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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왼갖 비단이 나온다. 왼갖 비단이 나온다”, 비단타령

[국악속풀이 314]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논산의 황산벌 전국국악경연대회 관련한 이야기를 하였다.

 

2017년 들어서 처음으로 개최된 전국 규모의 국악경연대회란 점, 계백(階伯)장군의 얼을 선양하고 그 정신을 이어서 남북 평화통일에 이바지 하며 이와 함께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한다는 명분을 담고 있다는 점, 판소리, 기악의 관악과 현악, 고법, 풍물 등 4개 분야로 구분되어 있다는 점, 앞으로는 경서도민요나 가곡, 시조창, 가야금 병창, 전통무용 분야 등으로 확대해 나가기를 바란다는 점을 얘기했다.

 

또 각 분야의 수상자들에겐 상금과 함께 보리쌀이나 대추 등 지역의 특산물을 상품으로 수상하는 아이디어가 매우 신선하다는 점, 기획이 탄탄하고, 채점 결과를 즉각 공개해서 의혹이 없도록 조치한 점이나 종목별 평가를 통해 교육의 연장선으로 만든 점, 판소리 노인부를 신설하여 노인의 건강이나 육체적 건강에 이바지 하고 있는 노인복지를 돕는 행사가 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주최 측이나 경연참가자, 심사위원, 관객, 시민 모두가 최선을 다해 함께 꾸미고 즐긴 한바탕 축제의 장이었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이번 주에는 다시 판소리 <흥보가> 중에서 박타령 이야기를 계속한다.

 

첫 번째 박에서는 조상궤가 나오고 이속에서 쌀과 돈이 쏟아져 나왔는데, 장단은 진양으로 느리고 여유있게 톱질을 하다가 점점 빨라졌고, 쌀과 돈을 본격적으로 쏟아내기 시작하는 대목에서는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어려울 정도로 빠른 장단에 많은 사설을 처리하지만, 반복해서 부르는 가락과 부채를 가지고 쏟아내는 연기나 몸동작이 있어서 매우 흥미로운 대목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이 끝나면 흥보가 정신을 차리고 두 번째 박을 타보자고 권하는 대목이 이어진다. 두 번째 박을 타니 그 속에서는 각종 비단(緋緞)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다. 그래서 이 대목을 비단타령이라 부르는 것이다.

 

비단이란 증()()()과 같은 견직물을 이르는 말이다. 특히 견의 생산과 직조는 BC 3,000년 중반 이전에 중국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기후 풍토가 양잠에 적합해서 오래전부터 뽕나무를 심고 누에를 치며, 비단실을 켜서 비단을 짜는 일이 발달하였다.

    

   

박 속에서 어떤 비단이 나왔는가 사설의 일부를 읽어보도록 한다.


왼갖 비단이 나온다. 왼갖 비단이 나온다. 요간부상(遙看扶桑)의 삼백척 번 떴다 일광단(日光緞), 고소대 악양루의 적성 아미(蛾眉)가 월광단, 서왕모(西王母) 요지연(瑤池宴)의 진상허든 천도문(天挑紋), <중략> 큰방 골방 가루다지 국화 새긴 완자문, 초당전 화계상의 머루 다래 포도문, 화란춘성(花蘭春成) 만화방창(萬化方暢) 봉접분분에 화초단(花草緞), 꽃수풀 접가지에 얼크러졌다 넌출문 통영칠 대모반에 안성유기 대접문, 강구연월 격양가의 배 부르다 함포단, 알뜰 사랑 정든님 보내고 홀로 앉어 독수공방 상사단, <중략> 백낭릉(白浪綾) 흑낭릉(黑浪綾) 월하사주 당포(唐布), 융포, 세양포, 수수 통오주, 경상도 황저포, 매매 흥정으 갑사(甲紗)로다. 해주 원주 공주 옥구 자주 길주 명천 세마포 강진 나주 극상세목이며 한산 세모시 생수삼팔 갑진 고사 관사 청공단’, 홍공단, 백공단, 송화색(松花色)까지 그저 꾸역꾸역 나오너라.”

 

이 비단타령 대목 역시, 같은 계열의 박봉술이 부르는 대목과는 유사하기도 하고 또는 부분적으로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대체적으로 앞부분이나 마지막 부분은 유사하나 중간 부분에서는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앞에서 소개한 사설 마지막 부분에 청공단이란 말이 나오는데 청공단이 나오기 전 부분에서 박봉술의 창은 통의주, 방의주, 해남포, 도리매, 당포, 몽기삼성, 철남포, 수주, 모탑에 홍의주, 성천 분주, 필누비며, 대고 자주, 원주 자주, 북도 다루가 다 나오고 왼갖 비단이 나온다. 함경도 육진포, 회령 종성 만사포, 임한산 세모수, 장성 모수, 선남이며, 쌍주, 문주, 초주며가 나온 다음, 흑공단, 백공단, <청공단>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청공단 앞에 나오는 사설들은 박녹주의 것과 박봉술의 그것이 다르다.

 

그런가 하면 중간 중간에 이어지는 사설의 짜임은 앞에서 나온 사설이 뒤로 가서 붙기도 하고, 뒤의 사설이 앞으로 나오기도 하는 등, 문장을 다르게 짜 넣기도 하였다. 또한 박녹주의 비단타령에는 들어 있으나 박봉술의 창에는 아예 빠져 있는 사설 부분도 있고, 반대로 박봉술의 창에는 들어 있으나 박녹주의 사설에는 빠져 있는 부분도 있다.

 

이처럼 사설의 첨가 부분이나 생략된 부분 등이 보이는 것으로 미루어 보면, 같은 스승의 제자라 해도 부르는 명창에 따라서는 부분적으로, 또는 장단의 형태나 사설의 첨삭을 통해서 자신의 소리제를 만들어 왔음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판소리 <흥보가>에서는 둘째 박 속에서 온갖 비단이 쏟아져 나왔기에 이를 비단타령이라 부르고 있는데, 이와는 달리 서울, 경기지방에서 불러 온 휘모리잡가의 곡명속에도 비단타령이 들어있는 것이다.

 

양자의 사설 속에 공통점이 있는가? 없는가? 있다면 어느 정도인가? 하는 점도 살펴보고자 한다. 아니 그 이전에 <휘모리잡가>란 무슨 뜻이고 어떤 노래들을 포함하고 있는가? 하는 점부터 간단하게 소개하고 넘어가도록 하겠다. 잡가는 느리고 길게 부르는 긴잡가와 빠르게 엮어 부르는 휘모리잡가로 구분된다.

 

휘모리잡가에 포함되는 노래들은 바위타령, 맹꽁이타령, 곰보타령, 생매잡아, 육칠월, 흐린날, 만학천봉, 병정타령, 기생타령, 한잔 부어라, 비단타령, 10여곡 정도인데, 이들은 대부분 빠른 속도로 부른다. 그래서 휘모리라는 말을 앞에 붙이며 잡가(雜歌)란 글자 그대로 정가(正歌)에 비하면 점잖지 못한 노래라는 의미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다음 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