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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아ㆍ김민서의 음악편지

쟈니 리의 ‘뜨거운 안녕’

[디제이 김상아의 음악편지 43] 이룰 수 없는 사랑

[한국문화신문 = 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천체물리학의 태두(泰斗) 스티븐 호킹 박사의 이론에 따르면 우주는 빅뱅 이후 팽창을 계속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언젠가 그 팽창이 멈추는 시점이 오고 그 뒤엔 반대로 수축하며 따라서 시간도 역전하여 과거와 미래가 뒤바뀐다는 것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우리도 언젠가는 이 순간으로 다시 올 것이고 우리가 두고 온 그리운 어린 시절로 돌아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젊어서는 꿈을 먹고살고 늙어서는 추억을 먹고 산다는 말처럼 추억을 찾아 방황하는 나의 발길은 1970년대로 돌아가 의 열기가 한창인 어느 극장 앞에 멈추었다. 

TV 보급률이 낮던 그 시절 극장 쇼의 인기는 정말 대단했다. ‘가 있는 날은 온 동네가 술렁거렸고 특히 뒷골목 청년들은 마치 제가 장가라도 드는 양 얼굴이 발개져 들떠 있었다. 극장 쇼의 백미는 유명가수의 순서가 아니라 소위 양아치 클럽이라 불리는 극장 쇼 스타들의 무대였다. 무대에선 정장을 하는 게 통념이던 시절 청바지를 즐겨 입었던 정원, 트위스트김, 쟈니 리에게 붙여진 별명이었다. 그 가운데 쟈니리가 뜨거운 안녕을 흐느끼며 열창하는 모습은 가히 압권이었다. 

   
▲ 쟈니 리의 ‘뜨거운 안녕’ 음반 표지
또다시 말해주오 사랑하고 있다고
별들이 다정히 손을 잡는 밤
기어이 가신다면 보내 드리리
아프게 마음 새긴 그 말 한마디
보내고 밤마다 울음이 나도
남자답게 말하리라 안녕이라고
뜨겁게 뜨겁게 안녕이라고
또다시 말해주오 사랑하고 있다고
기러기 다정히 구구 대는데
기어이 떠난다면 보내 드리리
너무도 깊이 맺힌 그날 밤 입술
긴긴날 그리워 몸부림 쳐도
남자답게 말하리라 안녕이라고
뜨겁게 뜨겁게 안녕이라고 

뜨거운 안녕1966년에 발표된 쟈니 리의 출세작이다. 

이 노래가 발표되고 얼마 뒤 인천에서 어느 연인이 이룰 수 없는 사랑을 비관하여 동반자살을 하였는데 유서 대신 뜨거운 안녕가사를 적어놓고 숨을 거두어 세인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고 이 노래는 더욱 유명세를 탔다. 당시로는 꿈의 수치인 35만장이라는 경이적인 판매고를 올렸다. 

그 여세로 67년에 후속음반을 발표하였으나 뜨거운 안녕의 이미지가 너무 강하게 남아 그 벽을 넘지 못하고 말았다. 훗날 전인권이 불러 크게 히트한 사노라면의 오리지널 곡 내일은 해가 뜬다가 쟈니 리의 목소리로 그 음반에 수록되어 있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후일담은 차중락 최고의 히트곡인 낙엽 따라 가버린 사랑을 쟈니 리가 부르기로 예정되어 있었으나, 실연의 아픔을 겪고 있는 차중락에게 선뜻 양보하였다 한다. 그 역시 동병을 앓고 있었기에 상련을 느꼈을 것으로 짐작된다. 

만주에서 태어나 6·25때 단신으로 월남하여 고아원을 전전하며 삶을 이었던 소년 이영길. 그 소년은 미국인 양아버지를 만나 미국에까지 가는 행운을 얻은 듯했으나 합법적인 입국이 아니어서 쫓겨 와야만 했고, 쟈니 리라는 가수가 되기까지 우리의 현대사와 궤를 같이하는 질곡의 생을 살아야만 했다.  

그 잡초와 같은 끈질긴 생명력으로 고희를 훨씬 넘긴 지금도 그는 무대를 뜨겁게 달군다. 

<한국방송디스크자키협회 감사, 전 한국교통방송·CBS D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