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自題小照(자제소조) 是我亦我 (시아역아) 여기 있는 나도 나요 非我亦我 (비아역아) 그림 속의 나도 나다 是我亦可 (시아역가) 여기 있는 나도 좋고 非我亦可 (비아역가) 그림 속의 나도 좋다. 是非之間 (시비지간) 이 나와 저 나 사이 無以爲我 (무이위아) 진정한 나는 없네. 帝珠重重 (제주중중) 조화 구슬 겹겹이니 誰能執相於大摩尼中 (수능집상어대마니중) 그 뉘라 큰 마니 구슬 속에서 나의 실상을 잡아내리. 呵呵 (아아) 껄껄껄! 추사 김정희의 <自題小照(자제소조)>라는 시입니다. 추사가 자기 초상화를 바라보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을 시로 쓴 것입니다. 추사는 처음에 자기 초상화를 바라보다, 시를 써서 초상화 오른편 위에 붙였는데, 이 시는 나중에 <自題小照>라는 제목으로 그의 문집 《완당선생전집》에도 실렸습니다. ‘小照’는 ‘照’가 들어간 것으로 보아, 작은 초상화를 뜻하는 것 같고, ‘自題’는 자기가 거기에다 ‘題’를 달아 썼다는 것 같습니다. 추사는 초상화가 마음에 들었나 봅니다. 현실의 추사도 나요, 그림 속에 들어있는 추사도 나라고 하면서, 현실의 나도 좋고, 그림 속의 나도 좋다고 하네요. 그러다가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22대 국회의원 선거는 야당의 압승으로 끝났습니다. 아마 민주당이 공천만 제대로 했다면 야당이 200석을 넘겼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민심은 분명 대통령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가리키고 있는데, 대통령이 바뀔까요? 대통령의 그동안 행태로 보아 바뀌지 않을 거라는 것이 대부분 정치평론가들 얘기인 것 같더군요. 총선을 앞두고 일부 법조인 후보들이 변호사 시절 흉악범을 변호했다는 이유로 많은 비난을 받았습니다. 그 때문에 사퇴한 후보도 있었고요. 대한민국 헌법에는 누구든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는데, 많은 국민이 이 기본권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 심정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닌데… 제가 13년 전에도 이 문제로 법률신문에 <악인은 변호 받을 권리가 없는가?>라는 칼럼을 썼었는데, 지금도 그 분위기는 전혀 바뀐 것이 없군요.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보아 성명을 발표하였습니다. 제가 13년 전에 쓴 글 <악인은 변호 받을 권리가 없는가?>를 보내드립니다. ================================================ 악인은 변호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잠시 국내에 들어와 있던 동생이 출국하면서 한 번 읽어볼 만한 책이라며 나에게 영문소설을 하나 주고 갔다. 리사 시(Lisa See)라는 미국 여류작가가 올 3월에 펴낸 《The Island of Sea Women》라는 소설이다. 동생 덕분에 정말 오래간만에 영어 원어로 된 소설을 읽어본다. 처음에는 의무감에 읽기 시작하였으나, 곧 소설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소설은 영숙과 그녀의 친자매 같았던 친구 미자라는 해녀를 중심으로 1938년부터 2008년까지 제주 구좌읍 하도리 해녀들의 삶을 그린 것인데, 소설을 통하여 제주 해녀들의 삶과 애환, 슬픔 등이 피부에 와 닿도록 생생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소설 속에는 제주의 풍토, 민속 신앙, 역사 등 제주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하여 나는 작가가 당연히 한국계 미국인일 것으로 생각하였다. 그런데, 이게 뭐야? 백인 여자다! 비록 증조부의 중국인 피가 조금 섞여 있긴 하지만, 외모는 완전 백인 여자다. 어떻게 백인 여자가 제주를 우리보다 더 잘 알 수 있단 말인가! 리사는 어느 잡지에 실린 제주 해녀의 사진을 보고 강렬한 인상을 받아, 언젠가 제주 해녀에 대한 소설을 쓰겠다는 결심을 했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대화는 말 끌어내는 반김이 필요하다 힘든 것 알아주는 잘했다 고생했다 그 말로 평가하지 말고 놀라면서 반응하자 대단해, 너 최고다! 감탄하고 칭찬하자 힘들지? 그게 뭘까 생각의 문 열어주자 말에도 마중물이 있다 친밀감의 맞장구 속초 아바이마을을 걷다가 우연히 들어간 ‘아트플랫폼 갯배’에서 김기옥 시인의 시조집 《귀얄무늬 터치》를 받았습니다. 위 시는 《귀얄무늬 터치》에 나오는 김 시인의 시 <칭찬의 말>입니다. 공감합니다. 제가 특히 이런데 약하기에 더욱더 공감합니다. ‘잘했다’, ‘고생했다’, ‘대단해, 너 최고다!’, ‘힘들지? 그게 뭘까’ 이런 말 하는 것이 돈 드는 것도 아니고 힘든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하기 힘든 걸까요? 제가 이런 말을 잘하지 못하기에 아내에게 점수를 따지 못합니다. 김 시인의 말마따나 말에도 마중물이 있는 것인데... 녭! 앞으로 더욱더 명심하겠습니다. 실천하겠습니다!! 약력을 보니 김기옥 시인은 1996년에 계간 《현대시조》에 신인상을 받고 등단하였네요. 그리고 이번 《귀얄무늬 터치》 시집까지 5권의 시집을 내셨고, 제15회 강원여성문학대상, 제1회 강릉문학작가상, 제26회 현대시조문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설악산으로 향하는 44번 국도를 타고 가다가 다물교차로(인제군 남면 어론리)에서 우회전하면 446번 지방도로 들어선다. 상남면을 관통하여 홍천군 내면으로 가는 도로다. 전에 차를 몰고 이 길을 통하여 상남면으로 간 적이 있다. 가다 보니 도로 안내판에 ‘김부대왕로’라고 되어있었다. 김부대왕? 이 산골짜기에 김부대왕이라니? 호기심이 부쩍 당겨 자료를 찾아보았다. 김부대왕은 마의태자를 말함이었다. 마의태자가 이곳에 머물렀다면서 동네 이름도 아예 ‘김부리’다. 별명으로만 그렇게 부르는 것이 아니고, 정식 행정지명이다. 그리고 김부리를 중심으로 남면과 상남면에는 곳곳에 마의태자에 얽힌 이야기들이 있었다. 그래서 상남면에서는 상남리의 용소마을을 비롯한 근처 4개 마을을 마의태자권역마을로 지정하고, 해마다 마의태자문화제를 열고 있다. 김부리의 마을을 마의태자권역마을로 지정하지 않은 것은 김부리의 대부분이 1996년부터 육군과학화 훈련장으로 수용되면서, 마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어떻게 정사(正史)에는 나오지 않는 마의태자 이야기가 이곳에 널려있을까? 지금부터 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정사에는 이렇게 나온다. 신라가 더 이상 버틸 수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박노해 시인이 수필집 《눈물꽃 소년》을 펴냈습니다. 한동안 시집과 빛으로 쓴 시, 곧 사진에 짤막한 감상을 단 사진에세이집만 내던 박 시인이 정말 오래간만에 수필집을 냈네요. 책의 부제는 ‘내 어린 날의 이야기’입니다. 부제 그대로 책에는 박 시인이 어린 날의 추억을 되살리며 쓴 주옥같은 수필이 모두 33편 실려있습니다. 책에는 간간이 삽화도 들어가 있는데, 박 시인이 직접 그린 삽화입니다. 책 표지에도 그림이 있는데, 그림에서는 한 여인이 멀리 떠나가는 남정네를 바라보고 있고, 그 옆에 작은 아이도 떠나가는 남자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 그림도 박 시인이 그린 것입니다. 처음에는 이 그림에 무슨 의미가 담겨 있을까 했는데, 책을 읽으면서 짐작하겠습니다. 박 시인의 아버님은 박 시인이 7살 때 돌아가셨는데, 박 시인은 어머니와 함께 떠나가는 아버지를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보이네요. 이번에도 책이 나오자마자 나눔문화에서 책을 보내왔는데, 책갈피에 끼인 임소희 이사장의 드리는 글에는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남도의 작은 마을에서 ‘평이’라고 불리던 박노해 시인의 가슴 시린 소년 시절 이야기. 한 인간을 나아가게 하는 근원의 힘이 무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지난 1월 15일은 신영복 선생 8주기였습니다. 세월 참 빠르네요. 장례식에 참석한 것이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8주기라니... 8주기에 참석하였을 때 선생의 책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신영복 선생의 책은 거의 다 읽어보았는데, 참석자들이 선생님에 대한 추억을 얘기하는 것을 들으면서 오래간만에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입니다. 그래서 무엇을 읽을까 생각하다가 신영복 선생의 마지막 강의를 담은 《담론》을 다시 읽기로 하였습니다. 예전에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아 이 책에 줄을 쳐가며 읽었지요. 그러나 한 번만 읽고 그칠 수 없어 다시 한번 읽고, 그리고 특히 마음에 들어오는 부분은 일일이 타자를 쳐서 따로 저장해 두기까지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이번에 오래간만에 다시 읽었는데, 《담론》은 여전히 나에게는 울림이 있는 책이네요. 마지막 강의라고 하였는데, 선생은 2006년 성공회대를 정년퇴임한 뒤에도 석좌교수로 <인문학 특강> 한 강좌는 계속하였습니다. 그러다가 2014년 희귀 피부암 진단을 받아 그해 겨울학기에 마지막 강의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강의 녹취록을 바탕으로 한 《담론》이란 책이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박경민 작가의 《일본의 근대사 왜곡은 언제 시작되는가》를 보면서, 무능하고 비겁한 고종에 화가 많이 났었는데, 그러다 보니 또 하나의 무능한 임금 인조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데 인조를 다시 생각하다 보니 인조는 단순한 무능한 임금이 아니라, 살인자로 불러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도 듭니다. 너무 과격하다고요? 왜 제가 그런 과한 생각까지 하는지, 잠깐 얘기해 보겠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인조는 쿠데타로 집권한 임금입니다. 인조는 집권하면서 광해군의 외교정책을 전면 바꿨습니다. 광해군이 명나라와 청나라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잘 펼쳤음에 반하여 인조는 청나라는 오랑캐 나라라고 오로지 명나라에만 충성을 바쳤습니다. 그러나 광해군이 청나라가 좋아서 균형외교를 펼쳤겠습니까? 당시 명나라는 지는 해이고 청나라는 뜨는 해였습니다. 그래서 광해군은 조선을 위하여 멀리 내다보고 균형외교를 펼쳤던 것입니다. 그러나 균형외교를 펼치더라도 그동안의 명나라와의 관계나 임진왜란 때 명나라가 조선을 도와준 은혜를 생각하여 표 안 나게 조심조심 균형외교를 펼쳤습니다. 그런데 인조는 조선은 소중화(小中華)라는 몽상에 빠져 어찌 오랑캐와 상종할 수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해마다 가을이 되면 관에서 대장을 가지고 나와 그 과일 개수를 세고 나무둥치에 표시해 두고 갔다가 그것이 누렇게 익으면 비로소 와서 따 가는데, 혹 바람에 몇 개 떨어진 것이 있으면 곧 추궁하여 보충하게 하고, 그렇게 하지 못할 것 같으면 그 값을 징수한다. 광주리째 가지고 가면서 돈 한 푼 주지 않는다. 또 그들을 대접하느라 닭을 삶고 돼지를 잡는다.” 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이 펴낸 《한국인이 알아야 할 한국문화 이야기》에서 인용하는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도대체 무슨 과일이기에 관리가 이렇게 백성을 닦달하는 것일까요? 바로 제주도 귤과 유자입니다. 지금이야 흔한 귤이지만 조선시대만 하더라도 귤은 정말 귀한 과일이지요. 그렇기에 제주도에서 귤이 진상되면 임금은 ‘황감제(黃柑製)’라는 임시과거까지 열었다는군요. 그런데 이런 귀한 귤을 가져 가면서 돈 한 푼 주지 않는군요. 귤을 거저 가져가는 것은 세금의 일종인 공납이라고 하더라도, 공납 징수하러 와서는 백성이 대접하느라 내놓는 닭고기와 돼지고기를 날름날름 거저먹어요? 에라이! 그리고 귤이 바람에 떨어지면 그건 징수 대상에서 제외하여야 하는데 오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서애연구》 8권이 나왔습니다. 《서애연구》는 서애학회에서 1년에 두 번 내는 학술지인데, 창간호를 받은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8권째가 나왔네요. 저는 처음에 서애 류성룡 선생에 관해 연구하는 서애학회가 창립되면서 학술지도 낸다기에, 주로 역사학자가 참여하고 여기에 약간의 정치학자도 참여하는 학술지일 것으로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서애연구》를 8권까지 보면서 뜻밖에도 여러 분야의 학자들이 서애 선생에 관해 연구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서애 선생이라면 임진왜란이라는 미증유의 국난을 극복한 지도자임이 먼저 떠오르지 않습니까? 그러니 리더십 연구자들도 서애 리더십에 관한 연구를 많이 하더군요. 8권까지에는 철학자 논문도 많습니다. 서애가 관직에 나가 있고 또 임진왜란 때는 국난을 극복하기 위해 불철주야를 했기에 유학에 대해 전문적으로 쓴 글은 별로 없지만, 그래도 퇴계의 제자로 기본적으로는 유학자였기에 철학자들도 서애를 연구합니다. 이번 호에는 영남대 철학과 최재목 교수의 <서애 류성룡의 양명학 이해에서 보이는 중층성 해명>이란 논문이 실렸습니다. 서애가 양명학에 양면성을 보이기에 그 중층성(重層性)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