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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의 토박이말 이야기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60

(사)토박이말바라기와 함께하는 쉬운 배움책 만들기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60- 셈본, 해, 달, 날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 (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오늘은 4282해(1949년) 만든 ‘셈본 5-1’의 1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책의 겉쪽에 있는 ‘셈본’이란 말이 아주 낯설게 느껴지실 겁니다. ‘셈본’ 뒤에는 ‘산수’라고 했고 요즘은 ‘수학’이라는 말을 쓰니 말모이(사전)에서도 ‘초등학교 교과인 산수의 이전 말’로 풀이를 해 놓고 있습니다. 우리말의 짜임새를 다룬 것을 ‘말본’이라고 한 것과 비슷하게 셈을 다룬다고 ‘셈본’이라고 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배움책 이름이 이런 것처럼 알맹이도 요즘 배움책과 다른 말이 눈에 들어옵니다.

먼저 ‘나이’를 배우는 배움마당(단원)인데 해를 세는 잣대가 오늘과 다릅니다. 보시다시피 ‘단군 기원’이라는 말을 쓰고 있는데 흔히 말하는 ‘서기’가 아닌 ‘단기’를 쓰고 있습니다. 올해가 서기 2018년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단기로 4351년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궁금합니다.

 

‘생일’을 이야기하며 어느 달 어느 날이냐?고 묻고 있습니다. 요즘 배움책에는 몇 월 몇 일이냐?고 물었을 것입니다. 열한째 줄에 “나서부터 오늘까지 몇 해 몇 달 몇 날이 되느냐?”라고 묻는 것이 보입니다. 우리에게 익은 년 월 일이 아니라서 오히려 더 낯설 것입니다. 하지만 이 배움책을 만들 때 나날살이에서 어떤 말이 더 많이 쓰였는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 무렵 배움책에서는 이렇게 가르치고 배웠다는 것은 틀림없는 것입니다.

 

배움책에 어떤 말을 쓰느냐에 따라 우리가 쓰는 말이 달라진다는 것을 똑똑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해, 달, 날’을 누가 무엇 때문에 ‘년, 월, 일’로 바꾸었는지 참으로 알고 싶습니다.

 

누리(세상)는 저절로 바뀌고 달라지는 것 같지만 보이지 않는 힘이 그렇게 바꾸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옛배움책에서 썼던 ‘해, 달, 날’을 ‘년, 월, 일’로 바꾼 것이 배우는 아이들을 생각한 것이라는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배움책을 만드는 일을 한 어른들 입맛에 따라 바뀐 것이 아닐까요? 앞으로 배움책에 쓰는 말은 우리말다운 말을 쓴다는 것을 바탕으로 하고 아이들이 배우기 쉽고 익히기 쉬운 말이 되도록 우리 모두가 힘과 슬기를 모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4351해 들겨울달 이레 삿날(2018년 11월 7일 수요일) ㅂㄷㅁㅈㄱ.

 

  사)토박이말바라기 들기

 

※이 글은 앞서 경남신문에 실은 글인데 더 많은 분들과 나누려고 다시 싣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