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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의 토박이말 이야기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77

(사)토박이말바라기와 함께하는 쉬운 배움책 만들기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77-군밤 불잉걸 불동이 날밤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 (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오늘은 4281해(1948년) 만든 ‘셈본 3-1’의 40쪽, 41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30쪽에 일곱째 줄에 ‘군밤’이 나옵니다. 이 말은 요즘도 많이 쓰는 말이라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입니다. 말의 짜임도 ‘군+밤’이고 ‘군’은 ‘구운’이 줄어서 된 말이라는 것도 아시는 분이 많을 것입니다. 이 말을 보시고 ‘군고구마’를 떠올리시는 분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 말을 보면서 ‘불잉걸’이라는 토박이말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어릴 때 아궁이에 불을 때고 불잉걸 밑에 묻어 밤을 구워 먹곤 했습니다. 때를 못 맞춰 새까맣게 타서 숯처럼 되어 버린 적도 있지요.

 

‘불잉걸’은 ‘불이 이글이글하게 핀 숯덩이’를 뜻하는 토박이말입니다. ‘잉걸불’이라고도 하며 ‘줄여 ‘잉걸’이라고도 합니다. 우리 아이들도 이런 말이 나올 때 함께 떠올릴 수 있는 말이 되도록 어른들이 챙겨주면 좋겠습니다.

 

41쪽 첫째 줄에는 ‘화로’가 나옵니다. 말모이 사전에는 ‘숯불을 담아 놓는 그릇’이라고 풀이를 하고 옆에 한자 ‘불 화’와 ‘화로 로’를 나란히 적어 놓은 것으로 보듯이 한자말입니다. 우리에게는 없던 것이 들어온 것인지 똑똑히 알 수는 없지만 우리가 처음 만든 것이라 생각하고 이름을 붙이면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리가 ‘물을 담는 그릇’을 ‘물동이’라고 하니 ‘불을 담는 그릇’은 ‘불동이’라고 하면 어떨까 생각하고 말모이 사전에 찾으니 ‘북한말’이라고 풀이를 해 놓았습니다. ‘화로’라는 말을 어린 아이들한테 풀이해 주는 말로 ‘불동이’를 쓰면 어떨까요?

 

넷째 줄에 ‘날밤’이 나옵니다. 요즘 ‘생밤’이라는 말을 많이 쓰기 때문에 좀 낯설게 느껴지는 말일 것입니다. ‘생밤’은 ‘생률’이라는 한자말과 ‘날밤’이라는 토박이말이 섞인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날밤’이라는 말을 옛배움책에서 썼고 말모이 사전에도 ‘익히거나 말리거나 하지 아니한 밤’이라고 풀이를 해 놓았습니다. 그리고 ‘생률’을 찾으면 ‘날밤’으로 쓰는 것이 좋다고 풀이를 해 놓았습니다. 앞으로 배움책에서부터 ‘생밤’이 아닌 ‘날밤’이라는 말을 쓰면 좋겠습니다. 고기 좋아하시는 분들은 ‘생고기’라는 말도 많이 쓰시는데 ‘날고기’라는 말도 있으니 많이 써 주시기 바랍니다.

 

4352해 무지개달 사흘 삿날 (2019년 4월 3일 수요일) ㅂㄷㅁㅈㄱ.

 

※이 글은 앞서 경남신문에 실은 글인데 더 많은 분들과 나누려고 다시 싣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