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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변호사의 세상바라기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감독의 설정이 전혀 없는 완전 다큐멘터리 영화

   
 
[한국문화신문 = 양승국 변호사]  요즈음 독립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지요? 12. 11.부터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더니 지금까지 그 기세를 몰아오며 100만 관객을 돌파하였습니다. 이 기세대로라면 독립영화로 최고 흥행기록을 세운 <워낭소리>의 기록을 깨는 것도 시간문제일 것 같습니다. 

15() 저도 이 영화를 보았습니다. 제가 이 영화를 보았다고 하니까, “~~~ 영화가 뜬다고 하니까, 평소 영화 잘 안 보는 양변까지 영화를 보는구먼.”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겠지요? 물론 그런 점도 있겠지만, 사실은 이 영화를 감독한 진모영 감독과의 개인적 인연이 저를 더 영화관으로 끌어들인 것입니다. 

제가 오래 전부터 나눔문화라는 시민단체 회원으로 있는데, 나눔문화 회원들 중 같이 중동이나 아프리카 등 여행를 같이 한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여행을 통해서 친해진 사람들끼리 오랫동안 친교를 나누며 지내오고 있지요. 그렇기에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극장에 걸리면서, 당연히 같이 모여 영화를 보았는데, 저는 그때 다른 일정이 있어서 보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다가 15일 송년모임에서 진감독을 만날 텐데, 아직까지 영화를 보지 않았냐고 뭐라 할까봐, 부랴부랴 15일 점심 때 영화관을 찾았습니다. 

영화는 첫 장면에서 눈 오는 날 할머니가 할아버지 무덤 앞에서 털썩 주저앉아 우는 장면으로 시작하더니, 이어서 1년 몇 개월 전으로 돌아가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마당의 낙엽을 쓸면서 서로 장난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리고 진감독은 가만히 옆에서 두 분의 삶을 시간의 흐름과 함께 담담하게 카메라에 담습니다.  

다큐멘터리 영화이니까 따로 영화를 위한 설정은 없이 감독은 그저 옆에서 76년을 같이 인생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 한 노부부의 삶을 필름에 담는 것이지요. 영화를 보면 할아버지가 냇가에서 푸성귀를 씻는 할머니 옆의 개울에 돌을 던진다거나, 눈싸움을 하는 등 장난치는 장면이 많이 나오고, 또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많은 장면에서 서로 다른 예쁜 커플 한복을 입고 나옵니다 

   
 

   
 
그러니까 영화를 본 사람들 중에는 이런 것은 감독의 설정이 아니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사람도 있나봅니다. 아무래도 94세 된 조병만 할아버지와 89세 강계열 할머니께서 그 연세에 서로 장난을 친다는 것이나, 두 분께서 일상생활에도 계속 고운 한복을 입고 다니시는 모습이 젊은 세대에게는 낯설게 느껴지겠지요. 

그러나 진감독은 이 영화에 설정은 단 하나도 없다고 합니다. 원래 할아버지께서 젊었을 때부터 장난기가 많았다고 하시고, 두 분이 젊어서 가난한 삶에 한복도 제대로 못해 입은 한이 있어 자식들이 두 분께 명절 때나 생일 때나 한복을 해드리다 보니 한복이 많아졌다는군요.  

! 영화에는 명절이 되어 자식들이 부모님 집에 모였을 때에, 큰 딸이 큰 오빠에게 큰 오빠가 언제 아버지, 어머니 제대로 모셨느냐고 따지면서 말싸움으로 번지는 장면도 나옵니다. 이 장면을 보면서도 자식들이 설마 카메라 앞에서 자신들이 싸우는 추한 모습을 보여주려 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이 또한 진감독은 카메라가 늘상 이 집을 비추고 있으니까, 나중에는 할아버지, 할머니나 자식들 모두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더라고 하더군요. 

원래 이 영화가 나오기 전에 두 분이 텔레비젼 프로인 [인간극장]에 먼저 나오지 않았습니까? 인간극장에 나오게 된 하나의 계기도 두 분이 항상 고운 한복을 입고 금슬 좋게 사신다는 소문이 나면서였다고 하데요. 진감독도 인간극장을 보고, 두 분의 삶을 카메라에 담아야겠다는 생각에 횡성으로 두 분을 찾아가 승낙을 받고 촬영에 들어간 것이라고 하더군요.  

원래 진감독은 두 분의 아름다운 노년의 삶을 카메라에 담으려던 것이었는데, 할아버지가 워낙 나이가 많으시니까 시간이 흐르면서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이별 장면까지 카메라에 담게 된 것이지요. 그러니까 영화 제목 <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도 할머니께서 죽음의 강을 건너가는 할아버지에게 애통하게 그 강을 건너지 말라고 부르는 것을 영화 제목으로 한 것이네요. 

   
 
처음 영화를 보면서 두 분이 장난치는 모습이나, 야생화를 꺾어 서로의 머리에 꽂아주는 모습, 밤에 혼자 뒷간 가는 것을 무서워하는 할머니를 위하여 같이 뒷간까지 가서 할머니가 볼 일 다 볼 때까지 문밖에서 할머니를 위해 노래를 불러주시는 할아버지 모습 등 두 분이 알콩달콩 아름답게 사시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저는 어느 순간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할아버지의 가늘어진 다리를 보면서, 저도 예전에 제 아버지의 가늘어진 다리를 보았을 때 우리 아버지도 이젠 왜소한 할아버지가 되었다는 생각에 울컥했던 기억도 떠오르고, 또 밤새 기침을 하던 할아버지가 옆에서 간호하다 지쳐 잠이 든 할머니의 얼굴을 어루만지는 장면에 제 눈물샘이 터지더군요. 

그리고 영화를 보면 할머니께서 3살 아이들 내복 3, 6살 아이들 내복 3벌을 사는 장면이 나옵니다. 저는 처음에 이 장면을 보면서 할머니께서 손주들 주려고 내복을 사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더군요.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12명의 자녀를 낳아 그 중 6명의 자녀는 3살 때 3명을, 6살 때 3명을 저 세상으로 먼저 보냈더군요. 할머니께서는 어려웠던 삶에 죽은 자녀들에게 변변한 내복도 입히지 못했던 것이 한이 되어 내복을 사신 것이지요.  

영화에 보면 할머니께서는 속옷 가게 주인한테 내복이 클수록 좋다고 하시는데, 저는 이 장면에서도 제 어머니께서 한창 자라는 우리 형제들을 위하여 일부러 큰 옷을 사시던 기억을 먼저 떠올렸었지요. 그런데 나중에 할머니께서 내복을 산 이유를 알게 되면서, ‘할머니께서는 살았으면 이미 훌쩍 커버렸을 아이들을 생각하면서 그랬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되리라는 생각에 할아버지의 고운 한복들을 태우십니다. 이렇게 고운 한복을 태워야 할아버지가 저승 가는 강을 건널 때에 고운 한복을 입고 가신다고 생각하신 것이지요. 할머니는 죽은 아이들을 위해 샀던 내복도 같이 태웁니다. 그렇게 태우면서 할머니는 할아버지여, 그곳에 가면 먼저 간 아이들 만나 이 내복 잘 입혀주소. 나도 곧 따라갈 테니까라고 독백을 합니다. 저는 그 장면에서도 왜 그리 눈물이 나는지... 

   
 
할머니께서 그렇게 할아버지의 옷을 태우고 난지 얼마 안 되어 할아버지는 기어이 그 강을 건너고 마십니다. 할아버지를 차가운 땅에 묻고 다른 가족들은 모두 돌아갔어도 할머니는 끝까지 남아서 무덤을 어루만집니다. 그리고 곧 다시 만나자며 발길을 돌립니다. 그러나 그렇게 발걸음을 떼던 할머니는 이내 뒤돌아 할아버지의 무덤을 보더니 털썩 주저앉습니다. 할머니는 눈이 그렇게 서럽게 쏟아지는 날 차디 찬 땅속에 할아버지만 홀로 두고 가려니 차마 발이 안 떨어지는 것이었지요.  

바로 이 장면에서 영화는 다시 영화의 처음 장면으로 돌아옵니다. 장례식 날 눈이 오니까, 이 장면도 분위기 있는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일부러 눈 오는 날을 골라 찍은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 법 한데, 진감독은 이 장면도 때맞추어 눈이 와주었다는군요.  

하늘도 할아버지, 할머니의 이별 장면이 서러워서 눈발을 뿌린 것일까요? 영화는 이렇게 눈밭에 그대로 털썩 주저앉은 할머니의 울음 섞인 독백을 내보내며 끝납니다. 마지막에 할머니의 울음 섞인 독백을 듣자니, 영화의 끝남 자막이 올라가고 영화관에 불이 점점 밝아지는데도 쉽게 일어설 수가 없습니다. 저는 겨우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일어나면서 주위를 보니, 다행히 그런 모습은 저 혼자만의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 영화네요. 그러나 이 영화가 단지 사람들의 눈물샘만 자극하였다면 이렇게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사람들의 관심을 끌진 못했을 것입니다.  

76년을 해로한 노부부의 천진난만한 장난스러운 모습, 할머니가 다리를 아파 하니까 할아버지가 직접 부엌에 들어가 식사 준비를 하는 등 진실로 서로를 위하는 사랑의 모습, 거기에 곁들여 노부부와 삶을 같이 하는 공순이, 꼬마 두 개() 이야기 등이 하나로 어우러졌기에 영화를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울린 것이고, 또 그렇기에 영화를 본 이들로 하여금 다른 사람들에게 영화의 감동을 전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진감독!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하게 독립영화의 길을 걸어오더니, 이번에 전 국민의 마음에 큰 울림을 주어 고맙소이다! 그리고 그 동안의 고생 속에 이런 울림이 있는 영화를 만들어 낸 것 축하드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