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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는 청춘예찬, 누구는 노년예찬

오대천 따라 걷기 6-1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답사 날자> 2023년 5월 2일 화요일

<답사 참가자> 이상훈 박인기 서인수 신진휴 안승열 오종실 우명길 이규석 이규성 최돈형 모두 10명

<답사기 작성일> 2023년 6월 2일

 

지난번 오대천 제5구간을 걸은 날이 2022년 6월 27일이었는데, 내가 7월에 탈장 수술을 받느라고 답사를 중단하였다. 담당 의사는 수술 뒤 약 3달은 무리하지 말고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주의를 주었다. 안정 기간이 끝난 뒤에는 추운 겨울이 와서 답사를 쉬었다가 올해에 다시 시작하였다. 오대천 따라 걷기 제6구간은 막동계곡 입구에서 백석폭포까지 10km 코스다.

 

 

이번 답사에 모두 10명이 참가하였다. 석주 원영환은 백내장 수술 때문에 불참하고, 홍종배 교수는 도봉산 등산 중에 넘어져 어깨를 다쳐 불참하였다. 대신 평창군에 사는 서인수 회장과 신진휴 선생이 새로이 동참하였다. 서인수 회장은 2023년 3월에 평창군 방림면 계촌도서관에서 이정배 감신대 은퇴 교수님의 지도로 새로이 시작한 ‘다석(多夕) 류영모 사상 연구모임’에서 만난 분이다. 신진휴 선생은 서울 공대 68학번으로서, 평창읍 지동리에 10년 전에 귀촌하여 살고 있는데 환경운동에 관심이 많은 분이다. 내가 2021년에 평창 환경운동연합 회원들과 함께 참여한 ‘석탄 화력 발전소 반대 운동’에서 만난 분이다.

 

이번 답사 참여자들의 나이를 살펴보니 모두 73살 이상이다. 참가자들은 그동안 건강 관리를 잘하여 아직 건강하므로 답사에 참여하였다고 볼 수 있다. 100살 넘게 살고 있는 김형석 교수의 회고에 따르면 인생의 황금 시기는 65~75살 사이의 10년이라고 한다. 그건 아마도 교수 위주로 생각한 황금시기일 것이다. 교수 정년이 65살이니, 정년 후 10년 동안은 건강을 잘 유지하여 글도 쓰고 강연도 하고 답사도 갈 수 있다. 그러나 75살이 넘으면 건강에 문제가 생기고 의사를 찾게 되고 약을 먹는 일이 발생한다. 사람이 늙어가면서 의사와 약의 신세를 지는 일은 인생의 한 과정으로서 어쩔 수 없다. 불평하지 말고 묵묵히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인생의 현재 시점에서 시계를 되돌려 젊은 시절로 짜안~ 되돌아갈 수 있다면 정말로 좋을까? 다른 사람들은 이 질문에 대해서 어떻게 답했을까?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나왔던 ‘청춘예찬’이라는 글은 민태원(1894~1935)의 대표적인 수필로서 이렇게 시작한다.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가 잘 아는 박경리 선생과 박완서 작가는 뜻밖에도 젊음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하였다.

 

박경리 선생(1926~2008, 향년 82살)의 유고집에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다시 젊어지고 싶지 않다. 모진 세월 가고... 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렇게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박완서 작가(1931~2011, 향년 80살)는 이렇게 말했다.

“다시 젊어지고 싶지 않다. 하고 싶지 않은 것을 안 할 수 있는 자유가 얼마나 좋은데, 젊음과 바꾸겠는가.“

 

두 사람의 말을 종합해보면 늙어서 누릴 수 있는 편안함과 자유가 젊음보다 더 좋다는 것이다. 청춘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두 작가의 고백은 노년예찬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청춘예찬과 노년예찬은 어느 쪽이 맞을까? 내가 곰곰이 따져 보니 청춘예찬을 주장한 민태원은 41살에 작고했다. 그는 노년을 경험하지 못한 상태에서 섣불리 청춘예찬론을 펼친 것이 아닌가? 사람마다 견해가 다를 것이니 각설하고 답사로 돌아가자.

 

우리는 정오에 장평 시내에 있는 두메식당에서 청국장 점심을 먹었다. 이규성 교수가 점심 보시를 하였다. 고마운 일이다. 우리는 박수로 보답했다. 12시 50분에 차 3대에 나눠 타고서 출발 장소로 이동하였다. 막동계곡 입구에서 1시 50분에 걷기를 시작하였다.

 

 

날씨는 초봄의 화창한 날씨이다. 봄의 전령인 진달래는 지고 이제는 철쭉과 제비꽃, 괴불주머니, 양지꽃 등 봄꽃이 피었다. 겨울 동안 침묵하던 나뭇가지에서는 새잎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쑥쑥 자라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산에 가득 찬 활엽수 나뭇가지에서 연두빛을 발산하는 새잎들은 사람으로 비유하면 4~5살의 어린애들 같다고나 할까? 싱싱하고 귀엽고 아름답다.

 

 

우리는 59번 국도를 따라 남쪽으로 걸어갔다. 정선 쪽으로 가는 59번 도로는 오대천 물길 따라 구불구불 이어진다. 59번 국도는 남쪽으로는 전라남도 광양에 이르고 북쪽으로는 진부를 거쳐 양양까지 연결되는데, 길이는 무려 494km나 된다.

 

길 따라 조금 걸어가니 오른쪽으로 ‘장전이끼계곡’ 입구를 표시하는 간판이 나온다. 장전리는 긴밭(長田)이 펼쳐져 있다고 해서 ‘장재이’라고 부르다가 1914년 행정 구역을 통폐합하면서 장전리라고 했다. 나는 진부면 장전리에 있는 이끼계곡에 가보지는 못하고 이끼사진들을 본 적이 있다. 물가 바위를 덮은 이끼가 매우 아름다워 사진작가들이 즐겨 찾는 명소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는 3대 이끼계곡이 있는데 (삼척 무건리 이끼계곡, 영월군 상동 이끼계곡, 평창군 장전 이끼계곡) 모두 강원도에 있다.

 

 

 

장전계곡 입구에서 조금만 남쪽으로 내려가면 장전터널이 나온다. 나는 어제 사전 답사 차 여기까지 와서 터널 옆으로 나 있는 구도로가 차는 못 다니지만, 사람은 갈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구도로 입구는 차량 출입을 금지하기 위하여 차단기로 막아 놓았는데 사람은 우회하면 된다. 카카오맵으로 확인해 보니 구도로로 돌아가면 1.6km이고 터널로 통과하면 1.2km이다. 구도로는 약간 경사가 있으나 차가 다니지 못하니 조용하고 또 경치가 좋았다. 우리는 걷는 사람만이 맛볼 수 있는 즐거움을 누리면서 구도로를 걸었다.

 

 

 

걷기에 좋은 구간이 끝나고 다시 59번 도로와 만났다. 만나는 지점 왼쪽에 커다란 공장이 나타난다. ㈜규원에너지 간판이 보인다. 공장 시설로 보아서 나무를 잘게 잘라 화목 보일러용 목재 펠릿을 만드는 공장 같다. 목재 펠릿은 원목이나 벌채 부산물을 압축해서 만드는데 대표적인 재생에너지(biomass) 연료다. 조림에 성공한 우리나라는 몇 년 전부터 벌목을 허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