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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하우스 안에서 일하기

[정운복의 아침시평 7]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오뉴월 하루를 놀면 동지섣달 열흘 굶는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그 만큼 오뉴월 농촌의 하루가 중요하다는 의미일 테고

오뉴월 손님은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것은

손님으로 인해 일할 시간을 빼앗기는 것을 경계하는 속담입니다.

바쁠 때는 고사리 손이라도 빌리고 싶을 정도로 할 일이 많은데

요즘 농촌에는 일할 사람이 없습니다.

사회적으로 실업자는 넘쳐나는데 중소기업 및 농촌에는 일할 사람이 없는 사회는

그다지 건강해보이지 않습니다.

 

엊그제 화천에서 하우스 농사를 거들고 왔습니다.

밖의 기온보다 10도는 더 높은 듯 한 하우스 안에서의 일은

힘듦 이전에 열기와 땀과의 전쟁입니다.

그래도 식물들은 따뜻한 온도와 촉촉할 정도의 습기를 좋아하니....

하우스 안은 농작물에 최적화된 환경일지는 모르겠으나

농부들이 일하는 환경으로서는 최악입니다.

 

같은 햇볕과 같은 거름을 먹고 사는데도

하우스 안과 밖의 농작물 성장 속도는 두 배 이상의 현격한 차이를 보입니다.

20일 전에 심어 놓은 고추가 성장을 이루어 하얀 꽃망울을 이었고

앙증맞게 작은 고추가 꽃마다 매달려 있습니다.

이 작은 것이 커서 식탁에 오른다고 하는 것은 자연의 위대한 섭리 말고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습니다.



 

줄기에 다닥다닥 붙은 곁가지를 정리하고

고추가 쓰러지지 않도록 그물망을 설치하고 나니 자못 보기가 좋았습니다.

일을 하면서 왜 고추는 자신의 줄기를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열매를 맺는 걸까 궁금했습니다.

종족 유지 본능이라면 열매를 작게 하고 씨를 많이 만드는 것이 유리 할 텐데 말이지요.

이러한 고추는 인간에게 유리하게 개량된 종류이고 보면

그 식물이 갖고 있는 원래의 본성은 아니겠지요.

 

주말에 크게 할 일이 없다면

너른 농촌의 들녘으로 나가 보는 것도 좋습니다.

바쁜 일손을 거들어주고 땀을 닦으며 마시는 막걸리 한사발의 시원함도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맛이겠거니와

우리가 잊고 살았던 정()의 따뜻함이

메마른 삶을 치유해 주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