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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의 토박이말 이야기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72

(사)토박이말바라기와 함께하는 쉬운 배움책 만들기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72- 수수깡 지다 베다 건너지르다 깍두기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 (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오늘은 4281해(1948년) 만든 ‘셈본 3-1’의 22쪽, 23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22쪽 둘째 줄에 ‘수수깡’이 나옵니다. 이 말은 요즘 배움책에도 자주 나오는 말이긴 합니다. 하지만 이 말을 보며 우리가 군것질을 할 때 먹는 ‘○○깡’의 ‘깡’과 ‘수수깡’의 ‘깡’이 같은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말모이에서 ‘수수깡’을 찾아보면 다음과 같이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1)수수의 줄기.≒수숫대.

2)수수나 옥수수 줄기의 껍질을 벗긴 심.

 

우리가 배움책에서 보는 것은 2)의 뜻이란 것도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을 놓고 보더라도 그렇고 담뱃대의 ‘설대’를 ‘설깡’이라고 하는 고장이 있는 것을 보면 예부터 푸나무의 줄기를 ‘깡’이라고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 다른 감(재료)로 만들었지만 생김새가 ‘깡’처럼 생겨서 만든 감(재료) 이름을 넣어 ‘○○깡’이라고 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열둘째 줄과 열셋째 줄에 걸쳐 나오는 ‘네모 진, 종이’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요즘 맞춤법에 따르면 ‘네모진 종이’가 될 것입니다. ‘네모진’은 ‘네모지다’의 매김꼴(관형형)입니다. ‘네모지다’는 ‘모양이 네모꼴로 이루어져 있다’는 뜻으로 ‘네모나다’와 비슷한말이지요.

 

‘사각형(의) 종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이렇게 쓸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같아 참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열넷째 줄에 나오는 ‘금’도 앞서 본 말이지만 또 보니 반가웠습니다.

 

열여섯째 줄에 ‘잘라’가 나오고 열일곱째 줄에 ‘베어서’가 나옵니다. 옛날 배움책을 보면 ‘자르다’와 ‘베다’를 비슷하지만 다르게 썼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요즘 많은 사람들이 ‘자르다’와 ‘베다’가 어떻게 다른지 잘 가리지 못하는 것이 참일(사실)입니다.

 

그것이 궁금해서 말모이(사전)에서 ‘베다’를 찾으면 그 풀이에 ‘자르다’가 나오기 때문에 똑똑히 알 길이 없기도 합니다. 말모이(사전)을 만드시는 분들이 잘 가려서 풀이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23쪽 다섯째 줄과 여섯째 줄에 걸쳐서 ‘건너질러’는 말이 나옵니다. ‘건너지르다’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뜻이 있는 말입니다.

1)마주 보이는 두 곳의 한쪽에서 다른 쪽까지 두 끝이 닿도록 긴 물건을 가로놓다.

2)줄 따위를 한쪽에서 다른 쪽까지 곧은금(직선)으로 죽 긋다.=건너긋다

 

요즘 배움책에는 ‘교차해서’라는 말을 쓰지 않았을까 싶은데 이런 말을 살려 쓰면 좋겠습니다.

 

아홉째 줄에 나오는 ‘깍두기’는 요즘 배움책뿐만 아니라 나날살이(일상생활)에서도 많이 쓰는 말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자주 쓰는 말도 이 말의 말밑(어원)이 뭘까 물어 보기도 하고 함께 생각해 보는 자리를 마련해 준다면 우리 아이들의 낱말밭이 훨씬 넓어질 거라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앞으로 배움가지(교과목)를 가리지 말고 우리 아이들에게 더 자주 말을 가지고 생각해 보게 하는 어른들이 많아지길 바랍니다.

 

 

4352해 들봄달 스무이레 삿날 (2019년 2월 27일 수요일) ㅂㄷㅁㅈㄱ.

 

※이 글은 앞서 경남신문에 실은 글인데 더 많은 분들과 나누려고 다시 싣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