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금의 12가사처럼 서울 경기지방의 긴소리 12곡을 12잡가, 또는 12좌창이라고 하는데, 잡가(雜歌)라는 명칭처럼 기악의 산조(散調)음악을 또한 <헛튼가락>, <허드렛 가락>, <흐트러진 가락>이라고 불러 온 것은 상상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경기민요의 대표적인 긴소리를 잡가라고 부른 배경은 다양한 종류의 소리들이 한 권의 책 속에 잡거(雜居)하고 있기에 붙게 된 이름이란 점을 말했다. 긴소리 12곡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하면서 예능보유자 3인에게 각각 4곡씩 전승시키게 하였고, 이를 40여년 이상 시행해 오면서 수십, 수백의 이수자와 전수조교를 배출하여 경기소리 전승에 크게 이바지해 왔다는 점, 그런데 근년에 와서 묵계월이 타계하고, 이은주도 명예보유자로 물러나자, 1인의 보유자가 12곡을 모두 전승시키도록 제도를 바꾸어 시행하고 있는데, 그 결과 이 분야의 전공자들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심각한 이야기 등을 이야기 하였다. 이번 주에는 지난주에 이어 경기소리로 대표되는 긴잡가와 경기민요의 전승 체계와 관련된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한다. 앞글에서 잠시 언급했던 바와 같이, 서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고 묵계월 명창이 소리 잘하는 명창으로 이름이 나기도 했지만, 자신을 낮추는 겸손한 명창이었다는 이야기, 그의 소리는 외양(外樣)이나, 즉흥적인 표현보다는 기본기에 충실한 편이었고, 공연활동, 방송, 음반, 교육을 통한 경기소리의 확산에 앞장서 왔다는 이야기, 그는 UCLA 한국음악부가 재정난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거금을 쾌척하기도 했으며, 예능보유자 자리를 스스로 용퇴한 거인이라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묵 명창의 제자들이 준비한 첫 종목은 80여명이 제창한 <출인가>라는 좌창이었다. 출인가(出引歌)가 경기 12좌창 가운데 한 곡이기는 하나, 노랫말을 보면 ‘향단’이라든가, ‘오리정’과 같은 친숙한 말들이 나오고 있어서 판소리 춘향가의 한 부분을 경기소리제로 부르고 있다는 점을 알게 한다. 이제는 상식적인 용어가 되었지만, 다시 한 번 경기지방의 소리 종류를 정리한다면 부르는 속도에 따라서 느리게 부르는 긴소리가 있고, 빠르게 부르는 휘모리 소리가 있어서 구별된다. 일반적으로 느리게 부르는 소리를 긴잡가라 하고, 빠르게 부르는 소리는 휘모리잡가라고 구별해 부르고 있다. 서울 경기지방에서는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일제시대, 경기소리의 대가였던 주수봉은 묵계월을 약 2년여 가르치면서 그녀의 재주가 범상치 않음을 발견하고 자신보다 더 유능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최정식 명창에게 보냈다는 점, 최정식은 학강(鶴崗) 최경식의 수제자로 이름을 떨치던 명창이었으며, 학강은 당시 서울의 소리선생들이 배웠다고 하는 큰 명창이었다는 점을 얘기했다. 또 최경식의 윗대가 장계춘, 그 윗대가 추, 조, 박으로 알려진 추교신, 조기준, 박춘경 등이니 묵계월의 소리는 경기소리의 정통파 계보라는 점, 묵계월은 당일 배운 소리를 그날로 완전히 암기하고 자신있게 부를 때까지 밖에 나오지도 않은 노력파라는 점, 그의 소리는 강약과 명암의 대비로 음빛깔이 다르고, 음폭이 크며 역동적인 고음(高音)과 저음의 안정감이 일품이라는 점, 송서(誦書), 삼설기(三說記)를 배워 송서의 단절 위기를 막았다는 점 따위를 이야기 하였다. 고 묵계월 명창은 소리 잘하는 명창으로 이름이 났거니와 또 다른 면으로는 인간적으로도 친근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로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따뜻하며 자신을 낮추는 겸손한 명창이었다고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간혹, 그의 제자들이 스스럼없이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묵계월 명창의 타계 5주기 추모음악회가 3월 28일 저녁, 국립국악원 예악당 에서 열렸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이러한 음악회는 스승에 대한 예술적, 또는 인간적 존경심이 두터운 제자들의 정성이 모여서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묵계월의 본명은 이경옥이고, 1921년,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집안이 가난했던 탓에 묵 씨네 집으로 입양을 가게 되었다는 이야기, 노래 부르기를 좋아했던 그는 권번의 소리선생, 주수봉(朱壽奉)에게 배우며 본격적으로 소릿길에 들어섰다는 이야기, 주수봉은 초창기 3대 명창의 한사람인 박춘경에게 배워 경서도 소리에 일가를 이루었으며 후에는 협률사(協律社)나 원각사(圓覺社) 등에서도 활약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1930년대 전후, 권번을 중심으로 기녀들에게 소리를 가르친 경기지방의 잡가 명인들은 하나 둘이 아니다. 묵계월을 가르친 주수봉이라든가, 최정식, 원경태, 원범산 등이 있고, 좌창은 물론이고, 왕십리의 선소리꾼으로 이름난 이명길을 비롯하여, 이명산, 김태운, 탁복만, 탁연근, 엄태영, 김태봉, 유태환, 유개동, 김운태, 이광식 등이 있으며, 송서로 유명한 이문원, 그밖에도 무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까지 여러 회에 걸쳐 송서와 시창에 관한 이야기를 진행해 왔다. 송서는 책을 읽되, 음악적으로 고저를 넣어 읽는 형태이고, 시창은 한문으로 지은 시(詩)를 노래하는 지식인 계층의 소리라는 점, 현재 서울시 무형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으나, 앞으로는 전국 시(市), 도(道)의 무형문화재로 확대되어야 하고, 나아가 국가문화재, 세계무형유산으로 그 가치가 인정되어야 한다는 점, 특히 서울시는 송서의 책읽기 운동이나 시창의 시 읊기 운동을 장려하는 차원에서 각 문화원 교양강좌의 개설이나, 경연대회의 주최, 구청별 시범학교의 선정 및 운영방안의 필요성을 제언하였다. 또한 책읽기나 노래 부르는 방법을 통해 사회 구성원들의 심성이 황폐화 되는 것을 막아야 하며, 어린이들을 구제하기 위해서도 책읽기 지도가 중요하다는 점, 책을 읽되, 송서나 율창 형태의 독서생활화가 필요한 현실이란 점도 이야기 하였다. 이번 주에는 고 묵계월 명창의 타계 5주기 추모음악회 이야기로 이어간다. 경기소리 예능보유자 임정란을 비롯한 그의 제자들이 스승을 기리며 정성껏 준비한 음악회가 지난 3월 28일 저녁, 국립국악원 예악당 무대에서 <예맥 그를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궁중음악의 수제천과 같은 불규칙 장단, 그리고 무장단으로 불러 나가는 송서ㆍ 율창에서의 숨자리와 교감(交感)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 교감이란 이심전심(以心傳心)의 세계로 오랜 경험을 축적해 온 연주자들의 감각이 아니고는 이러한 연주나 제창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이제까지 수차에 걸쳐 송서나 시창이 어떤 장르의 성악이고, 어떤 특징을 지니고 있는 소리인가에 관하여 살펴보았다. 간단하게 정리해 보면 우선, 느린 박자로 부르는 무장단의 소리라는 점, 하나의 악구가 숨의 단위가 되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소리라는 점, 창법은 깊은 소리를 내는 육성(肉聲)과 고음의 가성(假聲)창법이 혼재되어 있다는 점, 선율 형태는 장인굴곡의 가락과 다양한 시김새를 구사하고 있는 점 등이다. 이러한 점에서 시조창의 형태와 유사한 노래임으로 단순히 타인의 소리를 듣고 따라 부르기만 되는 노래가 아니라, 정가의 창법이나 호흡법을 익혀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시창은 한문으로 지은 시(詩)를 노래하는 것으로 그 속에 담겨있는 뜻이나 의미를 이해하고 난 뒤에 불러야 하기에 누구나의 접근이 용이치 않았던 지식인 계층의 가락이었던 것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박자가 아닌, 또 다른 시간의 단위로 <숨>이라는 이야기를 하였다. 호흡은 비단, 정가나 민요, 송서ㆍ율창, 등 일부 성악에서만 강조되는 음악적 조건은 아니라는 점, 기악합주곡에도 해당되며 특히 <수제천>과 같은 불규칙 장단으로 이어가는 연주에서는 매우 중요한 음악적 요소라는 점, 송서나 율창도 박자와 장단이 불규칙적이어서 『숨자리』, 곧 호흡의 약속은 창자들 사이에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이야기를 하였다. 앞에서 예를 든 수제천과 같은 불규칙적인 장단구조를 지닌 악곡들이나 또는 송서ㆍ율창과 같이 무(無)장단으로 이어지는 성악이나, 또는 춤에 있어서 숨을 쉬는 위치는 매우 중요하다. 숨자리가 하나의 악구를 나타내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수제천 한 장단의 소요시간을 예로 들면, 가장 빠르게 연주되는 장단은 약 40초, 제일 느리게 연주되는 장단은 49초 정도로 <쌍-편>, <편-고>, <고-요>, <요-쌍> 간의 시간이 매 장단 다르다. 이처럼 일정한 박자에 매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선율을 시작하고 맺을 수 있는 것은 호흡, 곧 한 장단을 몇 숨에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송서나 시창의 음악적 분위기는 정가와 유사하나, 가성(假聲-falsetto)창법을 허용하는 점에서 보면 시조나 가사창과 가깝다는 점, 가성창법이란 속소리를 쓰는 변칙의 창법으로 남창가곡에서는 금기시 된 창법이란 점, 발음법에서도 하노라, 하여라, 하느니, 등은 모두 허노라, 허여라, 허느니, 등의 음성모음으로 바꾸어 장중미를 강조한다는 점, 송서나 시창의 불규칙 장단과 악구(樂句)의 단락을 정하는 중요한 기준은 호흡, 즉 <숨자리>라는 점, 등을 이야기를 하였다. 호흡은 비단 정가나 민요, 송서, 율창, 등 일부 성악에서만 강조되는 음악적 조건은 아니다. 성악 전반은 물론이고, 기악합주곡에서도 매우 중요한 음악적 요소이다. 특히 장단의 흐름이 일정치 않은 음악에서의 호흡은 그 중요성이 배가된다고 하겠다. 한국의 대표적인 악곡으로 널리 알려진 <수제천>이란 궁중음악이 있는데, 이 곡이 바로 불규칙 장단으로 이어가는 대표적인 음악이다. 원래의 이름은 정읍(井邑)으로 백제의 정읍사와 관련이 있으나 조선조 후기로 내려오면서 가사는 잃고 관악합주곡으로 전해오고 있다. 이 악곡의 악기 편성은 피리와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앞에서 시창(詩唱)과 시조창(時調唱)은 박자가 느리며, 장중한 창법으로 부르는 것이 비슷하고, 각 구성음의 기능, 곧 요성(搖聲)이나 퇴성(退聲)의 자리가 동일하며, 시조창이나 12가사에 나오는 가락들이 시창에도 보이는 점에서 서로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그러나 시창과 시조, 양자가 근본적으로 차이를 보이는 것은 노랫말인 시(詩)가 다르다는 점, 곧 시창은 7언의 한시이고, 시조는 3장 형식의 시조시란 점이다. 송서와 율창(시창)을 주전공으로 공부하면서 호흡과 소리의 기본이 튼튼해졌다는 이송미양은 한자 풀이를 통해 시의 의미를 되새기고, 발음에도 크게 도움이 되었다고 하며 특히, 발성을 통해 호흡의 안정, 공명, 역동성의 유지가 가능해 졌다는 이야기도 하였다. 이번 주에는 시창의 음악적 분위기와 악구의 단위를 결정하는 숨 자리에 관한 이야기가 되겠다. 송서나 시창의 창법을 관심있게 살펴보면 그 음악적 분위기가 흡사 가곡을 부르는 것 같기도 하고, 또는 영락없이 시조창을 부르는 듯하기도 하다. 또한 부분적으로는 12가사의 한 부분을 듣는 듯 같아서 마치 정가의 음악적 분위기와 비슷하다는 점을 느끼게 된다. 시조창이나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시창에 관한 이야기 가운데 경포대, 만경대의 앞부분 소개와 함께 촉석루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 <촉석루>라는 한시를 시창으로 옮기는 소리꾼들이 많다는 점, 시조시가 창으로 부르기 위해 지어진 것처럼, 시창의 경우도 부르기 위해 한시를 지은 것으로 보인다는 점, <촉석루>의 구성음은 黃(황, 솔)-仲(중, 도)-林(임, 레)-南(남, 미)의 4음과, 옥타브 위로 潢(황, 솔)-㳞(중, 도)-淋(임, 레)의 3음이어서 7음의 구성이란 점, 장단에 맞추지 않고 자유스럽게 숨으로 단락을 짓고 있는 점은 시조창과 구별된다는 점을 이야기 하였다. 시창과 시조창은 서로 어떻게 구별되고, 서로 다른 점은 무엇인가? 시창과 시조, 양자가 근본적으로 차이를 보이는 것은 노래말인 시(詩)가 다르다는 점이다. 곧 시창은 7언의 한시이고, 시조는 3장 형식의 시조시를 노랫말로 쓰고 있어 서로 다르다. 노랫말 이외에 음악적으로도 다른 듯 보이지만 서로 유사한 부분이 있어서 얼핏 들으면 분간이 어렵기도 한 것이 시창과 시조이다. 나는 오래전에 「시조음악의 일반적 특징」이란 논문에서 평시조 음악은 黃(E♭)-仲(A♭)-林(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