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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딸을 기다리는 엄마의 기억, 5분

윤성회 사진전 <그 골목>, 1월 2일부터 류가헌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윤성회의 사진 시리즈 <그 골목>. 무대는 한 골목이다. 회색 철제 울타리가 단출한 무대 장치로 길게 둘러쳐져 있고, 가로등을 밝힌 전신주 두 개가 좌우에서 조명처럼 골목을 비추고 있다. 검은 하늘 아래 불을 밝힌 고층아파트들은, 무대의 공간적 배경이 도시라는 것과 시간적 배경이 밤임을 알려주는 배경막이다.

 

그 앞에 인물들이 등장한다. 빨간색 점퍼를 입은 노인, 손말틀(휴대폰)을 보며 걷는 여성, 배낭을 멘 어린이 둘. 등장인물들 사이로 어떤 날은 푸드트럭이 끼어들기도 하고, 노란색 통학차가 무대를 가득 메우기도 한다.

 

 

 

<그 골목>의 시작부터 끝까지, 어느 사진에도 같은 시간 ‘그 골목’에 있었던 또 한 사람의 인물은 등장하지 않는다.

 

세 아이를 가진 주부. 대학 재학시절 사진을 시작했지만, 일과 육아로 ‘작업으로서의 사진’에 마음 쓸 겨를이 없었던 사람이다. 세 아이가 어느 정도 자란 뒤에야 다시 사진기를 들었으나 여전히 ‘사진가’라는 호칭보다 ‘엄마’라는 호칭으로 더 자주 불리는. 이제는, 삼수하는 딸을 위해 학원 앞에 차를 세우고 기다리는 여성이다.

 

그녀는 아이를 기다리며 생각한다. ‘엄마가 되기 위해서는 참 많은 기다림의 순간들을 보내야 하는구나’. 그 골목의 사람들은 같은 시각 같은 장소에 있지만, 각자의 시간은 다르게 흘러간다. 차창 밖을 바라보며, 이제는 딸과도 서로가 있어야 할 장소에서 각자의 시간을 보내며 자신만의 기다림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부터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아이를 위한 시간이었는데 어느새 자신의 시간이 되어버린 그 5분이 사진 속에서 차곡차곡 쌓여갔다. 우리의 하루하루가 그러하듯, 언뜻 보면 똑같아 보이지만 다 다른 사진들이다.

 

전시서문을 쓴 사진가 강홍구는 이렇게 말한다.

“윤성회의 사진이 흥미 있는 것은 사진이 가진 연극성을 통해 우리의 삶도 연극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데 있다. 아무것도 연출 된 것은 없지만 그 어떤 연출된 장면들보다 사실들을 무심하게 끌어모아 현실을 환기시킨다.”

 

사진가 윤성회는 이제 사진으로 현실을 환기시키는 작업을 이어간다. 여성의 시각에서 자신의 일상을 담은 이미지를 통해 우리 사회의 주부, 여성의 정체성을 고민한다. 주변 여성의 삶을 기록하는 것으로까지 작업의 확장을 모색 중이다.

 

전시 문의 : 02-720-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