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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향인 한용운의 '심우장'

한용운, 실천적 삶을 살아온 지도자였다
[정운복의 아침시평 167]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서울 성곽길은 일반인에게 개방되어 많은 사람이 찾는 서울의 명소입니다.

그 길을 걷다 보면 성북동에 만해 한용운의 유택인 심우장을 만날 수 있습니다.

단아한 한옥 건물인데 특이하게도 남향이 아닌 북향으로 지어진 건물입니다.

 

그 까닭은 한용운 선생님이 남향으로 지으면 조선총독부 건물이 보인다고 해서

숭인면의 산비탈 북향 터를 잡아 집을 지었다고 하지요.

그는 평생 일제의 만행에 맞서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변절자인 육당 최남선이 찾아왔을 때도 그는 호되게 혼을 내며 말하지요.

"내가 아는 육당은 이미 죽어서 장례까지 치렀소"

한용운 선생님은 결국 북향집인 심우당에서 삶을 마감했는데요.

그때가 광복을 맞이하기 1년 전이니 안타깝기도 합니다.

 

 

대웅전 벽면에 심우도(尋牛圖)가 그려져 있는 절이 있습니다.

주로 선종에서 인간의 본성을 찾는 것을 소를 찾는 것에 견주어

그린 것인데요.

소를 찾아 나서다 소의 발자국을 보고 소를 발견하여 소를 데려다 기르다

소를 타고 구멍 없는 피리를 불면서 고향으로 돌아와 보니

애써 찾은 소는 온데간데없고 자기만 남아 있게 됩니다.

결국에는 소와 함께 자기 자신마저도 잊어버리는 경지에 이르게 됩니다.

곧 소를 찾는 것을 통해

완전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는 과정을 형상화한 것이지요.

 

심우장의 현판은 민족대표 33인 가운데 한 분인

위창 오세장의 친필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오세창이나 한용운이나 모두 망우리에 잠들어있으니

세월 감의 깊이가 피부로 느껴집니다.

 

심우장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적혀 있지요.

"잃은 소 없건마는

찾을 손 우습도다.

만일 잃을 씨 분명타 하면

찾은 들 지닐소냐.

차라리 찾지 말면

또 잃지나 않으리라."

 

잃을 마음이 없으면 찾을 마음도 없고

마음을 찾지 않으면 잃을 일도 없다는 철학적 내용이 내포된 글이지요.

한용운이 훌륭한 이유는 그가 글을 잘 쓴 것도 있지만

글과 삶과의 괴리가 없는 실천적 삶을 살아온 지도자라는 것이지요.

어찌 되었거나 지식인의 지조는 참으로 중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