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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변호사의 세상바라기

파란빛이여, 온 세상을 파랗게 덮어라

[양승국 변호사의 세상 바라기 6] 2014세계자폐인의날 행사에 참여하고서

[그린경제/얼레빗 = 양승국 변호사]  42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자폐인의 날입니다. 원래 자폐인의 날은 198999일부터 시작되었는데, 유엔은 2008년에 정식으로 매년 42일을 자폐인의 날로 정하였습니다. 혹시 유엔에서 굳이 그런 날까지 지정하냐고 의아해 하실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자폐인은 등록 자폐인 수만도 2000년도 1,514명에서 2012년에 16,906명으로 급증하고 있으며, 자폐인 등록이 늦게 시작된 관계로 이미 다른 장애로 등록되어 있는 숫자와 자폐 등록을 꺼려서 등록하지 않은 숫자까지 합하면 대략 4만 명의 자폐인이 있다고 합니다.  

제 주위에도 꽤 많은 분들이 자폐인을 자녀로 두고 있습니다. 더구나 미국 오티즘 스피크스(Autism Speaks)의 연구에 의하면 미국 기준으로 할 때에 전 세계 평균 아동 100명중 1명이 자폐성 장애로 출현한다는데, 이런 점이 유엔에서 자폐인의 날을 정식으로 지정하게 된 계기가 된 모양입니다. 

자폐인의 날을 맞이하여 남산N타워에서는 기념식이 있었습니다. 남산 꼭대기에서 기념식을 한다는 것에 또 의아해 하실 분들이 있겠지요? 남산N타워에서 푸른등 점등식이 있기 때문이지요. 이날 행사의 표어는 자폐인과 함께 하는 더 넓은 세상, 파란빛으로 희망을 전하세요!”, 영어로는 “Light it up blue with Autism” 그러니까 파란빛으로 희망을 전하기 위해 남산N타워에 푸른 등을 점등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 기념식도 남산 위에서 하는 거군요. 

   
▲ “자폐인과 함께 하는 더 넓은 세상, 파란빛으로 희망을 전하세요!”라는 표어와 함께 4월 2일을 자폐인의 날에 남산타워에 푸른등이 켜졌다. ⓒ양승국

   
▲ 파란빛과 꽃이 어우러진 정경 ⓒ한국자폐인사랑협회

   
▲ 멀리 남산타워에는 자폐인이 희망을 가지고 살기를 바라는 푸른등이 켜졌다. ⓒ양승국

푸른등 점등은 남산타워에서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완도타워, 인천대교, 돌산대교, 진도대교 등 전국에서 동시에 할 뿐만 아니라, 유엔이 정한 날이니 전 세계적으로도 파리 에펠탑, 이집트 피라미드,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등 세계 90여개 나라 750여개 도시 7,000여개 장소에서 점등 행사를 가진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런 푸른 빛 행사는 공공행사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들도 가정에서 파란 전구를 켜고 푸른 티셔츠를 입는 등으로 자폐인의 날 행사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저도 이날 기념행사에 참여하였습니다. 한국자폐인사랑협회 김용직 협회장이 친한 학교 선배인데, 저보고 행사에 오라고 호출 명령을 내렸습니다. 김회장님이 고교, 대학 선배에다가 법조 선배이고, 법조에서도 공군 법무관부터 판사 생활까지 같이 하였으니, 선배가 하라면 해야지 별수 있습니까?  

김선배가 자폐인 협회 회장을 맡게 된 것은 본인 자신이 자폐인 아들을 두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사실 선배님이 법원에서 퇴직을 하게 된 것도 자폐인 아들 뒷바라지를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단순한 뒷바라지에 그치지 않고, 우리나라 자폐인 인권을 위해 앞장서서 뛰고 있는 자폐인의 빛이 되었습니다. 

   
▲ 4월 2일 자폐인의 날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는 한국자폐인사랑협회 김용직 회장(오른쪽), 왼쪽에는 수화로 인사말을 통역하고 있다. ⓒ양승국

점등 행사가 있으니까 기념식은 저녁 6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먼저 온누리 교회 자폐인으로 구성된(, 1명은 시각 장애인) 현악 4중주의 연주로 기념식은 시작됩니다. 비록 기량은 서툴지만, 그 어떤 연주보다도 감동이 있는 아름다운 연주입니다. 그리고 김회장님의 개회사에 이어 내빈들의 축사가 이어졌습니다. 염수정 추기경께서 직접 행사에 참여하여 축사를 해주시는 모습이 참 보기 좋더군요.  

세계 자폐인의 날을 맞이하여 성명서도 발표하는데, 성명서도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직접 발표합니다. 그리고 자폐인 희망 실천을 위해 노력한 단체에 대한 표창도 빠질 수 없겠지요? 여러 단체들이 표창을 받는데 서울지방변호사회도 자폐인 권익 옹호에 앞장선 공로로 나승철 회장이 대표로 나와 표창을 받는군요. 인터넷 기업인 네이버와 다음커뮤니케이션도 자폐인을 연계 고용한 공로로 표창을 받구요. 

1부 행사의 마지막은 광장으로 나와서 오늘 행사의 정점인 점등 행사를 가지는 것입니다. 점등 행사에 참여하는 이들이 단추를 누르면 남산타워에 푸른빛이 들어오는 것이지요. 참석자에는 위철환 대한변협 회장과 그룹 부활의 멤버였던 김태원씨도 있습니다. 김태원씨는 전에 엠비시 무릎팍 도사에 출연하여 자폐아 아들이 있음을 고백하면서 눈물을 쏟아냈는데, 아무래도 김태원씨가 인지도 때문에 자폐인 행사에는 자주 출연합니다.  

요즈음 인간극장프로에도 아들과 함께 나왔지요? 제가 재작년에도 자폐인 사랑캠프에 갔었는데, 거기서도 김태원씨를 보았습니다. 참석자들이 일제히 점등 단추를 누릅니다. 저는 단추를 누르면 남산타워가 일제히 파란 빛으로 물들 줄 알았는데, 천천히 푸른빛이 들어옵니다. 자폐인들이 조금씩 조금씩 삶을 나아가고 있기에 푸른빛도 그렇게 천천히 들어오는 것인가요? 

남산타워에 푸른빛이 퍼져나가는 것을 보면서 저는 남산을 내려갑니다. 남산을 내려가는 길에는 진달래, 벚꽃, 산수유, 개나리 등 봄의 꽃들이 제 순서를 잊어버리고 한꺼번에 피어, 남산을 오르내리는 이들은 갸우뚱하면서도 한꺼번에 벌어지는 꽃잔치에 마냥 행복해 합니다. 김선배는 자폐인의 당면과제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에 하나는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의 제정이라고 합니다. (자폐인은 발달장애인 중 한 그룹입니다.)  

   
▲ 자폐인의 날 로고

김선배는 매일경제 2014. 2. 22.자에도 염전노예 재발방지법 서둘러야라는 제목으로 글을 기고하면서 발달장애인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 법은 2012년에 19대 국회 제1호 법안으로 제출되었는데, 아직도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습니다. 저는 케이비에스(KBS) 자문변호사로 방송국에 가기 위해 2달에 3번꼴로 국회의사당역에서 내리는데, 작년부터 전철역을 나오면 발달장애인들이 발달장애인법을 빨리 제정하라며 농성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지난 겨울에도 그 추운 날씨에 길거리에서 이들이 무언의 농성을 하는 것을 보니 마음이 아프더군요. 

, 김선배 기고문의 제목이 염전노예 재발방지법 서둘러야이네요. 글을 기고할 무렵 지적장애인이 외딴 섬 염전으로 유인된 후 52개월이나 강제노역을 당한 사건이 떠들썩하였는데, 이 사건을 보고 글을 기고하셨군요. ‘염전노예하니까, 저도 옛날 생각이 나는군요. 제가 전에 목포에서 근무하다보니까, 아무래도 지역 특성상 염전노예 사건을 몇 건 담당하였거든요.  

그때 보니까 모집꾼들이 지적으로 떨어지는 사람들을 감언이설로 꾀어 목포로 데려옵니다. 그러면 모집꾼들로부터 이런 사람들을 인수한 중간책이 섬으로 데려가 염전주들에게 넘기는 것이지요. 이들은 지적 능력이 떨어지니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도 모르고 섬에서 나갈 방도도 몰라, 그저 시키는 대로 힘든 염전 일을 계속하는 것이지요. 

염전노예보다 더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새우잡이 노예입니다. 염전노예는 그래도 땅을 밟을 수 있지만, 새우잡이 노예는 멍텅구리배에 갇혀 이들이 잡은 새우를 거두러 오는 배가 넘겨주는 음식으로 연명하면서 계속 흔들리는 배에 갇혀 새우잡이를 해야 하는 것이지요. 당시 재판하면서 이들을 증인으로 법정에 부른 적이 있는데, 자기 의사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더군요.  

아무튼 김선배님 덕분에 발달장애인은 나와는 무관한 것인 듯, 무디어져 가던 제 마음을 다시금 깨울 수 있었습니다. 아무쪼록 자폐인과 함께 하는 더 넓은 세상, 파란 빛으로 희망을 전하세요!”라는 표어처럼 희망의 파란빛이 지구를 파랗게 덮는 날이 빨리 오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