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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명과(日本の名菓)》 어떤 것이 있나?

<이윤옥의 일본어 서재> 1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올해로 일본어에 입문한 지 46년째다. 참으로 많은 세월이 흘렀다. 통장에 돈은 없어도 책장에 넘치는 일본 관련 책을 바라다보면 흐뭇하고 뿌듯하기보다는 '이 책들을 다 어찌할꼬?' 싶은 생각에 요즘 잠 못 이루는 날이 늘어나고 있다. 도쿄 진보쵸의 고서적 거리를 비롯하여 와세다대학 앞의 헌책방가는 내가 단골로 다니던 서점가였다. 더러는 한 끼 식사비마저 아껴 사들였던 어쩌면 자식 같은 이 책들을 <이윤옥의 일본어 서재>에서 틈나는 대로 소개하고자 한다. 책은 주로 문학, 문화, 역사, 철학, 사상, 요리, 여행을 비롯하여 백제 성왕 때 일본에 불교를 전수한 조선의 찬란한 불교 유적과 역사 관련 책 등 다양한 장르의 책이 서가에서 나의 눈길을 기다리고 있다. 물론 일본어책이다. 문학이니 역사 같은 딱딱하고 형식적인 분류보다는 그때그때 책의 주인인 나의 눈길과 손길이 가는 책들을 골라내어 소개하고자 한다. -글쓴이 말-

 

‘일본 요리는 눈으로 먹는다(日本料理は目で食べる)’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일본 요리는 맛은 차치하고 우선 시각적으로 볼만하다는 뜻을 품고 있다. 이 말을 과자에 적용해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일본 여행을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관광지 곳곳은 물론 나리타공항 등에서 팔고 있는 형형색색의 선물용 과자를 접하고는 눈이 휘둥그레진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 책 《일본의 명과(日本の名菓)》를 쓴 스즈키 소코(1926~2008) 씨는 에도명과(江戸名菓)로 이름난 스즈키 에치고 씨의 10대손이다. 그러한 집안 내력이 있었지만, 저자는 명과를 직접 만드는 장인이라기보다는 화과자(和菓子, 일본과자) 연구가이자 다도의 명가인 우라센케(裏千家)의 교수를 지낸 인물이다.

 

《일본의 명과(日本の名菓)》는 저자가 홋카이도부터 큐슈까지 직접 일본 전국 47 지역의 150개 과자점을 방문하여 사진과 글로 소개하고 있는 점이 특이하다.

 

홋카이도 오타루(小樽)에 있는 요시노야과자점의 고대문자(古代文字) 모양의 과자, 히로사키(弘前) 히라오과자점의 얼음떡, 도쿄(東京) 조반당과자점의 천둥오코시, 아이치(愛知) 미노타다과자점의 양갱, 교토(京都) 가메스에히로과자점의 쿄노요시, 히메지(姫路) 이세야과자점의 타마츠바키 등등 자그마치 150여 과자점을 소개하고 있다.

 

 

스즈키 소코 씨는 책 머리말에서 “메이지, 다이쇼, 쇼와시대의 변화와 함께 과자업계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오랜 전쟁을 거치면서 과자 만드는 일이 통제받거나 과자점이 문을 닫게 되어 명과 하나도 남기지 못하고 문을 닫은 곳도 있습니다. 이후 수많은 시간이 흐르면서 수많은 새로운 과자가 탄생했습니다. 십수 년 전 아버지가 《일본 명물과자》라는 책을 펴낸 무렵과 견주면 세상은 너무도 많이 변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다시 한번 전국의 유명한 과자들을 정리하고자 카메라에 담아보았습니다. 지금은(1967년 당시) 과자의 종류도 많아 그 가운데 150여 종을 선택하는데 고심이 컸지만, 일본의 명과자점을 안내했다는 점에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했다.

 

이 책은 전국의 유명한 과자점만을 소개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98쪽부터는 일본 과자의 역사, 과자의 유래, 명물과자를 담는 접시와 찻잔을 소개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일본의 명과 일람표, 옛 고향의 과자 등등 읽을거리가 자못 풍부하다.

 

이 책의 독자인 시무라 사유키(志村真幸) 씨는 “이 책이 1967년에 나온 것이라서 현재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생야쓰바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맛이 좋다’라고 소개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사실 생야스바시라는 과자는 현재 일본에서 널리 알려진 과자지만 당시에는 초창기였던 듯하다. 또한 이 책에는 건과자와 사탕류가 많이 소개되고 있는데 이 역시 시대의 변화를 느끼게 한다. 이 책을 통해 1960년대의 명과를 알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라고 말했다.

 

스즈키 소코 씨는 1926년생 교토 출신으로 82살인 2008년에 삶을 마감했다. 그의 저서는 《日本の名菓(일본의 명과)》(1967) 외에 《京・銘菓めぐり(교토 명과 순례)》(1985), 《和菓子(화과자)》(1995), 《京・銘菓案内(교토 명과 안내》 1999, 등을 비롯하여 일본과자(화과자)를 담아내는 접시와 찻잔 등에 관한 저서도 다수 있다.

 

 

《일본의 명과(日本の名菓)》 스즈키 소코(鈴木宗康), 保育社, 1967, 153쪽, 컬러도감, 정가 515엔