들은 참석자의 설문지에 나타난 소감을 잠시 들여다보자. (원문은 일본어이며 기자가 번역함)

 

 

“이번 강연회에서는 일상과 상관없는 옛날, 그것도 일본이 아닌 그러나 일본과 무관하지 않은 간도 지역의 사진들을 접하면서 무언의 자극을 받았다. 또한 강연자가 인천에 살면서 과거와 현재의 역사, 그리고 그러한 배경 속에서 한국인과 일본인을 연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한편 강연 끝에 강연자의 아들도 함께 나와서 들려준 이야기를 통해 한국 젊은이들의 생각을 들을 수 있어서 매우 뜻깊었다.” (30대 남성)

 

“도다 이쿠코 씨의 '기억의 기록-오래된 사진에서 보이는 삶의 양상-강연회에 참석하였는데 이날 주제는 주로 최근 간행된 사진집 《기억의 기록》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인상에 남는 것은 ‘개인이 갖고 있는 기념사진은 추억일 뿐이지만 그것들을 모아 정리해 보면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라는 말이었습니다. 마지막에 깜짝 출연자로 강연자의 아들이 등장하여 군대 경험에 대한 소감, 최근 한국 젊은이의 사정 등을 들려주어 강연 내내 훈훈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60대 여성)

 

 

평소 일본 강연회장에서 느꼈던 것은 참석자들이 착실히 그날의 강연 소감을 허심탄회하게 적어 낸다는 점이다. 기자도 일본에서 강연을 여러 번 한 적이 있지만, 강요받지 않은 순수한 자신만의 강연 소감을 받아 들게 될 때마다 유익한 되먹임(피드백, 진행된 행동이나 반응의 결과를 본인에게 알려 주는 일)이 되고 있음을 새삼 느껴본다.

 

“사진 자체가 가진 힘을 믿고 사진을 오랜 시간 바라보다 보면 문득 보이는 것이 있습니다. 사진이 스스로 나에게 말을 걸어오기 시작하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습니다. <간도사진관 시리즈> 제2권인 《기억의 기록》 역시 제1권 《동주의 시절》과 마찬가지로 수만 장의 간도사진 속에서 고른 것들입니다. 이번 도쿄 강연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나눈 이야기를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개인의 추억이 곧 역사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입니다. 우리가 경험하지 못했던 재중 동포의 삶이 사진 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는 것, 그것을 읽는 작업을 소개한 것이지요.”

 

 

성황리에 강연을 마친 도다 이쿠코 씨는 번개글(이메일)과 전화 통화로 이번 도쿄 강연에 대해 상세한 이야기를 전했다. 중국에서 활동한 한국독립운동가들의 발자취와 그 후손들의 삶을 남편과 함께 30여 년 넘게 기록해 온  작가 도다 이쿠코 씨의 작업은 도쿄에서 다시 날개를 달고 있는 느낌이다. 코로나19가 걷혔으니 더욱 큰 활약을 기대해본다.  

 

이번 강연을 주최한 사람은 도쿄 최대의 고서점가 진보쵸(神保町)의 한국 북까페 <책거리(CHEKCCORI)>(북까페는 코로나19로 일시 중단하고 서점만 운영)의 김승복 대표다. 도쿄 여행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일본 최대의 고서점가로 유명한 간다 진보쵸 구경과 함께 이곳에서 한국서점을 운영하는 ‘책거리(CHEKCCORI)’ 서점에 들러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간도사진관 시리즈 제2권 《기억의 기록》 저자 소개】

 

<사진: 류은규>

서울 출신의 사진작가. 1981년부터 지리산 청학동을, 1993년부터 중국 하얼빈에서 조선족 인물사진을 촬영하면서 오래된 사진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2000년에 연변대학교 미술대학 사진과 교수로 부임한 뒤 대련, 하얼빈, 남경 등 중국 각지에서 교편을 잡으면서 조선족 관련 사진 촬영과 수집을 계속해왔다. 사진집으로 《잊혀진 흔적-독립운동가의 후손들》(1998년 포토하우스), 《잊혀진 흔적Ⅱ- 사진으로 보는 조선족 100년사》(2000년 APC KOREA), 《연변문화대혁명》(2010년 도서출판 토향), 《청학-존재하는 꿈》(2007년 WOW Image), 《100년의 기억-춘천교도소》(2010년 도서출판 토향) 등이 있다.

 

<글: 도다 이쿠코>

일본 아이치현 출신의 작가ㆍ번역가ㆍ편집자. 1983년부터 서울에서 한국어연수, 한국근대사를 공부하면서 일본 신문, 잡지에 글을 기고해왔다. 1989년 하얼빈 흑룡강대학교에서 중국어 연수를 받고, 연변대학교를 찾아가 조선족 역사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저서로는 《중국조선족을 살다-구 만주의 기억》(2011년 이와나미岩波서점), 《한 이불속의 두 나라》(1995년 도서출판 길벗), 《80년 전 수학여행》(2019년 도서출판 토향), 일역서로 김훈 작가의 《흑산》(2020년 쿠언) 등, 일본과 한국에서 15권의 저서와 17권의 번역서를 펴냈다. 일본 아사히신문에 10년째 한국 베스트셀러에 관한 칼럼을 집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