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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원의 우리문화책방

갑진년, 역사 속 지도자에게 배우는 값진 교훈

《인생리더》, 강관수, 한국표준협회미디어(KSAM)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인생을 주도적으로 이끌 수 있는 사람.

이것이 아마 인생 지도자[Leader]의 정의일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인생의 지도자다. 자기 인생을 주도적으로 설계하고, 운용할 수 있는 능력은 누구에게나 중요하다.

 

그러나 자신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 특히 한 나라를 이끌어야 하는 임금이라면 어떨까? 자신의 결정에 나라의 흥망이 결정되고, 수백만 명의 목숨이 달려 있다면? 결정의 무게는 무거울 것이고, 수시로 두려울 것이다.

 

역사 속 그들도 그랬다. 앞서 그들이 내렸던 결정, 고뇌, 번민을 분석한 이 책, 《인생 리더》의 지은이 강관수는 역사 인문 리더십 강의 때 자주 소개하는 지도자의 조건과 요소를 열여덟 가지 주제로 나누어 제시한다.

 

 

1장 ‘역사가 들려주는 리더의 조건’에서는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고대역사와 배경지식을 담았다. 2장부터 18장까지는 지도력의 유형을 성군, 애민, 혁신, 전략, 조직관리, 참여지향, 포용, 인내, 보필 등으로 나누어 공자, 세종, 영조, 정조, 이순신 등 역사적 인물의 사례를 통해 지도자가 갖춰야 할 품성과 역량을 보여준다.

 

예시로 분석한 인물들은 모두 한국 역사나 중국ㆍ일본 역사 속 인물들이다. 한국사 속 인물로는 세종, 영조, 정조, 이순신, 선조, 인조가 있으며, 그 밖의 인물로는 제갈량, 향우, 유방, 관중, 환공, 조조, 도쿠가와 이에야스, 한고조와 소하, 진시황과 왕전, 범려 등이 있다.

 

특히 ‘애민 리더십’의 사례로 제시된 영조는 즉위 당시부터 적대세력의 반발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백성을 사랑하는 자세를 잃지 않았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경종이 석연치 않게 갑자기 승하한 상황에서 임금의 동생, 곧 왕세제로 왕위를 이어받은 영조는 즉위식부터 어수선했다.

 

영조를 지지하던 노론 세력의 축하 속 보위에 오르던 날, 남인과 소론은 즉위식 참여를 거부하고 옥새를 던지며 격렬히 저항했다. 영조는 통합의 정치를 시도하며 소론의 마음을 얻고자 했지만, 당시 소론 세력의 영수였던 김일경은 편전 회의에서 영조를 ‘나으리’라고 부르며 격렬한 언쟁을 벌일 정도였다.

 

지은이는 현직 임금 면전에서 ‘전하’ 대신 ‘나으리’라는 호칭을 썼던 인물은 역사에서 단 두 사람밖에 없다고 말한다. 바로 세조 때의 성삼문과 영조 때의 김일경이다. 성삼문이 단종 복위를 도모하다 붙잡혀 와서 국문을 받으며 세조를 ‘나으리’로 불렀던 일화는 잘 알려졌지만, 나머지 한 사람 김일경은 역사를 잘 아는 이에게도 꽤 생소한 이름이다.

 

(p.79)

성삼문 이후 두 번째로 임금에게 나으리라고 불렀던 사람이 바로 김일경이다. 그는 1724년 10월 편전 회의에서 이제 막 보위에 오른 새 임금 영조에게 ‘나으리. 선대왕께서 비천한 무수리와 하룻밤 지냈다 하여 낳은 아들이 나으리라는 법이 있습니까?”라고 소리를 높였다. 여기서 선대왕은 숙종을, 비천한 무수리는 영조의 모친 동이를 뜻한다. 김일경의 이 말은 출신의 비천함을 넘어 영조의 출생을 의심하는 말이기도 했다.

 

임금이 아니라 그 누구라도 격분할 만한 행동이었다. 책에는 나오지 않지만, 김일경은 결국 역모에 연루되어 국문을 받고 처형되었다. 형 경종을 독살했다는 세간의 수군거림과 어머니가 천한 신분 출신이라는 콤플렉스가 본인을 짓누르는 상황에서도 영조는 탕평책, 청계천 준설, 균역법 등을 통해 백성의 삶을 개선하는 정책을 꾸준히 펼쳐 나갔다.

 

(p.84)

영조는 백성들의 부담을 덜어 주고자 1751년 9월 균역법을 시행하여 모든 군포의 양을 절반으로 경감했으며 이에 부족한 분량은 어염세와 결전세 등으로 결손을 보충했다. 그리고 양반들이 백성이나 노비들에게 낙인을 찍거나 글자를 새기는 등의 사형(私形)을 금지시켜 백성들에게 심한 고통을 주는 악습과 폐단을 혁파하는 조치들을 잇달아 시행했다.

임금의 하늘인 백성, 그 백성들이 하늘로 여기는 첫 번째가 ‘먹을 것’이다. 그 ‘먹고 사는 문제’, 즉 ‘민생’의 해결을 위해 평생을 검소하고 절제된 모습으로 살아온 임금 영조의 삶은 비천한 무수리의 소생이었기에 더욱 깊은 의미를 가진다 하겠다.

 

왕자라고 다 우수한 조건을 타고나는 것도 아니다. 일반 가정집이었다면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을 일조차 목숨을 걸고 투쟁해야 하는 한평생의 짐이 되기도 한다. 그래도 성공한 리더들의 공통점은 모두 자신이 가진 불완전함과 결점을 넘어서는 용기와 결기를 가졌다는 것이다.

 

자기 인생을 주도하는 자, 세상을 주도할 수 있다. 수신(修身, 마음과 행실을 바르게 닦아 수양함)이 곧 치국(治國, 나라를 다스림)이다. 지은이의 명확한 서술과 친절한 설명, 한자를 병기하는 꼼꼼한 저술 덕분에 속도감 있게 읽힌다. 올해 갑진년, 인생을 어떻게 이끌어갈지 고민된다면 이 책과 함께 역사에서 값진 교훈을 얻어보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