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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K의 핵심은 결국 우리가 보낸 ‘오늘’이더라!

국립민속박물관 상설전시관1 <한국인의 오늘> 재개관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국립민속박물관(관장 김종대)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K-컬처(이하 케이컬처)를 우리의 일상생활에 쉽게 와닿도록 재해석한 상설전시관1 《한국인의 오늘》을 선보인다. 2018년 12월에 개편한 《한국인의 하루》이후 5년 만의 상설전시관1 전면 개편이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정의하는 케이컬처는 한국인이 보내온 수많은 ‘오늘’의 생활문화와 민속문화이다.

 

□ 국립민속박물관에 들어온 ‘케이컬처’, 과연 K는 무엇일까

 

《한국인의 오늘》은 케이컬처에 대해 전시한다. K(케이)에는 우리가 공유해 온 일상생활과 민속문화가 담겨있다. 그 가운데 예로부터 오늘날까지 이어온 ‘물건’, 공유한 ‘취향’, ‘함께’의 순간으로 재구성하여 1부〈쓸모 있는〉, 2부〈자연스러운〉, 3부〈함께 하는〉 등으로 꾸렸다.

 

1부〈쓸모 있는〉에서는 예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온 한국인의 물건을 이야기한다. 대표적으로 세계인이 신기하게 본 지게, 옹기, 호미, 한지를 꼽아 선보인다. 우리 누구나 한 번쯤은 보았지만, 눈길을 주지 않은 평범한 일상 속 물건이다. 지게는 19세기, 20세기 초 한국을 방문한 세계인의 기행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게꾼의 덩치보다 2배 혹은 그보다 더 크고 무거운 짐을 지고 거리를 다니는 모습은 세계인뿐 아니라 오늘의 우리도 경탄한다.

 

 

 

 

K-푸드, 발효음식의 근간인 옹기는 현대 도시 속에서 찾기 쉽지 않지만, 여전히 옹기가 지닌 기능과 의미는 한국 식문화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21세기 호미는 세계에서 가장 큰 전자상거래 누리집에서 원예 도구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자음 ‘ㄱ’형태의 호미는 단순해 보이지만 사용 지역과 사용자에 따라 날의 크기와 너비, 손잡이 등이 각기 다르다. 호미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할 좋은 기회다.

 

□ “눈처럼 백색의 긴 옷을 나부끼고, 햇빛처럼 밝아서 어디서나 친근한...”

    세계가 발견한 우리의 모습

 

2부〈자연스러운〉에서는 자연을 곁에 두고, 자연을 닮아 ‘자연스럽게’ 살아온 우리의 취향을 전시한다. 옛 우리는 나무의 결이 선명한 문갑, 산수도 10폭 병풍 등을 배치해 생활하는 공간까지 자연을 끌어왔다. 목화, 누에고치 등으로 지은 옷은 우리에겐 백의(白衣)의 민족이라는 공동체성을 부여하고, 무결한 자연처럼 살고자 한 삶의 값어치가 담겨있다. 이를 목격한 세계인에게는 마치 음색의 향연 같은 다양한 흰옷의 물결, 항상 잔치 분위기처럼 느껴졌다.

 

 

 

 

드라마《킹덤》으로 재조명된 우리의 쓰개는 검은 갓과 화려한 갓끈 외에도 하얀 갓인 백립, 어린아이의 활기참을 닮은 굴레, 매서운 겨울바람을 막는 풍차 등 다양한 모자가 있었다. ‘모자의 나라’ 별명답게 머리 위 다양한 모자를 쓰고 거리를 거닐었던 우리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전 세계에서 K-뷰티가 주목받는 까닭 가운데 하나는‘자연스러운 표현’에 있다. 1950년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화장 포인트는 시대에 따라 각기 다르지만, ‘나에게 맞는 자연스러운 표현’은 곧 자연을 미의 기준, 더 나아가 삶의 기준으로 삼은 우리의 취향을 발견할 수 있다.

 

□ ‘함께 하는’ 즐거움을 아는 한국인: 알게 모르게 서로에게 연결된 우리

 

3부〈함께 하는〉에서는 ‘오늘’을 보내는 현대의 우리 모습을 실감형 영상으로 재현하여 선보인다. 하루 동안 우리는 서로에게 다양한 형태로 연결된다. 케이팝, e-스포츠 등을 한데 모여 즐기는 모습, ‘밥 먹었어?’ 말 한마디에는 그간의 희로애락을 함께 해 온 공동체를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우리가 평범한 일상생활이라고 느껴온 요소 하나하나는 어느새 세계인도 함께 즐기는 케이컬처로 자리 잡는다.

 

 

□ 현대적인 전통, 전통적인 현대: K를 만드는 시도와 작품들

 

관람객은 전통 요소를 재해석한 현대의 시도를 전시장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기생충》, 《오징어 게임》 등 전 세계인의 열풍을 이끈 K-콘텐츠의 음악 감독 정재일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대표적인 패션 디자이너 고 앙드레김의 옷과 디자인 스케치에는 항상 ‘한국적인’을 고민했던 모습이 고스란히 엿보인다.

 

조선시대 장옷과 저고리를 비즈와 철사로 재해석한 금기숙 작가의 작품을 비롯하여 류지안 작가의 달항아리 형태 위에 자개로 장식한 ‘더 문_화이트53’, 장응복 작가의 한지로 만든 ‘지장(紙欌)’ 등을 선보인다. 또한 한시적으로 2022년 한국인 처음으로 ‘로에베 재단 공예상’을 수상한 정다혜 작가의 말총공예 작품‘성실의 시간’(서울공예박물관 소장, 2024. 2. 18.(일)까지 전시)도 만나볼 수 있다.

 

 

 

□ 각자의 K를 찾아 떠나는 전시장 속 작은 여행: The K-마당

 

방탄소년단(BTS) 이끔이 RM은 한 외신과의 대담 가운데서 ‘K(케이)는 프리미엄 라벨, 우리 조상들이 싸워 쟁취한 품질보증’과도 같다고 했다. 그가 말한 바와 같이 K는 한국인이 그간 쌓아온 ‘오늘’의 축적물이다. 개개인이 생각하는 K는 다양하기에, 이를 생각하고 서로가 공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아카이브 성격의 The-K마당을 조성했다. 이 공간에서는 시대별 세계인이 바라본 한국과 한국인의 모습을 책과 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다.

 

또한 2023년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케이컬처를 주제로 다양한 강의도 진행했다. 공간에 비치된 태블릿 컴퓨터에서 직접 재생하여 만나볼 수 있다. 진행했던 다양한 강의도 들어볼 수 있다. 1980년대 가요부터 오늘날 세계적인 케이팝까지 들어볼 청음 공간도 마련하였다. 전시장 출구 양 벽면에는 일반인 15명이 각자의 K에 관해 이야기한다. 15명의 K는 다양한 색으로 표현되고, 이는 하나로 정의될 수 없는 K의 모습을 상상하게끔 한다. 곧, K는 우리가 쌓아온, 그리고 쌓아갈 ‘오늘’의 축적물임을 다시 한번 증명한다.

 

□ 모두에게 따듯하고 친절한 전시 공간이 되길: 촉각 전시물 음성 해설과 수어 해설 영상

 

《한국인의 오늘》에는 더욱 많은 관람객을 포용할 수 있는 전시 공간이 되도록 다양한 시도가 적용되었다. 개별 전시물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추가 사진 자료는 각 진열장 근처에 비치된 디지털 레이블 패널(영상으로 보여주는 설명판)에서 찾아볼 수 있다. 시각 장애인을 위한 점자 패널을 기본으로, 촉각 전시물과 음성 전시해설 시스템도 도입했다. 저시력자와 어르신을 위한 큰 활자 전시품 해설책, 전시장 내 동선 그래픽을 제작하여 편안한 관람 분위기를 조성하였다. 또한 전시 영상 내 청각 장애인을 위한 수어 해설도 제공하여 《한국인의 오늘》을 방문하는 모든 관람객의 전시 이해를 돕고자 했다.

 

 

지금, 이 순간, K의 전성시대다. 세계 어디를 가도 보이는 우리 문화의 모습은 더 이상 낯설지 않고, 오히려 세계인이 우리의 일상을 함께 즐기는 모습은 친근할 정도다. K는 우리가 켜켜이 쌓아온 오늘의 일상, 그리고 민속에서 비롯한다. 우리 눈엔 평범한 오늘의 일상은 세계인 눈에 새로운 케이컬처가 된다. 상설전시관1《한국인의 오늘》을 통해 K로 정의된 우리의 일상을 새로이 되돌아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