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저 걸개에 핀 말꽃을 보아라 하늘벽에 걸린 걸개 한 그루 말꽃“ “‘말꽃’은 말에서 피어난 아름다운 꽃 또는 말로써 피워 낸 아름다운 꽃이라는 뜻으로, ‘말의 예술’이라는 본디 뜻을 고스란히 담아내기에 안성맞춤인 낱말이다.” 우리말대학원장과 국어심의위원장을 지낸 국어학계의 원로 김수업 선생은 이렇게 문학을 “말꽃”이라 표현한다. 그 말꽃이 최인호 시집 《바람의 길목에서(교음사)》에서 활짝 피어난다. 얼마 전 일본 교토의 김리박 시인이 《울 핏줄은 진달래(도서출판 얼레빗)》란 순 토박이말 시조집을 낸 바 있는데 최인호 시인 역시 순 토박이말로 시집을 내 화답한다. 토박이말만으로도 얼마든지 맛깔스러운 시, 말꽃을 피울 수 있음을 중명한다. “눈으로 맞는 새해 펄펄 아우성 달빛 별빛 머금은 천둥번개 가루들 네 집은 큰산 큰그늘 별빛 따라 어둠 따라 바람 따라 놀더니 오늘은 누항 저잣거리에서 몸을 푸는구나.“ 시집의 시작을 그는 “눈”으로 아름답게 그리고 있다. 하동 두메에서 자연과 함께 살더니 자연과 하나 되었거니 “앙칼진 아침 / 너그러운 햇살 비칠 때 / 떠나지 못하던 임이 / 떠남을 보누나 / 떠나지 못함으로 떠나감을”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내가 죽는다고 조금도 어쩌지 말라. 내 평생 나라를 위해 한 일이 아무 것도 없음이 도리어 부끄럽다. 내가 자나 깨나 잊을 수 없는 것은 우리 청년들의 교육이다. 내가 죽어서 청년들의 가슴에 조그마한 충격이라도 줄 수 있다면 그것은 내가 소원하는 일이다." 이는 65살의 이에 폭탄 의거로 순국의 길을 걸은 강우규 의사가 사형 집행을 앞두고 남긴 말이다. 나라를 빼앗은 흉악한 일제에 온몸으로 저항한 것이야말로 나라를 위해 큰 일’을 한 것이지만 강우규 지사는 겸손하게 “나라를 위해 한 일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청년들의 교육’을 걱정했다. 그러한 강우규 의사의 숭고한 나라사랑 실천 행동 뒤에는 탁명숙이라는 여성독립운동가가 있었지만 이를 아는 이는 드물다. 그런가하면 핏덩이 갓난아기를 남겨두고 독립운동에 뛰어든 박치은 애국지사도 있다. 박치은 애국지사는 남편 곽치문과 함께 독립운동을 하다 잡혀 감옥에 들어갔는데 핏덩이 갓난아기를 둔 몸이었다. 철창 밖에서 젖이 먹고 싶어 우는 아기를 일제는 끝내 면회시켜주지 않아 눈앞에서 아기가 숨지는 고통을 견뎌내야만 했다. 2년의 형기를 마치고 남편보다 먼저 출소
[우리문화신문= 이윤옥 기자] “가난한 이웃, 보잘 것 없는 우리 이웃들에 대한 애정, 이게 정말 소중한 우리 마음이다. 이 마음이 없는 사람은 자기보다 지위가 낮고 가진 게 적으면 깔보고 깔아뭉개고 업신여기게 된다. 중·고등학교 시절에 이 마음을 길러 주지 않으면 평생 거만하게 자기 잘난 줄만 알고 살 것이다. 아이들과 시를 쓰고 글쓰기를 하는 것도 이 마음을 갖게 하는 과정이고 아이들 글은 이 마음에서 나온 열매다.” 아! 구자행 선생이 평생 교실에서 추구하는 것이 ‘가난한 이웃을 생각할 줄 아는 마음’이었구나. 기자는 구자행 선생의 책 《국어시간에 뭐하니?》를 읽어 내려가면서 좀처럼 풀리지 않는 수학 문제를 하나 푼 듯 무릎을 쳤다. 왜냐하면 그가 이 책속에서 말하고자 하는 고갱이가 거기 숨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가난한 이웃(178쪽)은 이 책의 여러 주제 가운데서도 기자의 가슴에 와 닿는 대목이다. “우리가 그동안 글을 쓰면서 우리 자신의 문제를 벗어나지 못했잖아. 자라온 이야기도 그렇고, 식구들 이야기도 그렇고, 친구나 학교 이야기도 그렇고, 이제는 자신의 문제를 벗어나서 우리 이웃으로 눈을 돌려보자” 구 선생은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눈길을
[우리문화신문=이윤옥기자]70평생을 토박이말만 부여잡고 사는 시조시인이 있다. 바로 일본 교토의 한밝 김리박 시인으로 최근 토박이말 시조시집 《울 핏줄은 진달래》를 도서출판 얼레빗을 통해서 펴냈다. 시조집을 손에 쥐자마나 나는단숨에 읽어내려 갔고, 시조집 곳곳에 울컥하는 심정은 어쩔 수가 없었다. 빛되찾은 그나날에 네 살의 아들놈은 미친 듯 울고계신 아버지를 쳐다보며 겨레의 참빛되찾은 그기쁨을 새겼도다. -첫째매 넷째가름 둘째쪼각 ‘아버님생각’- 시인 나이 네 살, 그 천진난만한 어린 가슴에 ‘겨레의 참빛 되찾은 아버님의 그 기쁨’을 알 수 있었을까? 알 수 없다. 아니 알 길이 없는 노릇이다. 아버지가 두 손에 쥐어주던 알사탕도 기억 못할 그 어린 나이에 시인의 조국은 광복을 맞았다. 얼마나 기뻤으면 아버지는 미친 듯 울고 계셨을까? 어린 마음이지만 그날의 아버지 모습은 일흔이 된 시인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고 시가 되고 노래가 되어 누에고치가 실을 뽑듯 풀려나온다. 만일 그해 시인이 열네 살만 되었어도 아니 스물넷만 되었어도 아버지의 그 미칠 듯이 기쁜 모습은 그렇게 오래 뇌리에 새겨지지 않았을지 모른다. 아버지 나이와 멀어질수록 아버지의 일거수일투족은
▲ 《백년편지 1》 표지,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펴냄 [우리문화신문=김철관 기자] 1919년 3.1운동이 일어나고 달포 남짓 지난, 1919년 4월 13일 애국지사들이 중국 상하이에 모여 대한민국 임시정부 선포식을 열었다.오는 2019년 4월 13일이면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년을 맞는 해이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년(2019년)을 맞아 지난 2010년부터 2016년 4월 13일까지 후손들이 돌아가신 애국지사들에게 쓴 편지를 역은 첫 번째 책이 나왔다. (사)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가 편찬한 백년편지1(2016년 4월13일)는 독립운동가 후손, 교수, 역사학자, 고등학생, 초등학생, 중학생 등 220명이 참여했고, 이중 60편이 책에 실렸다. 오늘을 사는 후손들이 독립운동에 참여했던 선진들에게 편지 형식의 대화를 나누고 있다. 대부분의 편지들이 독립운동가의 진솔한 삶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백년편지1은 발신자는 생존해 있지만 수신자는 이미 돌아가신 분들이다. 편지형식을 띄었지만 종이 대신 전자우편 형식을 취했고, 개인적으로 주고받은 사적인 편지가 아니라 공개적 편지의 형식을 취했다. 먼저 독립운동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 소설《동주와 몽규(왼쪽),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초판 복원본)》, 유광남, 스타북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지난 2015년 2월 16일 늦은 3시 일본 교토 동지사대 교정 윤동주 시비 앞에서는 한국과 일본 시인들의 낭송으로 윤동주의 서시(序詩)가 울려 퍼졌다. 1945년 2월 16일 이른 3시 36분 일본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광복을 여섯 달을 앞두고 29살의 나이로 비통한 죽음을 맞이한 조선청년 윤동주 시인을 추모하는 모임이 열린 것이다. 이때 추모식에 참석했던 글쓴이는 함께 했던 자체만으로 감격스러웠다. 최근 윤동주 시인에 대해 새롭게 조명하는 움직임이 있던 차에 소설 《이순신의 반역》을 펴내 크게 관심을 끌었던 유광남 작가가 윤동주와 그의 사촌 송몽규의 어린 시절을 다룬 소설과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초판 복원본을 함께 묶은 《동주와 몽규 세트》룰 스타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듣기에 따라서는 조금은 거부감이 일 듯한 말이지만 지금 일본에서는 유체(遺體)호텔이 슬슬 궤도에 오르고 있다. 매장을 하는 천황가를 빼놓고는 거의 일본인들은 화장을 하는데 죽어가는 사람 수에 견주어 화장장이 턱없이 부족해서 생긴 일이다. 고인의 장례를 원하는 시간에 치루기 위해서는 며칠이고 대기해야하는데 요즈음 1주일 이상 화장을 기다려야하는 경우도 있다고 장의회사 아반휴네스는 말한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일본인은 1년에 130만 명이 사망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른바 단괴시대(團塊世代, 1947~49년의 베이비붐시대에 태어난 사람들) 사람들이 80살이 되는 2030년에 이르면 해마다 죽어가는 사람들은 160만 명에 이르러 화장장 부족은 가속화될 전망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를 일본에서는 다사사회(多死社會)라고 하는데 세계 최고령사회에다가 다사사회로 진입하여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일들이 일어날 것이라고 걱정이 태산이다. 다사사회의 큰 걱정으로는 바로 화장장 부족을 들 수 있다. 도쿄 복지보건국에 따르면 도쿄도의 사망자 수만 약 11만 명인데 화장장은 26개소로 이들을 제때에 화장처리 하기위해서는 현재 상태에서 1주일 정도를 기다
▲ 《마음의 선물》 책 표지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아이들의 생일잔치는 어때야 할까? 고급 뷔페식당에서 근사한 잔치를 열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아이나 부모가 많다. 그러나 여기 생일잔치에 그것보다 더 종요로운 것이 있다고 알려주는 동화책이 있다. 정성현 글, 이상미 그림으로 도서출판 예원미디어꿈터에서 나온 《마음의 선물》이 그것이다. 아이의 생일을 맞이하면 생일파티를 어떻게 할까? 그러나 잔치 장소와 음식도 중요하지만, 아이에게 자신을 축하해주기 위해 온 동무들을 맞이하고 함께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책임감을 키워주는 것도 중요하다. 생일잔치의 주인공은 아이다. 아이가 자신의 기념일을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보내고 싶은지, 자신의 동무들과 무엇을 하고 놀지 계획하고 준비하면서 조금씩 솔선수범하는 지도력도 함께 키워주는 것이 생일잔치의 몫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생일잔치를 통해 자신이 태어난 날, 부모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자신이 태어난 의미는 무엇일까 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종요롭다. 그리고 자신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축하를 해주는 동무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한다면 모두에게 더욱 흐뭇
▲ 《나는 평양의 모니카입니다》, 모니카 마시아스, 예담, 2013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나는 평양의 모니카입니다》를 읽었습니다. 진작부터 제 책꽂이에 꽂아둔 책이지만, 다른 책들에게 우선순위에 밀려 있다가 이번에 꺼내들었습니다. 지난주에 새로 읽을 책을 잡으려는데, 이 책이 이번에도 나를 안 볼 거냐며 원망하는 것 같아 꺼내들었지요. 그래서 처음에는 의무감에 읽기 시작했지만, 곧 책에 빠져들었습니다. 지은이 모니카 마시아스가 풀어내는 자신의 특별한 인생, 기구한 인생이 곧 저를 책으로 끌어들인 것이지요. 모니카는 적도기니의 초대 대통령 프란시스코 마시아스 웅게마의 막내딸(1972~ )입니다. 적도기니는 1968년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한 아프리카 서해안 적도 부근에 있는 신생국가이지요. 대통령의 딸이라면 그야말로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것 아닙니까? 그런 그녀의 인생이 180도 바뀐 것이 1979년입니다. 1979년 당시 국방장관으로 모니카의 사촌오빠이기도 한 테오도르 오비앙 웅게마가 쿠데타를 일으킨 것입니다. 쿠데타가 임박했을 때 모니카의 어머니는 모니카와 모니카의 2살 위 오빠 파코, 4살 위 언니 마리벨을 데리고 평양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내 안에 개있다》, 저에게 배달되어 온 책의 제목입니다. 내 안에 개있다니? 그 사람이 있다는 것인가? 아니면 멍멍이 개? 멍멍이 개가 있다면, 이게 무슨 뜻일까? 책장을 여니, 책을 지은 신아연 수필가는 이렇게 말하는군요. 지금 여기, 민낯의 삶 자리만큼 소중한 것이 없지요. 지금 여기의 삶 자리는 미래라는 막연한 잣대로 재단되어 멍하게 잘려 나가서는 안 되는 오롯함으로 가득 차야 합니다. 그러기에 뜬금없는 저것으로 인해 손에 잡히는 이것이 희생되어서는 안 되며, 매끈하게 정제된 저것이 소박하고 질박한 이것을 밀어내게 해서는 안 됩니다. 박제된 저것 대신 생동으로 빛나는 이것을 보듬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한 삶의 자세를 내 안에 개있다는 말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개는 절대로 주인에 대한 충절을 버리거나 딴 마음을 품는 법이 없지요. 언제나 저것이 아닌 이것을 섬깁니다. 우리도 개처럼 나의 근원이자 나의 지성 너머에 있으면서 매일 매일의 내 삶에 개입하는 절대적 존재를 인정할 때 비로소 저것이 아닌 이것을 누리며 살 수 있습니다. 아하! 멍멍이 개가 있다는 얘기이군요. 그런데 내 안에 개있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