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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그리고 우리말

박물관 글, 어떻게 쓸까?

박물관 업무를 소개하는 「박물관의 일」시리즈, 첫 번째 결실
국립중앙박물관ㆍ국립박물관문화재단 공동기획 『박물관의 글쓰기』 대중서 펴내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윤성용)은 2020년부터 3년에 걸쳐 국어 전문기관인 국어문화원연합회와 협력하여 ‘전시 용어 개선 사업’을 진행하였고, 그 결과를 종합하여 『박물관의 글쓰기-전시의 처음부터 끝까지 필요한 글쓰기에 관하여』를 펴냈다. 이 책은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이 공동기획하고 이케이북이 출판을 맡았다. 박물관의 업무를 체계화하여 대중에게 널리 소개하고자 기획한 <박물관의 일> 시리즈의 첫 번째 결과물이기도 하다.

 

 

□ ‘전시 용어 개선 사업’으로 박물관 글쓰기 체질 개선

 

‘전시 용어 개선 사업’은 전문용어나 한자어가 많은 어려운 전시 용어를 쉽고 바르게 쓰기 위한 목적으로 이루어졌다. 큐레이터가 작성한 원고는 국어전문가 3인, 중학생, 전문가 감수와 쟁점 논의, 최종 반영 여부 검토에 이르기까지 모두 6차에 걸친 검증과정을 거쳤다. 이에 따라 국립중앙박물관과 13개 소속박물관의 상설전시실을 비롯한 30개 전시의 널빤지, 설명문, 도록, 영상 등 각종 정보를 새로 작성하였다.

 

이 과정에서 전시 글을 쓰는 이와 읽는 이들이 수시로 대화하며 의견을 주고받았다. 이번에 펴낼 『박물관의 글쓰기』는 그 치열한 소통의 결과물이다. 박물관은 국어문화원연합회를 비롯한 다양한 국어전문가들과 함께 박물관 글쓰기의 한계와 문제점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함께 고민하여 관람객을 위한 좋은 글쓰기의 원칙과 방법들을 정리하였다. 이 책은 박물관 글쓰기의 현주소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 61가지 기본 원칙과 기술에서 배우는 박물관 글쓰기의 모든 것

 

박물관이 기획한 전시에는 다양한 형태의 글이 존재한다. 관람객이 전시장에서 처음 만나는 전시 널빤지(패널)과 전시품을 설명하는 설명카드, 관람동선에 따라 배치되는 내부 널빤지, 전시 영상의 대본과 자막용 원고, 전시 도록 등 그 종류는 무척 다양하다. 박물관의 글쓰기는 일반적으로 좋은 글이 지녀야 할 공통된 요건과 원칙을 따르지만, 박물관의 특수성을 고려한 나름의 방향성과 기술적 측면도 분명히 존재한다. 이 책에서는 여섯 가지 주제로 나누어 박물관의 글쓰기의 모든 것을 풀어보고자 하였다.

 

제1부 ‘박물관 글이란 무엇일까’에는 박물관 글을 쓸 때 필요한 고민을 제시한다. 박물관 전시를 위한 적절한 구성과 다양한 형태의 글들이 왜 필요하고 중요한지를 실제 전시 사례를 들어 현장감 있게 설명한다. 또 박물관 학예연구사와 국어전문가가 뽑은 좋은 전시 글을 골라 제시함으로써 좋은 박물관 전시 글을 위한 치열한 고민의 흔적들을 담아냈다.

 

제2부 ‘박물관 글, 어떻게 쓸까’에서는 실제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다양한 전시 글의 종류를 살펴본다. 박물관의 글들은 목적과 의도에 따라 글쓰기 방식과 방법들이 달라진다. 전시 널빤지과 설명카드, 영상물의 대본, 오디오 안내용 원고, 장애인 관람객을 위한 설명문, 보도자료 등 각각의 쓰임에 필요한 글쓰기 방법과 특징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제3부 ‘정확하게 쓰는 것은 기본이다’와 제4부 ‘원칙도 살리고 쉽고 재미있게 쓰는 기술이 있다’에서는 박물관 글이 공공 언어로서 지켜야 할 기본 원칙과 실제 글쓰기에 유용한 한글맞춤법을 소개한다. 특히 전시품의 이름, 연대, 숫자와 단위, 외래어 표기법 등 현장에서 자주 쓰이는 맞춤법을 여러 사례를 중심으로 제시한다. 또 박물관 글쓰기에 필요한 항목들을 점검하는 목록도 제공하여 자신의 글을 스스로 검토할 수 있게 한 점도 특징이다.

 

제5부 ‘궁금할 땐 어떡하죠’와 제6부 ‘한번 써볼까요’에서는 국립국어원 국어사전의 활용법과 유용한 기능을 소개하고, 박물관 글쓰기에 참고할 수 있는 각종 도서 목록도 함께 제공한다. 또 박물관 글쓰기의 질문과 답변 형식으로 학예연구사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어려움과 자주 하는 실수를 살펴보고, 실질적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관련 기관들을 소개한다. 나아가 좋은 전시 글을 쓰기 위한 실전 연습 문제도 덧붙였다. 여기에 수록된 문장과 글은 학예연구사들이 직접 작성하여 국어전문가들이 고치고 다듬은 결과물이다. 더 나은 박물관 글쓰기를 위해 어떤 점에 유의해야 하는지도 함께 정리하였다.

 

박물관은 이번 전시 용어 개선 사업을 진행하면서 기존의 관용적 한자어를 쉬운 말로 바꾸고 공공언어를 쉽고 바르게 쓰기 위한 기본 검증 체계를 구축하였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글을 작성하는 큐레이터의 표현이 글을 읽는 대중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에 올해부터는 ‘전시 용어 개선’ 사업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모두가 이해하기 쉬운 정보 제공을 위하여 ‘쉬운 전시 정보 만들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박물관의 글쓰기』 펴냄과 ‘쉬운 전시 정보 만들기’ 사업은 모든 관람객에게 편안한 휴식과 쾌적한 전시를 제공하고자 하는 다양한 시도의 하나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앞으로도 박물관의 다양한 업무를 체계화ㆍ이론화하여 책자 형태로 소개한다. <박물관의 일> 시리즈의 첫 번째 성과물인 《박물관의 글쓰기》에 이어서 제2권은 소장품 관리 체계와 다루는 방법, 박물관 안쪽의 수장고에서 이루어지는 생생한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박물관 소장품 다루기》를 펴낼 계획이다. 이 시리즈가 박물관과 박물관 일에 관심을 가진 많은 분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다만 이 ‘박물관 글, 어떻게 쓸까?’ 보도자료에도 명칭(이름), 발간(펴냄)처럼 얼마든지 더 쉬운 우리말로 할 수 있는 것을 버릇처럼 한자말을 써서 제대로 된 노력을 하는가 하는 걱정이 들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