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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아ㆍ김민서의 음악편지

사월과 오월 ‘영화를 만나’

[디제이 김상아의 음악편지 40] 애틋한 첫사랑의 멜로디

[한국문화신문 = 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어슴푸레 윤곽만 보였다. 출입문이 선자령을 마주보는 까닭에, 하오의 역광을 받은 그의 모습은 커다란 곰 한 마리가 어슬렁거리며 들어오는 것 같았다. 아직 개점준비가 덜된 터라 되돌려 보내려 했으나, 벽면을 빼곡히 채운 음반을 보고 경탄하며 행복해하는 그의 모습에 얼설픈 청소를 마치고 그를 맞았다. 

그는 엉덩이를 채 붙이기도 전에 영화를 만나라는 노래가 있느냐고 물었다. 목이 무척 타는 것 같았다. 수분부족에서 오는 갈증이 아니라 영화를 만나에 대한 목마름인 것 같았다. 그러나 나는 짐짓 아끼는 음악일수록 호흡을 가다듬고 들어야지 감동이 배가됩니다.” 

무슨 불문율이라도 되는 양 목소리를 깔며 그에게 맥주부터 한 잔 권했다. 그는 그동안 강릉은 여러 차례 다녀가서 웬만한 곳은 다 둘러보았기에 이제는 강릉의 속살을 보고 싶다하였다. 택시를 몇 번씩 갈아타가며 마음에 드는 곳을 찾아 헤매다 천신만고 끝에 이곳을 발견하여 행운이라며 흡족해했다. 

그의 호흡이 진정되는 것 같고, 약간의 알코올기도 도는 것 같아 나는 예고 없이 사월과 오월의 영화를 만나를 턴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노래가 시작되자 그는 말문을 닫더니 첫 소절이 끝나기도 전에 눈에서 링거방울 같은 눈물을 떨어뜨렸다. 

그는 그 노래 내용과 똑같은 사랑을 하였노라며 울먹였다. 

고교 3학년 때 창경원 스케이트장에서 영화라는 여학생을 만나 첫사랑의 열병을 앓게 되었단다. 그 사랑의 대가는 대학시험 낙방이라는 결과로 돌아왔고, 낙방의 원인이 풋사랑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양쪽집안에서는 둘의 교제를 용납하지 않았다 한다. 

둘은 일류대학에 꼭 합격하여 다시 만나자고 굳게 약속하고 피눈물 나는 노력 끝에 명문대학에 합격하였고, 합격발표가 나자마자 영화에게로 달려갔으나 그녀는 이미 외국으로 떠나고 없더란다. 그 뒤 그는 유명여대에서 후학들을 지도하며 지내고 있으나 한 시도 그녀를 잊은 적이 없다 하였다. 

우리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위스키 잔을 기울였고, “지지직하는 소리에 놀라 눈을 뜨니 그는 아침햇살이 비치는 소파에 널브러져 있었고, 가게 문은 잠기지도 않은 채 전축바늘은 계속 헛돌고 있었다. 

   
▲ 통기타 듀오 "사월과 오월" 음반 표지
스케이트장에서 만난 영화
선녀처럼 스케이트 타던
영화와 부딪히고 나서
미안하다 말하자 무표정했던 영화
그 후 우리는 즐거운 일이나
슬픈 일이나 같이 얘기했죠
우리의 사랑이 움틀 때면
사월이 오겠죠 그리고 오월이 

사월과 오월의 리더 백순진의 자전적 노래인 영화를 만나()’와 함께 자신의 부인을 모델로 만든 노래이다. 원래는 수영장에서 만났는데 멋진 가사가 떠오르질 않아 스케이트장으로 고쳤다한다. 

사월과 오월은 통기타 듀오 가운데선 최초로 우리말 이름을 가진 팀이다. 창단멤버로는 이수만이 가담 했었고 그 후임인 김태풍이 잠시 탈퇴 했을 때 김정호가 합류하여 활동하기도 하였다. 백순진은 요즘도 함께하는 음악저작인 협회를 이끌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인간의 감성이 나날이 메말라 가는 세상이기에 풋풋하고 싱그러운 음악을 추구하던 그들이 새삼 그리워진다. 

<한국방송디스크자키협회 감사, 전 한국교통방송·CBS D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