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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과 문

솟을대문이든 사립문이든 안으로 열게 해
[정운복의 아침시평 171]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집 대부분은 담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담은 밖으로부터 안을 보호하고 침입을 막으며

안이 들여다보이지 않도록 하고 공간을 나누기 위함입니다.

 

담을 언제부터 쌓았는지는 모르지만

대체로 지배집단과 피지배집단 간에 주거의 차이가 생기면서,

신분에 따른 권위를 유지하기 위해 담이 필요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삼국사기》 기록에 따르면 담 높이가 6두품은 8척을, 5두품은 7척을, 4두품 이하는 6척을 넘지 못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이는 담의 높이가 권력의 높이와 비례한다는 것이지요.

 

어렸을 때 우리 집은 나무로 울타리를 만들었습니다.

재미난 것은 울타리에 싹이 돋아 나무로 성장하기도 했다는 것이지요.

 

우리나라 담은 건축주의 신분에 따라 재료와 축조 방법이 다릅니다.

서민층에서는 울타리, 돌담과 같은 자연적인 모습의 담을

중상류나 궁궐은 벽돌담, 화초담과 같은 인공이 많이 드는 담을 쌓았지요.

서민의 담은 집의 경계로서의 성격이 강하지만

상류층이나 궁궐의 담은 외부에 대한 방어적인 성격이 강합니다.

 

 

미국 뉴욕시 맨해튼 남부에 금융가인 월가가 있습니다.

미국식으로 월 스트리트라고 부르지요. 오늘날 전 세계를 좌우하는 금융의 중심지입니다.

월가의 어원은 Wall(성벽)을 의미하는 네덜란드어에서 유래합니다.

맨해튼에 아메리카 원주민과 영국인과의 전쟁을 막기 위해

긴 목책을 세웠던 것이 그 유래지요.

지금 목책은 없어졌지만, 명성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제주도에 가면 돌담이 많습니다.

그 돌담을 다 연결하면 약 2만 km나 된다고 합니다.

지구를 반 바퀴 도는 엄청난 길이이지요.

만리장성도 6,000km 정도밖에 되지 않으니 제주도는 무려 3배나 더 긴 담을 가진 셈이지요.

 

양반집은 대문이 담보다 높습니다.

이것을 솟을대문이라고 하는데 가마나 말이 출입했기 때문입니다.

그에 비해 초가집에 사는 백성들은 사립문을 달고 살았지요.

※사립문 : 잡목의 가지를 엮어서 만든 문짝을 단 문.

 

솟을대문이든 사립문이든 대부분 안쪽으로 열리게 되어있습니다.

그래야 집안으로 복이 들어온다고 믿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게 하려는 마음도 담겨있지요.

 

어찌 되었거나 담은 닫힘이고 문은 열림입니다.

어느 해인가 담장 걷어내기 운동이 벌어진 적이 있습니다.

막힌 것은 뚫는 것이 옳고, 닫힌 것은 여는 것이 옳습니다.

그러한 소통이 좀 더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