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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일만이천봉 금강산을 그린 정선 <정양사>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857]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고려 후기 학자 이곡의 《가정집(稼亭集)》에는 《화엄경》 속 담무갈보살(금강산에 머무는 보살)이 1만 2천 보살을 이끌고 금강산에 나타났다고 합니다. 이렇듯 예부터 이 금강산을 사람들은 신성한 영역으로 여겨왔습니다. 또 그 비경에 푹 빠진 조선 시대 화가들은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 붓을 들고 그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을 한 폭에 그림으로 담아내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국립중앙박물관에는 진경산수화로 잘 알려진 겸재 정선의 <정양사>가 있습니다. <정양사>는 금강산에 있는 유명한 절인 정양사에서 금강산 일만 이천 봉을 보고 그린 작품입니다. 정선은 능숙한 솜씨로 정양사가 있는 왼쪽 토산의 부드러운 모습은 둥긋한 산의 형태로 잡아내고 수풀이 울창한 모습은 붓을 뉘어 그린 미점(米點)으로 빽빽하게 찍어 표현했습니다. 암봉이 서려 있는 오른쪽 화폭은 강한 필세를 가진 수직선으로 그렸는데 소향로봉, 대향로봉, 비로봉 따위 봉우리 모습을 날카롭고 각지게 표현해 왼쪽의 토산과 대비되게 그렸습니다.

 

 

<정양사> 왼쪽 위에는 ‘정양사 겸노(正陽寺 謙老)’라고 써두었는데 이를 보아 이 그림은 노년기의 정선이 그렸음을 알려줍니다. 정선은 누구보다 금강산을 사랑했다고 전해지는데 그는 그만큼 금강산을 100폭이 넘게 그린 화가로 손꼽힙니다. 특히 <금강전도>, 〈단발령망금강산〉 등은 지금도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작품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그린 금강산 그림을 보면 마치 실제 산의 전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