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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멋진 ‘추임새’로 행복한 세상을 만들자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671]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고수(鼓手)의 추임새가 소리판을 키우는 요건이라는 점, 고수의 적절한 추임새가 소리판을 성공적으로, 또는 실패로 몰고 갈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명고수 김동준은“소리꾼이나 잽이를 반주하며 추임새를 해 줄 때, 모두가 잘해서 저절로 추임새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렇지 않을 경우도 허다하다고 전제하면서“ 안 좋은 걸, <좋다> <잘 헌다> 하는 것이, 여간 일이 아니란 명언을 하였다.

 

추임새는 소리꾼이나 연주자(演奏者)들에게만 적용되고 필요한 것일까? 무대 위에서 펼치고 있는 모든 소리꾼이나 차비(差備), 곧 잽이들은 그들의 일상 연주가 모두 훌륭해서 반주자나 객석으로부터 추임새를 받게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살펴야 한다.

 

간혹, 무대 위에서 긴장하는 연창자(演唱者)들은 여러 가지 조건이나 이유로 평소의 자기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이 자주 만들어지게 마련이다. 특히, 첫 발표회를 준비한 사람들이 지나치게 긴장할 경우, 실력 발휘가 어렵고, 전문가 그룹의 관객이 자리 잡을수록 객석이 무섭고 두려운 법이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과연 무대 위에 함께 올라 있는 고수는 어떠한 방법으로 소리꾼이나 연주자를 도와야 할 것인가?

 

창자나 연주자의 기량이 기대에 못 미친다고 해서 고수가 추임새를 생략하고, 북이나 장단만을 또박또박 쳐주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설령, 장단을 정확하게 쳐주고, 강약을 분명하게 조절하며 반주한다고 해서 주인공인 소리꾼이나 연주자가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을까? 바로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얼씨구>, <잘 한다>, <으이>, <좋지>와 같은 짧으면서도 힘 있고, 또한 따뜻한 격려의 말 한마디, 고수가 전해 주는 추임새일 것이다.

 

 

이 짧고 부드러운 칭찬의 말 한마디가 긴장하고 있는 소리꾼이나 연주자들에게 자신감을 되찾아 주고, 분위기를 반전시켜 주기에 추임새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리라.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추임새>라는 말을 떠올릴 때마다, 글쓴이는 천진난만(天眞爛漫)한 모습으로 선하고 환한 미소를 띠면서 열심히 추임새를 해 주던, 지난 시대 김동준 고수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의 미소 띤 추임새 속에는, “걱정할 것 없네. 평소 준비해 온 대로 편하게 소리하시게, 내가 정성을 다해 북을 칠 것이니 나와 함께 즐겁고 재미있는 공연이 되도록 해 봅시다”라는 따듯한 메시지가 담겨 있는 듯 생각되기 때문이다.

 

명고수란 북이나 장고의 기능적인 면이 우선되어야 하지만, 그 저변에는 소리꾼이나 연주자에게 마음으로 전해지는 추임새와 이를 통해 <함께 만들어 가는 동료>라는 의식이 더더욱 신뢰를 높여준다고 생각하고 있다.

 

추임새는 판소리 공연 무대나 민요, 산조음악에만 쓰이는 전유물이 아니다. 전통음악의 무대가 아니라도 추임새를 필요로 하는 곳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곳곳에 널려 있다. 가령, 축구나 야구 경기와 같은 체육 분야에서의 힘찬 응원도 절대적인 추임새를 필요로 하는 분야다. 우리 편이 실수를 하거나, 패스가 원만치 못하거나, 또는 상대에게 힘에서 밀리고 있을 때도 반전을 바라는 응원의 추임새는 더더욱 필요한 법이다.

 

 

같은 원리로, 무대 위의 발표자들에게도 격려의 박수와 함께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추임새야말로 절대적인 필요 약이 될 것이다. 원로 소리꾼이 인삼, 녹용 등, 귀한 약재를 상복하고, 이와 함께 영양가 있는 식사로 체력을 유지해 온 탓에 장시간 무대에 설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면.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그보다는 고수의 추임새, 더 나아가 객석으로부터 터져 나오는 추임새로 에너지를 보충받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추임새는 비단, 소리판에 앉아 있는 고수와 소리꾼, 또는 소리꾼과 청중과의 관계에서만 맺어지는 필요조건이 아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의 가정이나 직장 내(內)에서, 더 나아가 사회 구성원 간의 일상생활에서도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해야 한다. 바로 추임새가 능력을 증대시킬 수 있는 에너지의 보충원 (補充源)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오늘은 내가 소리를 하는 날이어서, 그대가 북을 쳐주고 추임새를 넣어 주지만, 내일은 당신이 창(唱)을 하고 내가 당신을 위해 추임새로 에너지를 보충시켜 주게 될 것이다. 일방적으로 받을 수만도 없고, 일방적으로 줄 수만도 없는 것이 바로 추임새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더욱 밝은 사회로 바뀌기를 원한다면, 우리 모두 고수가 즐겨 쓰는 추임새의 원리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상대를 깎아내리거나 비웃지 말고, 격려하며 칭찬하는 분위기를 만들자. 상대를 위하고 더더욱 나를 위해서도 추임새를 아끼거나 그것에 인색해서도 안 된다. 우리들이 살다 갈 한정된 시간 속에서 우리 스스로 추임새에 인색하다면, 우리는 얼마나 우울한 세상에서 불행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인가를 깨달아야 한다.

 

부디 멋진 <추임새>로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