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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변호사의 세상바라기

미라보다리 아래 센 강은 흐른다

아폴리네르와 로랑생의 사랑과 이별
[양승국 변호사의 세상 바라기 241]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미라보다리 아래 센 강은 흐르고

   우리들 사랑도 흘러간다

   내 마음속 깊이 기억하리

   기쁨은 언제나 고통 뒤에 오는 것

 

   밤이여 오라 종이여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여기 머문다

 

   손에 손을 맞잡고 얼굴을 마주보자

   우리의 팔 아래 다리 밑으로

   영원한 눈길의 나른한 물결이

   흘러가는 동안

 

   밤이여 오라 종이여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여기 머문다

 

   사랑은 지나간다 흐르는 강물처럼

   사랑은 가버린다

   이처럼 인생은 느린 것이며

   이처럼 희망은 난폭한 것인가

 

   밤이여 오라 종이여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여기 머문다

 

   나날이 지나가고 주일이 지나가고

   흘러간 시간도

   옛사랑도 돌아오지 않는데

   미라보다리 아래 센 강은 흐른다

 

   밤이여 오라 종이여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여기 머문다

 

기욤 ​아폴리네르(1880~1918)의 <미라보다리>입니다. 누구나 다 아는 시를 왜 새삼스럽게 얘기하냐고요? 시에 얽힌 이야기에 흥미가 있어서입니다. 물론 이 시를 좋아하는 이들은 시에 얽힌 이야기도 잘 아시겠지만, 시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를 새로 알게 되어 입이 근질근질한 한 실없는 남자의 이야기도 너그럽게 들어주시기를 바랍니다.

 

<미라보의 다리>는 사랑에 관한 시인데, 시를 보면 뭔가 시인의 사랑 이야기가 녹아있는 시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지요? 그리고 ‘사랑은 가버린다’, ‘옛사랑도 돌아오지 않는데’라는 시구에서, 시인이 사랑한 여인은 떠나가 버렸다는 것을 알 수 있구요.

 

 

시인이 사랑한 여인은 화가 마리 로랑생(1883~1956)입니다. 로랑생의 작품으로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진 그림이 유명한 <코코 샤넬의 초상화>지요. 그림 속의 샤넬은 뭔가 약간은 권태롭거나 외롭고 피곤해 보이는데, 그래서 샤넬은 이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돌려보냈답니다. 샤넬이 패션디자이너로 성공하였지만, 불우했던 과거가 있었기에, 로랑생은 내면의 샤넬도 그림에 표현한 것 같은데, 샤넬은 그림에서 그러한 지난날의 자기 모습이 보이기에 이 그림이 싫었을 것 같습니다.

 

시인과 화가의 사랑은 당시 몽마르트 예술가들의 이목을 끌었을 겁니다. 그래서 이 연인을 그림에 담은 화가도 있습니다. 앙리 루소가 그린 <시인에게 영감을 주는 뮤즈>입니다. 그러나 그림 속의 로랑생을 보면 별로 영감을 못 받을 것 같은데요? 그건 루소의 그림 특징 때문이지요. 루소의 그림에서는 소박, 원시의 느낌을 받는데, 그러니 루소의 그림에서 뭔가 우아하고 아름다운 뮤즈를 상상해서는 안 되겠지요.

 

 

그리고 위 시가 아폴리네르가 로랑생과 헤어지고 지은 시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이들의 사랑은 아폴리네르가 루브르의 ‘모나리자 도난 사건’에 용의자로 지목되면서 식고 말았답니다. 어허 아폴리네르가 모나리자 도난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었다니? 이건 무슨 말입니까?

 

1911년 8월 21일 모나리자가 감쪽같이 사라지면서 루브르 박물관, 아니 프랑스가 발칵 뒤집히지 않았습니까? 모나리자가 사라진 8일 뒤 한 신문에서 루브르에서 훔친 조각상을 신문사에 가져온 사람이 있는데, 그의 이름이 이냐스 도르므상 남작이라는 보도가 있었다고 합니다. 우연히도 이냐스 도르므상 남작은 아폴리네르가 쓴 소설의 주인공 이름과 같습니다.

 

이 때문에 아폴리네르는 절도 용의자로 체포되어 1주일 동안이나 구금되어 있었고, 그러자 실망한 로랑생이 아폴리네르를 떠났다네요. 연인이 떠나가자, 비탄에 잠긴 아폴리네르가 터덜터덜 미라보다리를 걸을 때, 아폴리네르는 로랑생을 생각합니다. 로랑생의 집이 다리 근처에 있어서, 두 연인은 미라보다리를 거닐며 사랑의 밀어를 속삭이곤 했다네요. 그렇기에 아폴리네르는 떠나간 로랑생을 그리워하다가, 이 시가 줄줄 그의 가슴에서 흘러나왔을 것입니다.

 

아폴리네르와 로랑생의 사랑과 이별을 생각하면서 <미라보의 다리>를 다시 천천히 음미합니다. “옛사랑도 돌아오지 않는데, 미라보다리 아래 센 강은 흐른다….” 무심하게 흘러가는 센 강의 강물을 바라보면서 눈물지었을 아폴리네르를 생각하자니, 내 마음의 강에도 눈물이 흐르는 듯합니다.

 

시인은 38살의 짧은 삶을 마감하고 1918년에 하늘나라로 돌아갑니다. 1차 대전에 참전하여 상처를 입고 저항력이 약해져서인지 스페인독감으로 삶을 마친 것입니다. 혹시 마리 로랑생이 떠나간 슬픔이 그의 짧은 삶에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었을까? 제멋대로 상상하며 <미라보다리> 시에 대한 감상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