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달균 시인] 어디 그 잡년 쌍판대기 한번 보자 가만있자, 이 여자 배배 틀고 와이라요? 아이구, 아이구 배야! 산통(産痛)이냐 심통(心痛)이냐 산통이다! 산통이야! 아차하모 산통 깨진다 할멈은 목욕제기 정화수 길어 와서 요리조리 물 뿌리고 우짜든지 아무 탈 없이 쑤욱! 하고 빠진 거로 같은 값이면 실한 고추놈 점지하고 점지하소. 황봉사 눈 뜬 소경 경문을 읊조리는데,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 이리 궁시렁 저리 궁시렁 어쩌구 저쩌구 잘도 논다…… 경치 좋고 물 좋기는 천황산이 제일이고 걸패 좋고 인심 좋기는 배둔 당동이 으뜸이다. 등반 밑에 숟가락 줍고 저놈의 귀신 담 넘어간다. 수리수리 나옵소서 술술이 나옵소서 술렁술렁 빠지소서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 힘써라 젖 먹던 힘을 아껴둔 힘까지 < 해설 > 이놈의 영감, 장작개비처럼 비쩍 마른 몸으로, 언제 애를 뱄나보네. 하긴 숟가락 들 힘만 있어도 여자를 그냥 보지 않을 터, 어쨌든 작은어미 만나 보니 산통이 왔네. 미치고 팔짝 뛴다. 이를 어쩌나? 그래도 아이는 받아야지. 이왕 출산이라면 실한 고추 단 놈으로 나오거라. 누군 구들에 불을 넣어 물 뎁히고 미역국 끓이고
[우리문화신문=이달균 시인] 미안하고 죄송하요 동지섣달 설한풍에 옆구리는 시리고 등허리는 가려운데 등 긁고 이 잡을 년 없어 그렇고 그리됐네 맷돌에 갈아서 전 지져 먹을 것들! 영감 나이 생각하여 미치지나 마시오 아서라 신정(新情) 좋다 해도 구정(舊情)에 비할손가 < 해설 > 그려, 마누라! 할 말 없소. 내 무슨 면목 있어 할망구를 볼까. 다만 과거는 봤다고 하면 떨어지고, 노잣돈은 떨어지고, 돌아갈 용기도 나지 않아 그저 객주집 방 한 칸 얻어 눌러앉게 되었네그려. 옆구리는 시리고 등 긁어주고 이 잡아 줄 여자도 없어 이리되고 말았으니 할멈이 용서하고 이해하구려. 하긴 오죽하면 그리 되었것소. 어찌해도 분이 풀리지 않것지만, 그래서 서방은 서방이니 어깨비 같은 영감 엉덩짝에 몽둥이 찜질할 수도 없으니 팔자라 생각하고 살아갈밖에. 하긴, 아무리 작은어미 곱다해도 영감 나이 생각해서 밤 침상에 너무 덤비지나 마소. 작은어미 신정(新情) 좋긴 하겠지만 조강지처 옛정을 어찌 잊으리오. 옛말에 구관이 명관이랬으니 그리 알고 살아가소.
[우리문화신문=이달균 시인] 어쩌자고 객지에서 소가 살림 차리었소 있는 재산 없는 재산 말아먹고 털어먹고 꼴라당 불알 두 쪽만 덜렁덜렁 남은 양반 배짱 좋고 재주 좋다 과연 내 서방이요 그 재주 글공부하여 장원급제하였으면 꾀꼬리빛 앵삼에다 어사화 눌러쓰고, 죽령 넘어 금의환향 동네 어귀 물푸레나무에 큰절하고 삼일유가(三日遊街), 으쓱이고 들썩이며 석삼일을 들고나며 고을자랑 가문자랑 소원풀이 하렸더니 해도 해도 너무한다. 생원시 추풍낙엽에 첩살림이 웬말인고 < 해설 > 참말, 이놈의 영감, 집 떠나 첩살림 차렸다는 소문에 와 보니 어처구니없다. 장원급제하여 어사화 눌러쓰고, 으쓱이고 들썩이며 금의환향하여 덩그런 집에서 가문자랑, 고을자랑, 호의호식하는 꿈은 애초에 꾸지 않았다. 날이면 날마다 기생방으로 곁눈질로 지고 새던 양반이 과거급제는 무슨 허망한 꿈일런가. 그러니 사랑방에 들앉아 조상님 주신 재산이나 보전하며 자식들 굶기지만 않았어도 괜찮았을 터였지만, 불알 두 쪽만 덜렁 남은 노인, 죽을 날만 기다리니, 조상님 뵐 면목은커녕, 관 짤 살림도 없으니 이를 어쩔꼬? 어찌할꼬? 작은어미 네년도 지지로도 복 없구나. 이런 영감을 서방이라고 살날을 기
[우리문화신문=이달균 시인] 큰어미 강짜 새암 누구라 당하리요 서럽다 서럽다 한들 내 신세에 비할손가. 족보에도 못 오르는 작은어미 되었구나. 조실부모하고 밑으로 동생이 넷, 젓배도 걸식하고 이 골 저 골 떠돌다가 객줏집 술청에서 허접한 갓 밑으로 기르다 만 염소수염에 낯바닥인지 손바닥인지 물꼬 패인 늙은 양반 만나 내 꼴이 니 꼴 같고 니 꼴이 내 꼴 같아 못난 정도 정이라고 여기까지 왔건마는, 큰어미 없다 하여 대라도 이을 요량, 인삼 찌꺼기에 녹용국물 얻어 멕여 삭정이 같은 아랫도리 하룻밤 사랑으로 애지중지 키운 씨앗 욕지기 참아가며 열달을 보냈건만, 팔자소관 기막혀서 내 자식 낳아본들 큰어미 자식되고 서러운 처첩살림 불을 보듯 뻔할 뻔자. 낸들 와 할 말 없것소 큰어미야 작작하소 <해설> 큰어미는 큰어미대로 작은어미는 작은어미대로 할 말 있다. 이런 하소연을 사설로 담아본다. 알고 보면 여자로 태어난 순간부터 한 많은 인생 시작된다. 그래도 큰어미는 족보에도 오르고, 자식 낳으면 과거 시험도 볼 수 있는데, 첩살림에 등골 휘는 작은어미는 눈칫밥에 하루하루가 지옥이다. 하긴 큰어미는 다 늙고 병들어 영감님이 쳐다보지도 않는데, 그래서 작은어미
[우리문화신문=이달균 시인] 영감아, 나도 엄연히 입술 붉은 꽃이요 술청에서 장마당에서 꽃 본 듯 희롱해 보소 지천엔 분분한 꽃잎 벌나비는 희희낙락 월향인 듯 매향인 듯 눈길 한 번 주어보소 세상 수컷이란 다 요렇코롬 변죽인가? 장인 사위도 쑥떡쑥떡 앞서거니 뒤서거니 기방출입이라더니, 열녀문 홍살문에 이름은 좋다만은 기생질에 처첩 살림 아이고 내 팔자야! 들병이도 방물년도 뽀얀 분단장에 찡긋 눈짓이면 은근슬쩍 지분대는 내 서방 바람끼 감당키 어려워라. 나도 한때는 눈부셨거니, 연지 곤지 찍고 초례청에 섰을 때는 천지간 눈발에도 향기 그윽하였으니, 오호라! 그 지엄한 법도가 날 가두네. 남녀가 유별하고 칠거지악 엄존하니 눈멀고 귀 먼 삼 년에 벙어리 석삼 년이 뉘집 똥개 신세던가. 진사댁 친정 가문에 똥칠할까 참아 왔소 홧김에 서방질이라 맞바람 피워 볼까 벌나비야 남정네야 꽃 지고 저무는 봄날 나 홀로 지지도 못해 속절없이 서러워라 누구 없소? 화급한 그림자로 담 넘어와 쿵떡쿵 마주 찧는 방아방아 양다리방아 물 철철 휘감아 도는 물레방아 퉁방아 한밤을 삭신 저리 아리고 쑤시도록 좌삼삼 우삼삼 휘몰아 좌우삼삼 부랑한 치한이라도 어울려 볼까 훠 얼 훨 < 해
[우리문화신문=이달균 시인] 삼천리 방방곡곡 면면촌촌 다 다녔소 강원도 금강산 일만 이천 봉 팔만 구암당 유점사 법당 뒤 칠성단에 홀로 앉아 집 나간 영감님 찾아달라 빌고 빌며 도톨밤으로 점심 먹고 찬 샘물로 저녁 떼우다 급기야 부황들어 부기 다 빠지니 얼굴은 수세미 같고 팔다리는 수숫대 됐소 <해설> 만났으니 서러운 마음에 하소연이다. 방방곡곡 돈 사연일랑 어찌 다 말할까. 발 디딘 곳은 그렇다지만 끼니도 채우지 못하고 이곳저곳을 돌았다. 아이구, 내 팔자야. “도톨밤으로 점심 먹고 찬 샘물로 저녁 떼우다 급기야 부황” 들었다가 부기 다 빠지니 “얼굴은 / 수세미 같고 / 팔다리는/수숫대” 됐으니 이 팔자를 어찌할꼬. 하긴, 아무리 뻔뻔한 영감이라 한들, 이런 마누라 하소연을 어찌 묵묵히 듣지 않을 수 있으랴.
[우리문화신문=이달균 시인] 쉿, 잠깐 어데서 익히 듣던 목소린데, 장독간 툭바리 깨지는 소리도 같고, 묵사발 엎어지는 소리도 닮은 것이 어이쿠! 내 할망구, 할망구 음성이야. 귀신인가 매구인가 우찌 알고 찾아왔노. 이리 더듬 저리 더듬 모른 척 메방구석을 헤매고 헤매는데 하늘로 솟았나 땅으로 꺼졌나 좌로 갸우뚱 우로 갸우뚱 ㅊ 진주 띠기 니가 여를 우찌 알고 찾아왔노 말린 참외 쪼가리같이 탱탱 곯아 가지고 니 정녕 내 할망구가 틀림은 없으렷다 <해설> 이제 드디어 상봉이다. 집 나간 지 오랜 영감 찾아 묻고 물어 왔으니 그 사연인들 실꾸리 풀면 한 십리는 갈 것이다. 눈물 첩첩 구부야 구부구부를 울고불고 찾아오니, 그 목쉰 음성 참 낯익기도 하다. “장독간 툭바리 깨지는 소리도 같고, 묵사발 엎어지는 소리”도 같은 목소리는 영락없는 마누라가 아닌가. 이를 어쩌나. 아무리 양반이라 하지만 내 이런, 무슨 낯짝으로 만나나. 에라 모르겠다. 장님이나 귀머거리 시늉이라도 하면서 어영부영 모른 척, 못 들은 척이라도 해야지. 하지만 그런 임시변통이 통할 리가 있나. 다리 몽둥이를 분질러 패어도 분이 풀리지 않으련만, 그래도 미우나 고우나 내 영감이 아닌가
[우리문화신문=이달균 시인] 물레야 물레 잦아라 빙빙빙 돌아간다 물레 돌아가고 샛별 넘어갈 때 꼴까닥 내 목숨도 따라 넘을지 모른다네. 구름 따라 바람 따라 저 별 넘어가는 문경새재 아우라지 고개는 몇 고갠가. 구부야 구부구부를 눈물첩첩 밟고 가네 < 해설 > 시골 양반댁에 시집왔으니 호화롭게 살았으리라 생각하지만, 어디 꼭 그렇기만 했을까. 여인네의 인생이란 처음부터 남녀칠세부동석이니 공평치는 못했을 터. 게다가 남편이란 작자는 뻑 하면 정지에 앵오리(고양이) 드나들 듯 기생방 출입이고, 끊이지 않는 손님 뒤치다꺼리, 시부모에 시조부모까지 모셨으니 그 삶인들 그리 편했을까. 물레 돌 듯 빙빙 도는 모양으로 예까지 걸어왔다. 문경세재 아우라지 구부구부 돌고 도는 길처럼 눈물 흘리며 살아왔다. 이제 겨우 어른들 저세상으로 모셔 보내고, 자식들 시집 장가 보내고 살만하다 싶었는데, 기껏 젊은 첩살림으로 눈에 흙을 뿌리다니, 아하! 내 팔자야. ※이 시를 쓰면서 문경세재로 할 것인가, 문전세재로 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진도지역 주민들은 진도 옛 성문 앞에 있는 남산재, 연등재, 굴재 등 고개 3개를 의미한다며 문전세재가 맞다고 하고, 교과부에서는 국립
[우리문화신문=이달균 시인] 영감 찾아 떠돌아 본 팔도강산 넓더라 조강지처 버려두고 봄날이라 노류장화 환장할 작은 에미년 젖비린내 어떻던고 이 잡듯 문대 죽여도 시원찮을 년이로고 이 술 먹고 놀았으니 엎어져라 술상이야, 휫뜩 디비삘라, 비단 금침 덮었으니 가위질인들 왜 못하며, 찢어진 아가리 쫙 벌리고 오줌인들 못 먹이랴. 기필코 두 연놈을 코뚜레 멍에 씌워 동네 우사 시키리라. 등허리 가려울 땐 담뱃대 용써봐도 영감 손만 못하더라. 허깨비 영감일망정 없으니 아쉽더라 <해설> 조강지처는 집 나간 지 오래된 영감 자취 따라 이곳저곳 헤매었다. 소문 듣자니 어느 주막거리 옆에 첩살림을 차렸다는데, 내 오늘 가만두지 않으리라. 작은 에미 년과 살림을 차린 지도 꽤 오래되어 벌써 아이도 하나 낳았다는데, 얼마나 이쁜년인지 두고 볼 일이다. 슬쩍 주막집 문을 열고 들어가니 두 연놈이 놀고 마시던 술상이 보인다. 엎어져라 술상이야, 휫뜩 디비삐고 말아야지. 술상 엎고 통곡해 본들 늙은 여자라 누가 욕하지나 않을까. 마음만은 비단 금침에 조각조각 가위질하고, 찢어진 아가리 쫙 벌리고 오줌을 싸 버리고 싶지만 그래도 양반 피 타고난 여인으로서 어찌 그럴 수 있으
[우리문화신문=이달균 시인] 이쁜 것, 뻐드렁니도 요모조모 잘 앉았고 짝궁둥이 삐쭉빼쭉 삼삼하고 별미로다 술상에 권주가 한 절 없어서야 되것는가 사랑이야 내 사랑이야 이 술 한잔 잡으시오 풀국새 푸룩푸룩 산노루 어헝어헝 달 밝아서 한잔이요, 물봉선 사위질빵 바람에 꽃 진다고 애절하여 한잔이요. 장진주사 권주가도 소절소절 불러내어 헌헌장부 정철(鄭澈) 한잔, 그대 한잔, 나도 한잔. 이 한잔을 잡수시면 만수무강 천년복록, 또 한잔을 드시오면 만사형통 부귀영화, 이 술 한잔 사양이면 식욕부진에 소화불량, 또 한잔 사양이면 문전걸식에 노상객사. 이 술은 술이 아니라 술술술 넘어가는 선약이고 보약이니, 사랑에 취해 한잔이요, 사랑에 속아 또 한잔이라. 한 많고 사연 많아 주거니 받거니와 어려서 조실부모한 이년 한도 풀어 주오 <해설> 어느 주막인가 보다. 나으리 술상에 앉고 보니 여자 생각 간절하다. 하여, 술에 취해 게슴츠레바라 보니 시골 주막 아낙도 그런대로 눈에 들어온다. 어쩔까? 오늘은 이 여인네를 품어볼까. 권주가에 술잔도 주거니 받아보니 하룻밤 풋사랑도 정이 든다. 한여름 둔덕 오르다 보면 나무 성가시게 감고 오르며 꽃을 피운다. 어쩌면 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