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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의 토박이말 이야기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76

(사)토박이말바라기와 함께하는 쉬운 배움책 만들기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76-통조림, 걸어앉다, 장사놀이, 벌이다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 (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오늘은 4281해(1948년) 만든 ‘셈본 3-1’의 30쪽, 31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30쪽에 ‘통조림’ 그림이 나옵니다. 지난 글에 보여드렸던 29쪽 아래에 ‘통조림’이라는 말이 나왔지만 글이 길어질까 봐 일부러 쓰지 않았었습니다. ‘통조림’은 잘 아시다시피 ‘통+조림’의 짜임으로 된 말입니다. ‘통’은 ‘한자말’이라는 것은 아실 것이고 ‘조림’은 ‘조리다’의 이름씨꼴(명사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말모이 사전에는 ‘조리다’와 ‘졸이다’를 다르게 풀이를 해 놓고 가려 쓰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리다’의 말밑(어원)이 ‘졸+이+다’로 풀이를 하고 있어 뿌리가 같은 말임을 알 수 있습니다. ‘졸다’라는 말이 있고 그 줄기(어간) ‘졸’에 하임(사동)의 뜻을 더하는 ‘이’를 더한 말인 만큼 ‘졸임’이라고 하는 것이 그 뜻을 알아차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대중말(표준어)을 굳힐 때 이런 것을 생각해서 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31쪽 둘째 줄에 ‘걸어앉으면’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걸어앉다’는 요즘에 쓰는 사람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처음 보는 분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 말은 ‘높은 곳에 궁둥이를 붙이고 두 다리를 늘어뜨리고 앉다’는 뜻을 가진 말입니다. 비슷한말로 ‘걸앉다’와 ‘걸터앉다’가 있는데 ‘걸터앉다’는 말은 많이 낯익은 말일 것입니다.

 

이어서 나오는 ‘걸상’이라는 말도 요즘 ‘의자’라는 말에 밀려 잘 쓰이지 않는 말이 되었는데 ‘걸어앉다’의 ‘걸’에 ‘상’을 더한 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말의 말밑(어원)을 알고 나면 아이들한테 어떤 말이 더 쉬운 말인지가 더 똑똑해집니다. ‘의자’보다는 ‘걸상’이 뜻을 알아차리기는 훨씬 쉬운 말입니다.

 

다섯째 줄에 나오는 ‘장사놀이’도 반가운 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가게 놀이’라는 말을 쓰고 있지만 옛날 배움책에 나오는 것처럼 ‘장사놀이’라는 말을 쓰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에는 ‘쇼핑놀이’라는 말을 쓰는 사람들도 있던데 이런 말을 살려 쓰는 쪽으로 생각을 바꾸면 좋겠습니다.

 

여덟째 줄에 나오는 ‘쉰 두’와 열넷째 줄에 나오는 ‘마흔 여덟’이라는 셈말도 반가웠습니다. 요즘 책에는 ‘52개’, ‘48개’로 쓰고 ‘오십이 개’, ‘사십팔 개’로 읽는 아이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옛날 배움책처럼 우리 셈말을 쓴다면 아이들도 잘 쓸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열한째 줄과 마지막 줄에 나오는 ‘벌여 놓고’도 반가운 말입니다. 요즘에 많이 쓰는 ‘진열해 놓고’를 갈음해 쓸 수 있는 말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고마운 말입니다.

 

 

4352해 온봄달 스무이레 삿날 (2019년 3월 27일 수요일) ㅂㄷㅁㅈㄱ.

 

  사)토박이말바라기 들기

※이 글은 앞서 경남신문에 실은 글인데 더 많은 분들과 나누려고 다시 싣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