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개천에서 용이 나기를 바라는가?

선행학습 금지법의 뇌과학적 비판 3

[그린경제/얼레빗=고리들 기자]  인간의 DNA는 자연스러운 변이를 한다. 우주에서 내려 비치는 감마선이나 우주선(cosmic ray)과 자연 방사선이 돌연변이의 원동력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렇게 유전자가 조금씩 변하는 것을 분자시계라고 부른다. 부모의 유전자가 아이에게 전달될 때 약 12%의 변이가 일어나며 자연계의 집단 내에서는 평균 16%가 돌연변이를 유지하는데 이는 전염병으로부터의 멸종을 막기 위한 진화이며 동시에 개천에서 용이 나도록 만드는 인간 유전자의 자연스러운 변이율이다.  

무슨 얘기냐면 시골과 달동네에 사는 가난하고 가방끈이 짧고 지능이 낮은 부모 밑에서도 약 15%의 확률로 천재가 태어날 수 있다는 말이다. 자연계는 매우 높은 돌연변이율을 갖고 있어서 보통의 가정에서도 천재는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단지 교육적 환경과 부모의 낮은 자존감과 비합리적 태도가 어쩌다 태어난 위대한 천재를 그냥 보통 아이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그런데 그 천재는 첫째일수도 있고 막내일 수도 있다. 돌연변이는 나쁜 쪽으로도 일어나므로 10%가 천재형의 돌연변이를 한다고 보면 아이를 하나 가지면 1% 둘을 가지면 2%의 천재가 보통 가정에서 태어난다. 한 학년 전체를 50만으로 보면 중고등학교에 3만 명에서 6만 명의 천재들이 작은 골목이나 지하방이나 고아원에서 꿈을 키우고 있다   

그런데 이런 아이가 선행학습금지법이 있고 맞춤교육이 없는 나라에서 산다면 어떻게 될까? 보통의 환경에서 자라는 지능이 우수한 초등학생이 선행학습이 자유로운 특수한 중고등학교를 가는 일은 아이가 0.00001%의 천재라면 몰라도 거의 불가능하다. 그리고 이 드물게 태어난 천재의 부모가 제공할 수 있는 교육적 환경에는 한계가 있다.  

사교육이 보장되지 않고 맞춤교육이 모자란 공교육 틀 속에서 가난한 집의 우수한 아이들은 너무 빠른 시기에 자신의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고 있으며 이는 빌 게이츠가 교육에 대한 자선사업을 가난한 지역에서 펼치는 까닭이 되었다. ‘빌 게이츠 재단의 학교는 가난한 지역의 아이들을 맡아서 성공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하지만 자선활동이 약한 우리나라는 형편상 공교육의 현장에서 사교육비의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 마음껏 맞춤교육을 받을 수 있는 시설과 제도를 마련해 주어야만 한다 
 

   
 

이런 지원을 해주면 보통 가정의 우수한 아이들이 학교 밖 사교육과 특수학교의 선행학습을 합법적으로 잘 받는 부유한 환경의 아이들과의 격차를 줄일 수 있는데 가난이라는 결핍이 주는 선물인 집중력과 몰입과 의미부여의 힘은 매우 큰 에너지이기 때문이다. 이 결핍의 에너지는 다윗이 골리앗을 쓰러뜨린 에너지이기도 했다.  

미국은 부모의 힘과 배경과 상관없이 개천에서 나온 용이 많다. 자수성가의 비율이 높다. 부자 중 거의 70%가 자수성가형이다. 그런데 한국은 80% 이상이 재산과 주식을 물려받은 상속형 부자이다. 한국은 동양적 문화와 사고방식이 지배적이고 성공의 기회가 불평등하기 때문이다. 심리학(설문조사)과 뇌과학(fMRI 관찰)이 결합된 실험을 통해서 서양인의 두뇌는 개인을 중시하고 목표물에 집중하는 사냥적 두뇌이고 동양인의 두뇌는 집단을 의식하며 배경까지 보는 농경적 두뇌라는 것이 밝혀졌다.  

농경적 두뇌는 전체를 다 보는 장점이 있지만 새로움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사냥적 두뇌보다 느리며 보수적이고 주변의 시선을 많이 의식한다. 주변을 의식한다는 것은 대다수 부모들의 자존감이 상대적 빈곤과 비교로 인해서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부모의 낮은 자존감은 비언어적으로 암묵적으로 자녀에게 전수되어 자녀의 사고방식과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준다.  

한국의 가정은 천재라도 둔재를 만드는 환경이 많다. 가난한 집 아이들은 두뇌가 뛰어난 아이더라도 그 잠재력이 쉽게 발굴되지 않는데 필자처럼 중학교에서부터 하위권 성적이다가 16살 안팎에 공부에 뜻을 두고 국제적 인재가 되리라면서 열심히 공부하려 할 때에는 이미 자신이 선행학습금지법이 적용된 학교의 학생이고 학원에 갈 돈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수밖에 없다. 

게다가 방과 후 맞춤교육마저 없다면 위로 올라갈 사다리가 거의 없는 셈이다. 교육과 배움의 사다리가 풍부해서 가난한 집의 똑똑한 아이가 일반고에 진학하더라도 그 사다리를 타고서 일단은 좋은 대학에 갈 필요가 있는 까닭은 가난한 집의 우수한 아이들이 좋은 인맥과 기회를 만나면 더 창의적 인재가 될 확률이 높고 또한 자신의 가정만을 부유하게 하는 노력을 벗어나 사회적인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를 막을 인재가 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현 정치권을 보더라도 물려받은 재산이 많은 사람들은 서민을 이해하는 정책과 법을 내기 어렵다. 자기 측근들이 싫어한다. 배가 고파서 빵을 달라는 시민들에게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 라고 말한 마리 앙투아네트처럼 자란 사람들이 정치인이 되는 것보다는 초등학교도 못가고 노동을 하다가 손가락을 잃은 브라질의 룰라대통령처럼 자란 사람들이 정치인이 되면 서민의 아픔과 느낌을 잘 알아서 보살핀다

따라서 선행학습 금지법이 아니라 맞춤교육 제공법이 가슴 따듯한 창조경제를 이끌어갈 혁신가인 개천의 용들을 기르는 법이다. 돈이 없어서 좋은 기회를 놓쳐본 사람과 배고픈 가난을 경험한 사람이 지도자로 성장을 해야 더 따듯한 창의성으로 양극화를 해결할 것이기 때문이다. 
 

   
▲ 고리들 작품 <프로암>

창조적 혁신가를 연구한 학자들은 왜 가난한 집의 우수한 아이들이 더 혁신적인 인재가 되는지를 연구했다. 심리학자 아이젠슈타트는 혁신가 699명을 연구했다. 놀랍게도 그들에게 나타나는 혁신의 공통적 저력이 불우한 가정과 조실부모였다. 비교적 가난한 환경에서는 아이들이 맞벌이로 바쁜 부모로부터 보다 덜 관리 받는 동안 자기결정적이고 자기주도적인 선택의 경험들을 하는데 이 경험이 혁신력의 근본이 된다.  

이는 신경전달물질 도파민과 관련된 현상인데 배고픔 이후에 먹는 음식과 자기결정성은 도파민 회로를 강화시킨다. 그래서 도파민이 만드는 저돌적 추진력은 가난한 집에서 자란 아이들이 더 강하다. 그리고 어려서부터 부모의 일을 돕는 노동을 했기에 인내심도 더 강하다. 돌연변이로 우수하게 태어난 애가 인내심과 추진력까지 갖게 되기에 역지사지의 자수성가를 하게 되는 것이다.  

이들은 중산층 이상의 모범적 부모가 없었기에 비합리성과 비친화성을 간직하고 자라다가 그 두 속성이 위험을 감수하는 무모한 용기와 혁신의 씨앗이 된다. 자기결정적 환경은 예측능력도 강화시킨다. 하지만 이들은 잠재력을 펼칠 기회를 잡기가 어렵다(이 부분은 다음 칼럼에 설명).  

반면, 어렸을 때 천재 소리를 듣다가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게 성장한 사람들을 연구한 심리학자 딘 사이먼턴은 그 이유가 혁신에 이르기에는 너무 전통에 순응했던, 부자일 가능성이 높은 모범적인 가정의 경험 때문에 상상력이 줄어들었다고 결론을 내렸다(서울대 김세직 교수는 이들이 창의성을 발휘할 자리를 선점하여 진짜 창의적 인재가 자리 잡지 못하면서 국가적 잠재력 낭비가 생기고 이어서 부익부 빈익빈과 저성장의 원인이 된다고 주장함).  

자수성가한 아버지의 엄격한 교육은 창의성에 최악의 결과를 낳는데, 이는 부자 3대 못 간다는 속담이 라틴어와 영어로도 있는 까닭이며 재벌들이 비교적 창의적이지 못한 자식들에게 편법으로 재산을 물려주려는 까닭이기도 하다. 물론 요즘의 부잣집들은 아이들에게 놀람, 새롬, 변화, 복잡, 모호함을 잘 제공하는 사교육을 어려서부터 듬뿍 시킨다. 사교육계의 마케팅과 연구와 노력이 대단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통적으로 빈부격차를 줄여서 개천의 용들을 배출했던 교육환경에 있어서도 부자 3대가 아니라 부자 30대까지 갈 수 있는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성 환경이 되어가고 있다. 안타까운 점은 사교육은 두뇌 발달적 방식인 놀람, 새롬, 변화, 복잡, 모호함의 제공으로 빨리 진화했지만 공교육은 그쪽에서는 진화의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현실이다.  

최근 자살한 세 모녀의 안타까운 경우도 그들이 돌파구를 스스로 찾을 만큼 창의적인 교육을 받지 못한 것도 한 원인이다. 가난과 질병이 준 낮은 자존감은 이웃과의 단절을 만들었다. 사회는 그 단절을 다시 이을 만큼 따듯하지 않았다. 한국사회의 행복도가 OECD 회원국가운데 꼴찌에서 2등인 까닭은 우선 학교에서 창의성 교육이 부족하기 때문이며(이는 뉴욕의 베나트학교 관련 칼럼으로 다음에 설명) 그 다음은 가정에서 학교에서 사회에서 삶의 동기(로맨스) 자체를 맞춤형으로 보살피는 다양한 보살핌이 부족한 것이 그 까닭이다.  

사람들이 빈곤을 대물림하는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그 악순환을 깰 유일한 방법이 교육이라면(이는 책 <폴트라인> <승자독식사회>의 결론) 잘 발달된 사교육을 받을 수 없는 아이들을 위한 방과 후 맞춤교육, 동기부여 교육과 각 가정의 자존감을 높이기 위한 일과 후 저녁시간의 부모교육의 배려가 공교육 내에서 몇 배는 더 강화되어야 한다.  

저녁시간의 부모교육을 강조한 이유는 필자가 200여회 이상 학교 내의 학부모교육을 다니며 발견했다. 오전의 부모교육은 비교적 부유한 가정의 엄마들이 참석하기에 정말 교육을 받아야 할 부모들이 부모교육을 받지 못하는 부모교육의 양극화 문제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