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02 (일)

  • 맑음동두천 19.7℃
  • 구름많음강릉 17.8℃
  • 맑음서울 20.3℃
  • 맑음대전 19.8℃
  • 구름많음대구 21.1℃
  • 구름조금울산 20.0℃
  • 구름많음광주 19.7℃
  • 구름조금부산 22.2℃
  • 구름많음고창 20.6℃
  • 흐림제주 20.2℃
  • 맑음강화 20.1℃
  • 맑음보은 18.0℃
  • 구름조금금산 19.1℃
  • 구름많음강진군 20.4℃
  • 구름많음경주시 21.5℃
  • 구름많음거제 21.1℃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양승국 변호사의 세상바라기

잔인함의 끝을 보인 일제 731부대

[양승국 변호사의 세상 바라기 33]

[그린경제/얼레빗=양승국 변호사]  전에 안중근 의사 의거 발자취를 따라서 하얼빈과 여순을 다녀오면서, 안의사 의거와 관련이 없지만은 하얼빈에서는 생체실험으로 악명 높은 731부대 유적지를 돌아보았습니다. 사람을 생체실험의 대상으로 삼은 731부대의 잔혹성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막상 그 현장을 방문하니까 일제의 잔혹함에 다시 치가 떨렸습니다. 


   
▲ 하얼빈 731부대 유적지 표지석

   
▲ 하얼빈 731부대 유적지의 생체주사 놓은 장면

731부대의 잔혹성에 대해서는 많이 들으셨겠지만, 몇 가지만 다시 얘기해볼까요? 먼저 그들은 원심분리기에 사람을 집어넣고 고속으로 회전시켜 항문으로 피가 나오는 과정을 살펴보는 실험 곧 착혈실험을 했으며, “동상실험이라 하여 혹한의 날씨에 팔다리를 얼음물에 담가 얼렸다가 해동한다고 펄펄 끓는 물에 집어넣거나, 냉동실에서 손을 급속으로 얼려 망치로 깨어보기도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사람을 한 줄로 세워놓고 맨 앞 사람 가슴에 총을 대고 발사하여 몇 사람까지 총알이 관통되나 알아보는 총 성능 실험”, 망가진 전차 속에 사람을 가두어 놓고 화염방사기를 쏘아 얼마나 견디다 죽나 알아보는 내열실험”, 동물의 피와 인간의 피를 교환해보는 대체수혈 실험등은 물론 자기들이 생각해낼 수 있는 잔인한 생체실험을 많이 했습니다. 

731부대는 당시에만 잘못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전쟁에 패망하여 도망가면서 세균실험에 사용된 마루타 시체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도망가 그 지역을 세균으로 오염시켜 많은 사람들을 죽게 하였고, 화학무기를 비밀리에 묻어놓고 도망가 최근까지도 묻어둔 화학무기에서 유독가스가 새어나와 많은 사람들을 살상하였습니다. 사진을 보니 이런 것에 대해 제대로 사과와 보상을 하지 않는 일본에 대해 사람들이 데모를 하는 장면도 있네요. 일본은 우리에게만 뻔뻔했던 것은 아니군요. 수많은 유대인을 가스실로 보낸 독일은 그렇게 반성하는데, 왜 일본은 그런가요? 

   
▲ 흉악과 잔인함의 대명사 731부대장 이시이 시로 중장

전시실을 돌다보니 731부대장 이시이 시로 중장 사진도 보입니다. 그런데 이런 사악한 인물이 전범 재판을 받지 아니하였습니다. 미국은 이시이로부터 생체실험 자료를 받는 대가로 731부대 간부진들의 범죄를 묵인해준 것이지요. 미국이 내세우는 정의의 잣대도 자기들 이해관계에 따라 왔다 갔다 하는군요. 그런데 731부대의 생체실험에 관여한 의료 관계자들은 자신들의 범죄를 참회하고 근신하며 살기는커녕 그 중에는 일본에서도 승승장구 한 자들도 많습니다. 

이를테면, 동상실험 담당 요시무라 히사토는 일본 기상학회 회장이 되었고, 731벼룩 사육 담당이었던 타나카 히데오는 오사카대 의학부장을 역임했습니다. 731병리담당이었던 이시까와 다치마루는 가나가와대 의과대학장을 역임했고, 731결핵균 담당이었던 야나기사와 마코토는 BCG를 개발하고 아사히상을 수상했으며, 731방역담당이었던 고바야시는 국립예방연구회 초대회장을 지냈지요.  

그리고 동경대출신으로 731촉탁교수였던 고지마 사부로는 국립예방연구회 2대회장이 됐으며, 마찬가지로 731촉탁교수였던 다미야 다께오는 일본의사회 회장이 됐다고 하는군요. 다만 이시이는 부하들에게 배반당하여 은둔생활을 하다가 195967세로 죽었습니다.  

그리고 이들 중에는 한국 전쟁으로 갑부가 된 이들도 있군요. 즉 한국 전쟁 때 수많은 사상자로 혈액이 부족해지자 731부대 제2대대장이던 기타노마사지와 인공혈액을 연구한 나이또 료이치는 인공혈액을 제조하여 한국에 비싸게 팔아 막대한 부를 챙겼답니다. 이들은 미도리쥬지라는 제약회사도 설립하였는데, 근원이 사악한 인물들이라 그런지 나중에 에이즈 약제 사건도 일으킵니다. 1980년대에 에이즈에 오염된 혈액을 이용하여 혈우병 약을 만들었는데, 이 약을 투약한 환자 1,800여 명이 감염되고, 이중 400여 명이 죽은 것입니다 

   
▲ 전시관 출구에는 마루타로 희생된 이들의 이름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데 고창률, 이기수, 심득룡, 김성서 등 한글 이름도 보인다.

 

731부대를 돌아 나오는 저의 발길은 참으로 무거웠습니다. 도대체 인간의 사악함의 끝은 어디까지인가? 그리고 나라 잃은 백성의 이 비참함, 참혹함이란... 다시는 이런 비극이 되풀이 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최소한 자기 국민이 이런 불안에 떨지 않도록 보호해줄 수 있는 나라. 나는 나의 조국이 그런 나라가 되기를 바랍니다

 

전시관 출구에는 마루타로 희생된 이들의 이름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데 고창률, 이기수, 심득룡, 김성서 등 한글 이름도 보입니다. 이 가운데 심득룡은 독립운동가였습니다. 그는 대련에서 일제에 체포되어 심한 고문을 받으면서도 밀정이 되면 풀어주겠다는 그들의 회유를 단호히 거부하였는데, 결국 731부대로 이송되어 마루타로 삶을 마감한 것입니다. 사진 속에서 저를 바라보고 있는 심득룡 선생을 차마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